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이긴다.
텃밭에 작물을 심고 한동안 신경을 안 썼더니, 잡초밭이 되어 버렸다. 작물을 심기 전, 흙에 있던 모든 잡초를 제거하고, 물은 작물에게만 주었지만, 결국 잡초를 이길 수 없었다. 여러 종류의 잡초들이 작물들보다 어느새 더 넓게 자라, 이곳의 주인이 자신들이라는 듯 마음껏 활개치고 있다. 이 놈의 잡초들은 아무리 뽑고 또 뽑아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 끈질긴 생명력이 마치 이민자들의 삶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텃밭은 주인이 자신의 작물만을 심으려고 소중히 가꾼 곳이고, 그래서 잡초가 자라는 것을 결코 원치 않기에 보이는 족족 뽑아버린다. 그렇지만, 잡초를 완전히 없앨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 이민자들 역시 이 땅에 잡초처럼 환영받지 못한 존재들이다. 그래서, 눈치껏 살아남아야 한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고, 언제든 뽑혀 던져질 수 있는 연약한 존재들이다. 그래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들이다. 척박한 그곳에 다시 뿌리를 내리고, 다시 햇볕을 맞으며, 비가 내리면 물을 부지런히 흡수해, 꽃을 피우고 씨를 맺어, 더 나은 곳에 살기를 바라며 씨앗을 바람에 날려 버린다. 그 와중에 잘리고 뽑혀도, 땅 속 깊이 남아있는 뿌리를 의지해, 다시 꽃을 피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가을이 오면 작물은 뽑혀 사라져도, 잡초는 땅 속에 씨앗으로 남아, 봄이 오면 가장 먼저 싹을 피우고, 꽃을 피워, 부지런히 씨앗을 만들어 자신의 주위로 퍼뜨린다. 생각해 보면, 텃밭의 모든 흙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 한, 일단 한번 잡초가 자랐던 곳에는, 계속 같은 잡초들이 자란다. 사실, 잡초들도 서로 경쟁해서 살아남은 것들만 그곳에서 자랄 수 있고, 그나마 뽑힐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 이민자들은 이민자들끼리 서로 경쟁한다. 그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잠시나마 그곳에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계속 살아남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언제든 뿌리 뽑혀 버려질 수 있기에, 더 안 좋은 환경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명력이 있어야 한다.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력한 잡초가 되었을 때,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이곳이 자신의 영역이리고 주장할 수 있는 대표잡초가 될 수 있다.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도 시간을 견디고 살아남는 잡초처럼, 척박한 이곳에서 살아남은 이민자들은 모두 강한 생명력을 가진 승리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