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산책

눈물이 또르륵

by 숲속다리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산책을 나섰다. 겨울 내내 집에만 있으니 마음이 점점 우울해진다. 겨울점퍼를 입고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두르고 집 밖을 나선다. 아직 바람이 차다. 걷다 힘들면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평소 자주 걷던 익숙한 산책길을 택했다. 동네 끝에 있는 커다란 공원까지 걸어갔다 되돌아오는 코스다. 단단히 차려입은 옷 덕분에 몸은 안 춥지만, 얼굴로 불어오는 찬바람은 어쩔 수 없다. 참고 그냥 걷는다. 힘들면 언제든 돌아오면 되니까.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눈송이가 하나둘 바람에 날린다. 뭐지? 설마 눈이라도 내릴 건가? 잠깐 서서 내리는 눈을 힐끗 쳐다보다, 다시 걷는다.


아무리 걸어도 바람이 너무 차다. 양쪽 귀가 너무 시려 아파온다. 참고 걷는다. 주위를 둘러봐도 나처럼 산책 나온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몇 번 내린 비에 모두 녹았는지, 길에는 눈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 눈이 모두 녹아 드러난 누런 잔디밭에는, 그동안 안 보이던 쓰레기들이 더럽게 뒹군다. 잠깐동안 햇볕이 비치다 금방 다시 흐려진다. 계속 매섭게 부는 바람에 얼굴이 너무 시리고, 특히 귀가 너무 아파 더 이상 걸을 수없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작은 공원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 가서 공원 안을 한 바퀴 돌고 난 후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그 공원에 혹시 누가 있나 쳐다보다,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떨어졌다. 찬바람 때문이다. 애완견 산책시키려 나온 사람들이 보인다. 애완견을 기르는 사람들은, 눈이 와도 비가 와도 아무리 추워도 애완견 산책을 위해 저렇게 매일 나온다. 나도 그들을 따라 공원 안을 한 바퀴 돌고 나온다.


의외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하나도 춥지 않다. 바람이 등 뒤에서 불어 얼굴도 귀도 시리지 않다. 길에 서있는 나무들 대부분은 가지 끝에 이미 작은 새순들이 달려있다. 날씨가 조금만 따뜻해지면, 언제나처럼 파란 잎사귀를 만들어낼 것이다. 잠시 그쳤던 눈이 다시 내린다. 눈앞에 눈송이가 날리더니 햇볕이 살짝 비추고 다시 흐려진다. 동네 우체통에서 우리 집 우편물을 챙겨 집에 돌아왔다. 서둘러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오니 따뜻한 기온이 온몸에 확 느껴진다. 집이 원래 이렇게 따뜻했나 싶다. 서둘러 실내복으로 갈아입는데, 방 블라인드 틈새로 햇살이 확 비친다. 다시 해가 나나보다. 하지만, 집 밖은 아직 춥고 바람은 매섭다. 사월이 오면 다시 한번 나가봐야겠다. 하루빨리 찬바람대신 따뜻한 봄기운을 느끼며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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