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떻게 지내시는가?
봄인 듯 여름인 듯 하지만 아침저녁 쌀쌀함은 만나지 못하는 만큼 어색하고 불편하지.
못 본 지 오래됐지? 유행병 탓이 아니야. 핑계야! 마음만 있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센 날은 오래전부터 그랬어.
오늘은 좀처럼 팔리지 않는 우표 재고를 조사했어. 여전히 전산 장부와 실물 차이가 없더군.
뜬금없이 IT시대에 우표라니! 문자가 넘치고 먼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들 하고도 수시로 깟똑 깟똑하는데 촌스럽지?
요즘 우표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나?
맞아, 요즘은 우표 대신 바코드나 둥그렇게 요금 표시가 된 스티커를 주지. 우체국에서도 우표를 팔지 않아.
편지 없어진지는 한참 됐고 일 때문에 주고받는 서류가 전부니까 편지는 퇴색한 옛말이 됐어. 그래서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우표는 금고에 두고, 클릭 한 번에 풀 없이 붙이는 스티커를 뽑아주면 손님이나 직원이나 서로 편하니까......
일만 있고 마음 없이 건조해가는 일상이지.
우표를 보고 나 역시 편지를 모르고 산지 오래고 누구에게 책상에 쭈그려 않아 써서 보낸다게 쉬운 일은 아니지 싶었어. 우편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이라 속내가 쪼그라들었고 천여통의 회사 우편물에 우편 도장을 찍다가 잠깐의 서글픈 생각이 들었지.
그런데 체구가 거대하고 현장에 전념하던 사람들이 들어오더니 필기대 쪽 의자에 앉아 편지 봉투 주소를 쓰는 모습이 보이는 거야. 쓰는 모습이 아주 진지했어. 한 자 한 자 정성을 담아서 반듯하고 정연하게 쓰려 노력했지. 아 저게 사람의 모습이구나 삶이 저런 거구나 느꼈어. 뭐 대단한 문장도 아니고 쟁그랑 소리 나는 사람들의 집이 있고 일터가 있는 곳이지. 많아야 이삼십 자 정도 불과 일분여 시간의 모습에 나도 빨려 들어갔지. 울긋불긋한 우표를 붙여 줬어야 했는데 마음으로 우편 도장을 찍었지.
그런 적 있지 않은가? 바쁘게 살다가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 이유 없이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딱히 집히지 않는 대상에 대한 그림움과 미움, 무의식에 허덕이는 존재 같은. 주제도 상대도 없이 마구 속내를 털어놓고 싶은 날이 있지.
그럴 땐 잠시 눈을 돌려 주변을 봐야겠더군.
퇴근 후 독주를 마셨지. 독한 화주로
단 번에 마시지 않고 잠시 입에 머금어 혀를 마취시키고 콧구멍은 홧 하게, 넘길 때 목을 따끔하게 하는 잠깐의 혼돈. 깔끔해지지. 이렇게 세상을 감상해봤어. 매력이야. 자주 많이 마시지는 말자고....
살짝 들뜬 기분을 담아 친구에게 편지 한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