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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를 잡으면

경적 스트레스

by 숲속다리

캐나다에서 처음 살던 곳은 큰길 옆에 위치한 아파트였다. 큰 길가에 있는 아파트였음에도, 신기하게 낮에도 밤에도 길이 조용했다. 집안에 있으면, 차가 지나가는 소리는 간간이 들리지만, 시끄러운 경적소리가 들리지 않아 조용했다. 나중에 내가 차를 운전하고 다닐 때 보니, 차가 아무리 막혀도 아무도 경적을 울리지 않았다. 예를 들어, 신호등이 바뀌었는데, 앞차가 출발하기 않아도, 뒤에 서있는 수많은 차들 중에 아무도 경적을 울리지 않고 기다렸다. 나도 이곳의 운전예절이 그려려니 하고, 경적 울리는 것을 잊고 살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내 주위에서 경적소리가 하나씩 둘씩 들리기 시작했다. 정작 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면, 누가 울렸는지 모를 때가 많았다. 오랜만에 듣는 자동차 경적소리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어디에서 소리가 났고, 왜 경적을 울렸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런데, 한 달에 한번 정도 듣던 경적소리가 일주일에 한 번이 되고, 어느새 매일 한 두 번 경적소리를 듣게 바뀌었다. 이젠 누가 왜 경적을 울렸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앞차가 신호가 바뀌었음에도 출발하지 않거나, 옆 차가 깜빡이를 틀지 않고 갑자기 끼어들거나, 앞차가 너무 느리게 가면 여지없이 뒤차가 경적을 울린다. 나도 어느새 그런 상황에 익숙해져, 그런 경우를 만나면 여지없이 경적을 울린다. 반대로, 뒤차가 내게 경적을 울리면, 울컥 화가 난다. 뒤차가 나의 상황을 모르고 경적을 울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적소리가 내 신경을 몹시 거슬리고, 흥분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국에서 운전할 때 항상 긴장하고 난폭했던 이유가 경적소리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경적소리가 이토록 흔하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차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길은 20년 전과 다름없는데, 차량의 숫자가 점점 늘다 보니, 운전할 때 갑갑하게 길이 자꾸 막힌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예전엔 양보를 해줘도, 기껏해야 1-2분 정도밖에 도착시간의 차이가 없었지만, 지금은 10분이 되고 20분이 되다 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어졌다. 게다가 차량이 많아져 사고의 위험성이 늘어나고, 난폭운전이나 무개념 운전하는 사람들이 덩달아 늘어나, 운전할 때 늘 신경이 곤두서있다. 예전처럼 느긋하게 운전하는 것이 어렵다.


일정한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것 자체가 커다란 스트레스가 된다.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데, 그런 거리가 줄어들면, 불안하고 강한 위협을 느낀다. 상대가 누구이든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 방어심리가 작동한다.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내 뒤에서 누군가 경적을 빵 하고 울리면, 손 한번 들고 미안하다는 표현을 하는 마음의 여유가 내게 필요하다. 그리고, 이곳에선 욕할 때 주로 자신의 모국어로 욕을 하다 보니, 운전 중에 욕을 들어도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해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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