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많은 소를 강 건너게 하다

보잘 것 없는 희망과 용기

by 김규성

"제가 올 때마다 도움을 주셔서 기분 좋게 일 보고 가요."


요즈음 우체국은 산물이 없는 비수기라서 오전 긴 시간 동안 객장에 손님이 없을 때가 많다.

가정 우편물은 오래전부터 소량이고 소위 경제에 도움이 되는 우편일은 기업의 우편물인데 대부분의 회사 일이란 대체로 오전에 집중 정리 과정을 거쳐 오후에 성과 처리를 한다. 이 리듬에 따라 현재의 우체국 일은 오후 두 시에서 다섯 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이 시간대에 하루 사업이 다 이루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느끼는 오전 사업 체감 정도는 절벽이고 육체적으로 늙어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오전에 찾아오는 손님은 특별히 귀하고 마음으로 반갑다.


아주머니는 인적이 드문 오전에 와서 일을 보고 격려의 말을 해 주었다. 잠깐 포장을 도와주고 바로 창고 정리를 하러 들어간 터라 아주머니에 대한 깊은 인상이 없다. 멍하니 서 있기 뭐해서 틈나는 대로 짐 싸는 일을 도와주고 노인들에겐 주소 대필도 해주며 보내는 경우가 많다. 아주머니도 과거에 나의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었나 보다.


나는 현재 직업으로 밉건 곱건 이 십여 년 가까이 이웃들의 삶을 거들었다. 거의 모든 주민들이 나를 알고 소소한 일상 하나가 내 손길을 거쳐 나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는 유치원 아이들이 견학을 하고 사랑하는 부모님께 편지 부치는 체험을 하고 갔다. 해마다 그랬었다. 나는 어쩌면 그 아이들의 생애 첫 편지일 수 있는 편지에 우표를 붙여주었고, 일상의 업무인 바쁘고 사연 있는 이들의 바람을 담아 잘 전달되고 꼭 이루어지도록 우편 도장을 찍어 보냈다.


더욱이 고마운 것은 우체국에 들어오는 모든 이들은 착한 마음으로 들어온다. 때론 서글프고 안타까울지언정 사악한 감정을 가지고 들어서는 이들이 없으니 이들로 인해 내가 바라보는 세상 풍경이 모두 봄날의 나뭇잎 같이 푸르고 따뜻한 날의 햇살 같은 눈을 가지게 해 주었다.


강 건너에 무성한 풀밭이 있다. 물살은 거세고 모든 것을 쓸어안고 깊고 넓게 흘러간다. 건너자니 두렵고 머무르자니 그 또한 어렵다. 나는 무리 중에 가장 먼저 몸을 날리는 극지의 펭귄이나 아프리카의 누우는 아니어서 눈을 껌뻑이며 숨은 몰아 쉬고 뒷걸음으로 자꾸 몸을 뺐다.


"산거지만 쿠킵니다."


수영은 말이 잘 한다고 한다. 그러나 장마에 떠내려가도 죽는 소는 없다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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