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와 공동체 의식
세 아이를 키우는 젊은 새댁이 있다. 아이들이 모두 아직 어려, 장 보러 갈 때도 모두 끌고 나가야 한다. 가장 어린 셋째는 오른손으로 안고, 왼 손으로 둘째 아이의 손을 잡고, 가장 큰 첫째는 옆에서 따라오도록 하고 나갔다 오곤 했다. 어느 날 집으로 경찰이 찾아왔다. 이웃 주민이 신고했기 때문이다. 신고한 이유가 아동방치였다. 두 명의 아이는 엄마가 꼭 붙들고 가는데, 나머지 한 명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다녔다는 이유였다. 지나던 한 캐나다인이 그런 모습을 보고, 뒤따라와 집 주소까지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나도 이민 초창기에, 공원에서 몹시 의아한 광경을 목격했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막 시작한 아이의 몸에, 마치 강아지 산책시킬 때 사용하는 가슴띠를 부착하고 그 줄의 끝을 엄마가 붙잡고, 함께 산책하는 것이었다. 아이를 마치 강아지처럼 끌고 다니는 모습이 정말 이상해 보였다. 아마 아이가 이리저리 내달리다 보니 그렇게 한 모양이었다.
캐나다는 개인주의의 나라다. 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기꺼이 주장한다. 복장이 몹시 자유분방해, 남의 시선 따위 상관하지 않는다. 한여름에 털옷을 입든, 한겨울에 반팔반바지를 입고 거리를 걸어 다니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공공규칙은 지켜야 한다.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바로 누군가 경찰에 신고한다. 그 사람에게 대놓고 뭐라 하지 않고, 그냥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도 누가 신고했는지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다. 특히, 아동과 관련된 경우, 신고가 들어온 즉시 출동해, 그 집으로 들어가 곧바로 아이를 부모로부터 분리하고 조사를 시작한다.
초창기 이민자들 중에 아이에게 체벌을 하다가, 자신의 아이를 빼앗긴 경우를 전해 들었다. 자신의 아이가 하도 말을 안 들어 회초리로 때리고, 다음날 학교에 보냈는데, 아이의 몸에 있는 상처를 선생님이 발견해, 경찰에 곧바로 신고했다. 너의 부모가 너에게 어떤 말을 했냐는 경찰의 질문에, 말 안 들으면 죽여버린다고 했다고 아이가 들은 대로 대답했고, 즉시 그 아이는 부모로부터 강제 분리조치되었다. 부모가 홧김에 한 말이지만, 경찰은 아이에 대한 살인위협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곳 캐나다는 겉보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딱히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위를 지켜보는 주위의 많은 시선들이 있고, 그 즉시 경찰에 신고하는 신고정신이 있다. 이런 관심이 결국 공동체를 건전하게 만들고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