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겨울

봄은 저 멀리 있지만

by 숲속다리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창밖을 내다본다. 밤새 눈이 내렸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밤사이에 눈이 도로와 자동차 위에 소복이 쌓인 날이 아직 많다. 한겨울 매섭던 날씨는 한풀 꺾였지만, 밤엔 기온이 뚝 떨어져 눈이 내린다. 오늘도 눈이 쌓였지만, 빗자루로 쉽게 쓸어내릴 수 있는 정도의 눈이다. 이미 한겨울은 지났다. 하지만, 이런 날에 나는 자동차 시동을 걸기 전 항상 긴장한다. 이미 10년 지난 중고차이기에, 늘 시동이 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한다. 아직까지 시동이 안 걸린 적은 없지만, 늘 두렵다. 시동을 걸고 워밍업을 한 뒤 출근한다.


일한 지 두세 시간 지나자, 아침 일기예보한대로 밖에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점심시간 때까지 점점 더 많은 눈이 쉬지 않고 내린다. 도로와 자동차 위에 눈이 계속 쌓인다. 지난 눈폭풍 때처럼 중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하지만, 눈이 계속 내려 쌓여도, 오늘은 일을 중간에 그만둘 낌새가 안 보인다. 결국 퇴근시간을 다 채우고 퇴근한다. 회사 밖 주차장에도 자동차 위에도 지난번처럼 눈이 한가득 쌓였다. 집까지 운전해 갈 생각 하니 아득하다. 돌아가는 길은 멀지 않지만, 쌓은 눈 때문에 길이 미끄러워 걱정이다. 눈이 계속 내릴 때는 도로 위의 눈을 치우지 않는 것을 알기에, 보나마다 돌아가는 길이 험난할 것이다.


저녁 먹을 때가 되어 눈이 그쳤다. 3월에 폭설이 내리는 일은 이곳에서 그다지 드물지 않다. 4월에도 갑자기 눈이 펑펑 내릴 때가 있다. 지난번 내린 봄비에 쌓였던 눈이 다 녹았는데, 오늘 다시 눈이 한가득 쌓였다. 밤사이 제설차가 도로 위의 눈을 치우며, 지난번처럼 내 집 앞에 눈언덕을 만들어놓을 것이다. 그럼 나는 내일 아침 그 눈언덕을 치우고 출근해야 한다. 밤새 눈이 얼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3월이 된 후, 점점 기온이 따뜻해진다. 눈이 내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린다. 내일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리면 좋겠다.


겨울 내내 눈 내리면 쌓이고 그 위에 또 눈이 내려 쌓이고, 집 앞 쌓인 눈이 계속 높아만 가던 때가 얼마 전인데, 어느새 그 많던 눈이 사라지고, 미처 못 녹은 자그마한 눈만이 내 집 앞 잔디밭 구석에 흔적처럼 남아있다. 안간힘으로 버티며 남은 눈은 아직 겨울이 지나지 않았음을 내게 알려준다. 언제든 내 친구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파란 잔디밭을 다시 하얗게 물들이겠다고 경고하는 듯하다. 하지만, 끝날 것 같지 않던 매서운 겨울도 점점 힘을 잃고 있다. 단지 하루만 따뜻한 햇볕이 비추면, 그 많던 눈이 스르르 녹아 사라진다. 꽁꽁 얼어 아무리 깨뜨려 치우려 해도 꿈적 않던 눈더미가, 하루동안의 비와 햇볕에 무력하게 녹아내린다. 그래서, 나는 안다. 내가 굳이 애를 쓰지 않아도 그저 조금만 기다리면, 저 하얀 눈은 사라지고 봄이 올 것을. 눈이 내리고 날씨가 매서워도 그것들이 모두 마지막 안간힘이라는 사실을 안다. 아직 봄은 저 멀리 있지만, 매일 조금씩 내게로 걸어오고 있다. 늘 그렇듯 겨울이 봄을 이긴 적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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