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금요일

봄맞이 준비

by 숲속다리

사월의 성금요일부터 오월의 빅토리아데이까지 봄맞이 준비기간이다. 오전부터 겨울 동안 지저분하게 버려진 잔디밭 청소를 하려 했는데, 공교롭게 밤새도록 비가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바깥 잔디밭은 온통 젖어있고, 흐린 하늘에 바람만 세차게 분다. 잔디밭과 텃밭을 깨끗이 청소할 계획은 포기하고, 차라리 커피 한잔 마시며 좋아하는 책을 읽고, 밀린 빨래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밖엔 세찬 바람소리와 함께 나무들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밖을 멍하니 쳐다보며 아침을 먹는데, 어디선가 날카롭고 시끄러운 새소리기 들린다. 반가운 마음에 집 밖을 아무리 둘러봐도 새는 보이지 않는다. 집 근처에서 우는지 아니면 조금 먼 데서 우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국가 공휴일이라 주위에 오가는 차소리는 들리지 않고 새소리만 계속 울려 퍼진다.


겨울 내내 뒤뜰을 나가지 않았다. 눈이 아무리 많이 쌓이고 그 눈이 비바람에 다 녹을 때까지, 집안에서 쳐다볼 뿐 나가볼 엄두가 안 났다. 뒤뜰에 놔둔 물건들과 떨어진 나뭇가지들이 잔디밭 위를 이리저리 뒹굴어도 그냥 쳐다보기만 했다. 더러워지고 지저분해져도 하루 날을 잡아 깨끗이 정리하면 될 일이다. 어설프게 중간에 치워봤자 다시 지저분해져, 결국 또 한 번 더 치워야 하니 구태어 일을 두 번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이 바로 그 청소하는 날인데, 날씨가 받쳐주지 않는다. 갑자기 뒤뜰에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더니 잔디밭 위를 이곳저곳 뛰어다닌다. 아마 조금 전 내 주위에서 시끄럽게 지저귀던 놈인가 보다. 마치 겨울 동안 자신의 영역에 아무 일 없었는지 확인하듯, 뒤뜰 구석구석을 한참 뛰어다니다 휙 날아갔다. 나는 아마 저 새를 올해 내내 볼 수 있을 것이다. 내 경험에 따르면, 새마다 자신의 영역이 있어, 다른 놈들이 들어오면 쫓아낸다. 저 새는 이번 겨울을 잘 견디고 봄까지 살아남아 다시 내 집 뒤뜰에 찾아온 것이다.


점심을 먹고 나니, 해가 나왔다 들어가기를 반복한다. 바람은 여전히 세차게 분다. 그런데, 바람이 오전 내내 불어서인지 젖은 잔디밭이 조금씩 마르기 시작했다. 잔디밭 청소를 오늘 오후에 할 것인지 아니면 며칠 더 미룰 것인지 갑자기 고민이다. 섣불리 일을 시작했다 마무리를 못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기 때문이다. 오후 내내 한참을 고민하다 결단을 내렸다. 바람이 계속 불지만 날씨가 따뜻하니 청소를 시작했다. 떨어진 나뭇가지를 줍고 누렇게 말라버린 잎을 뽑고 겨울 내내 쌓인 나뭇잎들을 긁어냈다. 몸이 힘들어도 쉬지 않고 한달음에 끝내야 한다. 일을 하다 보니 온몸에 땀이 난다. 무거운 외투를 벗고 쭈그리고 앉아 일을 계속했다. 텃밭의 흙은 이미 완전히 녹아 여기저기 잡초가 나기 시작했다. 텃밭에 모종을 심기 전, 하루 날을 잡아 잡초를 모조리 뽑아야 할 것 같다. 텃밭 한구석엔 겨울을 견딘 대파들이 듬성듬성 보인다.


일을 끝내고 나니 더럽고 누렇던 잔디밭이 깨끗해졌다. 겨울의 흔적이 깨끗이 사라졌다. 늘 그렇듯 올해도 빅토리아데이가 오면, 나는 텃밭에 여러 모종을 심고, 잔디밭을 가꿀 것이다. 일 년의 절반이 겨울인 캐나다이기에, 상대적으로 짧은 봄여름가을이 소중하다. 그 짧은 계절동안 꽃을 심고, 잔디를 가꾸고, 야채를 심어 거둔다. 그렇게 긴 겨울의 우울함을 떨쳐내고, 햇볕의 소중함을 느낀다. 그리고, 길고 혹독한 겨울을 견딘 새들의 지저귐을 듣는다. 저녁때가 되니, 시끄러운 새소리가 여기저기서 다시 들린다. 해 지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캄캄한 밤이 되니 주위는 조용해지고 바람소리만 들린다. 오늘 밤엔 비가 내리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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