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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서민들 살림살이

생계비 변화

by 숲속다리

23년 전 캐나다 이민 왔을 때 최저시급이 $8였다. 지금은 $17.20이다. 그동안 2배 넘게 올랐다. 밀가루, 계란, 우유 같은 기초 식료품 가격도 2배 정도 올랐다. 그래서, 외식을 하지 않고 집에서 음식을 직접 요리해 먹는다면, 식료품비 때문에 먹고살기 힘든 점은 없다. 자동차 가격도 그때보다 2배 정도 올랐으니, 마찬가지인 셈이다. 다만, 지금은 휴대폰과 무선인터넷을 사용하다 보니 통신비가 상대적으로 증가했다. 그 외의 생필품 가격이 전체적으로 상승했지만, 최저시급도 물가상승률에 맞춰 올랐기에, 실제적으로 경제적 부담이 증가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주거비용이다. 주택가격이 그동안 3.5배에서 4배 정도 상승했고, 렌트비도 2.5배 상승했다. 그러다 보니, 서민들에게 있어 가장 큰 생활비인 주거비용이, 최저시급 상승률을 훨씬 넘어버려, 그로 인해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런 주거비용의 상승은, 특별히 연금을 받는 노인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된다. 예전에는 부부가 나라에서 주는 연금을 받으면, 아파트 렌트비로 절반 정도 사용하고, 나머지 돈으로 생활할 수 있었다. 이젠, 연금으로 받은 금액 전부를 아파트 렌트비로 충당해야 하니, 생활비를 위한 별도의 자금이 필요하다.


지난 2008년, 미국 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에도 캐나다 집값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모기지 사태 전에 꾸준히 주택가격이 오르다가, 모기지 사태 때 상승이 잠시 주춤하더니, 그 후에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서, 결국 소득상승률보다 2배나 더 올랐다. 그 결과, 자신의 집을 소유한 은퇴자와 그렇지 못한 은퇴자 사이에 커다란 격차가 생기고, 은퇴 후의 경제적인 삶의 차이를 가져오는 요인이 되었다. 또한, 집을 구입한 사람들도 모기지 부담이 가계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상승해, 다른 부분에 대한 소비를 억제한다. 결국, 소비가 줄어들어 경기 침체를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내가 이민 왔을 때엔, 나라에게 연금을 주는 65세가 되면, 대부분 은퇴했다. 그리고, 나라에서 주는 연금을 받으며, 남은 노년의 삶을 즐겼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나라에게 주는 연금만으로는, 은퇴 후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더 늦은 나이까지 계속 일하거나, 아니면 은퇴하기 전에 개인연금플랜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이를 위해, 캐나다 정부도 절세나 비과세 혜택이 있는 금융상품을 만들어, 은퇴 전에 개인적으로 경제적인 준비를 하도록 장려한다. 캐나다 정부가 연금을 주지 못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겠지만, 은퇴연령을 늦추거나, 매년 늘리는 연금 금액이 인플레이션 상승만큼 증가하지 못할 가능성도 많다. 계속 늘어나는 은퇴인구와 인간 수명의 증가 때문에, 캐나다 정부도 예전 같은 복지정책을 베풀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국가 혼자가 아니라, 국가와 함께 개인이 스스로의 노후를 준비하는 시대가 이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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