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자동차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캐나다에서, 자동차는 필수품이다. 자동차가 없으면,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시간에 도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인이 되면, 찌그러진 중고차라도 하나 몰고 다녀야, 사회생활을 제대로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성인을 자녀로 둔 집엔 가족 숫자만큼의 자동차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새 자동차 가격과 보험료가 한국에 비해 훨씬 비싼 이곳에서, 새 자동차를 몰고 다니려면 매달 나가는 돈이 정말 만만치 않다. 그래서, 자동차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고차를 많이 타고 다닌다.
게다가, 이곳의 자동차 수리비도 상대적으로 훨씬 비싸다. 그러다 보니, 한국이라면 이미 폐차되었을 정도의 자동차들도 중고차로 거래가 되어, 녹슬고 여기저기 찌그러진 차들이 도로에서 자주 눈에 띈다. 보통 이곳에서 새 자동차를 사면, 10년 정도를 타고 다닌다. 요즘엔 새 자동차 가격이 너무 비싸져, 대부분 8년 할부로 사는데, 할부가 끝나자마자 곧 폐차하고, 새 자동차를 할부로 다시 사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조만간 10년짜리 할부 자동차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새 자동차 값이 오르면, 덩달아 중고차 가격도 올라, 중고차마저 이젠 5-6년 할부로 사는 실정이다. 이렇게 자동차 사는 것이 점점 힘들어도, 필수품이다 보니 매년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숫자는 계속 늘어난다. 특히, 한국제 자동차의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예전에 비해, 요즘 도로에서 아주 쉽게 한국제 자동차를 발견한다.
하지만,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되는, 5년 넘는 연식을 가진 자동차 대부분은, 일본제 아니면 독일제 자동차들이다. 10년이 지나도 거래되는 중고자동차는, 대부분 일본제 자동차들이다. 새 자동차 가격은 일본제와 한국제 자동차의 가격이 비슷하다. 오히려, 한국제 자동차는 동급의 일본제 자동차보다 더 비싸다. 하지만, 구입 후 이 둘의 중고차 가격은 점점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5년이 넘은 한국제 자동차는 같은 연식의 일본제 중고자동차 가격의 절반정도밖에 안 된다. 10년이 지나면, 대부분 한국제 자동차는 폐차된다. 하지만, 10년 넘은 일본제 자동차는 여전히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가 된다. 관리만 잘하면 최소 5년 이상 더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제 자동차들이 한국 자동차들에 비해 디자인이 낙후되고 전자기술은 뒤처져 있지만, 부품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오랫동안 잔 고장 없이 탈 수 있다.
이곳의 자동차는 일종의 소모품이다. 값싸고 오래 쓰고 연비까지 좋은 일본제 자동차가 인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솔린 자동차에서 전기 자동차로 바뀌는 지금, 값싸고 오래 쓰고 기술도 좋은 전기자동차가 캐나다에 수입된다면, 중고차 시장에서 10년 지나도 여전히 믿고 탈 수 있는 전기자동차가 있다면, 그것이 한국제든 일본제든 미국제든 독일제든 중국제든 상관없이, 나는 기꺼이 타고 다닐 것이다. 고장 덜 나고 운전하기 편하고 가격도 저렴한 차가 나는 좋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