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구부러졌으나 칼칼하고 굳은 성격이 걸음에 묻어있다. 혼자 사시냐 몸은 어떠시냐 몇 마디 말을 건네면 필요한 대답 말고는 쓸데없다. 분명 전 일생이 그랬을 터. 찬바람 나고서부턴 이 노인 콩 삶아 발효시킨 청국장 만들어 언니니 늙은 조카 피붙이 인연 닿은 이들에게 보내주는데 주소 글씨가 또렷하다. 한 자 한 자를 허투루 쓰질 않아 내가 틀리게 자판에 쳐 넣지 않나 두 번 세 번 또 보게 한다. 사람 마음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보내주고 남는 청국장 있으면 부탁드린다 했더니 손도 크시지… 만드는 방법과 끓이는 방법이 나름 꽤나 정갈하고 분명하여 맛있게 먹으려면 한소끔 만 끓여서 소금으로 간하고 취향 따라 고춧가루니 묵은지 넣으면 된다. 과학으로 말하면 현미경 들이대고 생화학 성분과 온도환경을 수치로 나타내겠지만 그러면 맛이 없지. 오랫동안 실패하고 냄새 맡고 맛보며 얻어진 청국장 그 깊은 맛이란. 이걸 인공지능이 구수하고 큼큼함 감치는 단맛을 찾을 리 있나. 이것저것 섞어 영양균형 맞추고 초간단 조리법과 마침내 인류의 삶에 주방일은 없어지게 됐다는 둥 꼭 붙는 말 획기적인 미래 식량으로 인류 발전에 어쩌고 하겠지. 정작 한 인생의 이야기가 없어져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않겠지. 그렇게 남는 시간에 우린 무얼 하지? 옛날보다 편해져서 지금 무얼 하고 고통스러운 짐을 벋어냈나. 지식보다는 지혜가. 무릇 더도 덜도 말고 우리네 살림이 노인 청국장만큼만 하면 큰 고민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