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맘에 들지 않는다 남 하는 만큼 다 하지는 못해도 참아가며 이루는 소소한 재미가 불쑥 솟은 돌부리에 기운다 이제껏 다 물거품이다 두발로 서서 걷는 종족 지구에 출현하자 땅 파서 살고 흙 퍼서 그릇 만들고 땅 갈고 흙 엎어 집 식구가 늘자 땅 사서 땅 팔고 흙 퍼서 흙 팔고 그게 불세출 기술이 되어 몇 사람 평생 잘 모아야 할 모가치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자랑하는 제기랄 흙이나 땅이나 그걸 못하 다니 우표값 오른 지 넉 달이나 지나 열심히 사는 아주머니가 앞치마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빵모자 마스크 쓰고 되돌아온 편지 들고 흥분한다 이게 뭔 짓이냐 세상에 서울지방법원도 못 찾아가는 우체부가 있냐 눈 나쁘면 못 볼까 봐 글씨도 봉투에 넘치도록 썼다 잔뜩 켕긴다 슬며시 법원도 없고 사람도 없고 커피집이나 김밥집도 있을 텐데 다행히 집배원이 반송 도장도 안 찍고 되보냈으니 이름 써 주시면 우표값 다시 안 받고 보내줄게요 세수하고 발 닦고 식탁에 걸터앉아 든 생각 아 우표값 받아야 했는데 호랭이가 물어갈 물어갈 흙 팔고 땅 팔아 얘기만 억억 뒤죽박죽 어쨌든 오래가는 종족 십일월 열 아흐렛날 하늘에 컸던 달이 작아졌다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