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트럭과 알레르기
더위를 느낄 정도로 따뜻한 날씨가 며칠 동안 계속된다. 애완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점점 늘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중형견이나 대형견을 주로 키운다. 대부분 개목줄을 하고 나오지만, 간혹 목줄을 하지 않은 채 산책 나온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과 마주치면, 함께 산책 나온 개가 코를 킁킁거리며, 내게 다가온다. 나는 개인적으로 개를 몹시 좋아해, 오히려 좋게 받아들이지만,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질색할만한 일이다.
내겐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는 고약한 경고장치가 있다. 갑자기 재채기 횟수가 증가한다. 꽃가루가 떠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이민 10년이 지나면, 어김없이 생긴다는 꽃가루 알레르기다. 이민 10년이 지나자, 느닷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처럼, 내게도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이 갑자기 생겼다. 그 후 몇 년 동안 간신히 견디다가, 점점 증상이 심해져, 마침내 봄마다 알레르기 약을 먹는 신세가 되었다. 올해도 날씨가 따뜻해지나 싶더니, 재채기가 시작되어, 하루에도 몇 번씩 재채기를 해댄다.
날씨가 더워지면, 동네 골목에서 갑자기 동요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한다. 그 소리를 듣고, 방과 후 집안에 있던 아이들이, 하나둘 집 밖으로 나온다. 아이스크림 트럭이 왔기 때문이다. 하얀 바탕에 아이스크림 그림이 잔뜩 그려진 트럭 주위로, 아이들이 몰려들어 일렬로 줄을 선다. 함께 나온 어른들이, 자신들이 어릴 적 부모님이 그랬듯, 자신의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준다. 세대를 이어 추억을 파는 트럭이다.
나도 그 트럭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아이와 함께 먹은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아이스크림 맛이 별로였지만, 내 아이는 그때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렇게 따뜻한 봄 골목길을 달려 찾아오는 하얀색 아이스크림 트럭에서, 부모가 사준 맛난 아이스크림을 먹은 기억은, 어린 시절 행복한 추억으로 남고, 훗날 자신의 아이에게도 똑같이 행복한 추억을 선물해 준다. 세월이 가고 몇 세대가 지나도, 골목 사이로 들리던 노래와 새하얀 트럭과 그곳에서 사 먹은 맛난 아이스크림의 기억을, 할아버지 세대와 손자 세대가 동일하게 느낀다는 사실. 이렇게 세대를 이어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참 소중하다.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추운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이 오면,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한 재채기와 동네골목을 경쾌하게 울리며 찾아온 아이스크림 트럭과 트럭 앞에 줄을 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아이들의 모습을 여전히 나는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