의원내각제의 장점
캐나다엔 의원내각제 정치제도라서 대통령이 없다. 다수당이 국회의 여당이 되고, 여당의 당대표가 캐나다의 수상이 되어, 대통령의 역할을 한다. 즉, 다수당의 당대표가 국회와 행정부를 동시에 장악한다. 의원내각제를 경험해보지 못한 나는, 캐나다에서 와서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몹시 놀랐다. 민주국가로 알고 있는 캐나다에서 삼권분립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수당의 당대표가 되면, 의회도 장악하고, 행정부도 장악하니, 그야말로 독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위험해 보이는 제도임에도, 독재로 가지 않는 이유가 있다.
첫째, 다수당이 국회 의석수의 절반을 차지한 경우가 없다. 보통 국회의석의 4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에, 원하는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반드시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야당은 의석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제1야당과 10~20% 정도를 차지하는 제2야당이 있어, 여당은 사안에 따라 이번에는 제1야당과, 다음에는 제2야당과 연합해 원하는 법을 통과시킨다. 그래서, 행정부를 조직할 때도 야당 쪽 인물을 반드시 몇 명 장관으로 임명한다. 이런 정치적인 거래를 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캐나다 국민들이 절대로 한 정당에 50% 이상의 의석을 몰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여당이 정치를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든 나머지 야당들이 연합해서 국회불신임을 신청하고 채택되는 즉시, 기존의 국회는 해산하고 새롭게 국회의원 선거를 한다. 다시 말해, 정치를 잘해야 4년의 임기를 채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국회는 해산되고, 국민들의 표를 통한 심판을 받아, 여당이 야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 보수당이 못하면 자유당으로, 자유당이 못하면 보수당으로, 언제든지 갈아타는 부동층이 많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부동층이 결국 선거 승리의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셋째, 그렇기에 지금 당장 선거에서 이기는 것만이 아니라, 다수당이 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국민을 만족시키는 정치를 해야 하고, 좋은 법과 정책을 꾸준히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야당과의 정치적 합의와 거래가 중요한 덕목이 된다. 야당도 여당보다 나은 비전을 지속적으로 국민들에게 어필하면 언제든 여당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여당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합리적인 정책들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자유당도 보수당도, 캐나다 국민에게 누가 더 나은 정치를 베풀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국민은 언제든 현 정부가 정책을 잘 못하면, 기꺼이 다른 정당에 투표할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유당이 못하면 보수당을 찍어주고, 보수당이 못하면 자유당을 찍어주며 선의의 경쟁을 시킨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민의 민심이 나빠지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당대표에게 압력을 가한다. 당대표가 국회의원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무시하면, 당대표를 바꾼다. 다시 말해, 권력은 지역구민에서 시작해 국회의원을 거쳐 당대표에게 향하는 권력형태를 가진다. 가장 많은 지역구민의 목소리를 담은 국회의원을 가진 다수당의 당대표가 캐나다의 수상이 된다. 그리고, 캐나다 국민들은 투표를 통해 한 정당이 과반의 의석을 차지하지 않도록, 항상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