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늙은 부모의 소포

우체국 냄새

by 김규성

" 왜 안 받아요?. 이 그이 다시 끌고 가라꼬?. 여이 냉장고에 뒀다가 보내주면 안 되까?"


"집 냉장고에 두었다가 파업 풀리면 전화드릴 테니 그때 보내세요"


노부부는 그다음 날에 와서 물어보았고 이젠 보내도 되냐고 몇 번이나 물으러 왔다.

딱 2주간이었다. 6월 7일 월요일부터 시작된 2주간의 택배 파업!


배달 노동자들의 파업 이유는 여태껏 자신들이 대가 없이 부담했던 물류센터에서의 택배 분류작업을 사업주가 부담하라는 요구였다. 이 파업은 과거에도 몇 번 벌였지만 현장에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자 이를 관철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애꿎게도 노부부의 하나뿐인 아들에게 보내는 택배가 이 파업 시작 날에 멈추게 된 것이다.


"뭐 땜에 그런데요?"


"글쎄요"


시원찮고 미적지근한 내 대답의 이유는 복잡했다.

택배는 내용물의 특성상 급하게 가야 할 음식인지라 지극히 당연하게 보내야 할 눈앞의 일이고 이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게 첫째 문제였다. 생활에서는 이 파업은 나에겐 대척 관계에 있다. 둘 다 원청의 위치가 아니다. 또 하나, 혹시 길을 가면서 택배원 차의 운전석을 본 적이 있으신가? 많은 택배 종사자들의 차량에는 김밥, 빵조각이 있음을 보게 될 것이고 물 대신 '가성비가 좋은, 높은 화력'의 탄산음료를 쉽게 볼 수 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을 하면서 어쩌다 한 번이 아닌 그분들에겐 일상의 한 끼다. 그 거친 끼니가 내 입으로 들어가는 끼니를 마련해 주니 나도 온전하게 넘길 수 없는 끼니가 되어 속이 더부룩했다.


보내지 못한 택배를 결국엔 노부부는 새로이 음식을 장만하여 파업이 끝나서야 아들에게 보내졌지만, 80 노구의 몸으로 굳이 아들에게 먹거리를 마련해 보내는 부부의 마음은 무엇이며, 늦은 나이에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아들의 인고 시간은 무엇인가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가보지 못했던 별을 우주 과학자들이 확인한 실체는 적어도 태양계내에는 지구에서와 같은 생명체가 있는 별이 없다고한다. 신비하다는 별이 황량하기 그지없다. 누구나 별이 되고 싶은 갈망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우주 속의 별 '티끌 같은 지구'에서 놀라움 이전의 광야도 활량 했다. 백지장 같은 무게, 커다란 여백이 주는 중압감. 택배 파업과 노부부에 대한 뒤섞인 감정이 그랬다. 화살촉이 내 심장을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는 시간이라고 여기자 나는 섬이 되어버렸다.


또 시간이 지났다. 퇴근 무렵 비가 내렸다.

갑자기 초임 시절 우체국에서 맡았던 쿰쿰하고 눅눅한, 쉽사리 가시지 않는 냄새가 났다.

오래지 않아 알게 된 우체국 냄새! 얼마 맡아보지 못한 밀가루풀 내음이다.

스스로 그러하니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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