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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en Maker 배원열 May 09. 2024

왜 집을 사지? 직접 지으면 싼데...

12화 2층 바닥 '작은 보" 용접작업!! 외로운 작업의 시작

이때부터였다. 아침 일찍 눈뜨고 일어나 작업복을 주섬주섬 입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집 짓는데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수면시간을 줄여 이른 아침에 작업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용접작업은 혼자서 해야 했기에 다른 가족의 도움이 필요치 않았다.

아내는 학교 가는 아이들을 챙겨야 하기도 했고 집안 살림을 돌볼 시간도 많지 않았기에 매일같이 붙어 다녔던 우리는 아침시간에 다른 공간 다른 일을 하기 시작했다.


늘 운전하며 다니던 길을 버스를 타고 가니 안 보이던 것들이 보였고 보이는 것을 즐길 수 있었다. 이것을 여유라 느꼈고 짧지만 만끽했다.

학창 시절 매일 타던 콩나물버스에서는 타는 것도 전쟁!! 내리는 것도 전쟁!!이었다. 버스 입구에서 출구까지 가기 위한 몸부림으로 여유는 없었지만 항상 웃으며 그 순간을 즐길수 있는 순수함과 천진난만 함은 있었다.

그렇게 성장해 사회라는 곳에서 진짜 전쟁을 맛보고 살던 중~ 버스에서 느끼는 여유로움 이라니~

때 묻고 짠내가 나는 지금이지만 추억을 회상하고 낭만을 즐길 수 있었다. 버스 타고 집 짓는 현장으로 가는 짧은 시간이 행복했다.


작업현장 도착!! 이른 아침 공기는 습하고 선선하였다.

전날 정리해 놓은 용접도구 꾸러미와 고속절단기를 창고에서 꺼내고 작업 준비를 하는 것도 꾀나 시간이 걸렸다. 아침 일찍 무거운 자재와 장비를 만지시는 분들은 이 느낌에 공감이 될 것이다. 풀리지도 않은 몸으로 스트레칭도 없이 가벼운 것을 옮기며 몸에 열을 내기 시작하고 그렇게 몸에 열이 오르기 시작하면 바로 무거운 것을 들어 힘을 끌어올린다.

작업세팅이 끝나고 바로 기계소음이 귀를 관통하여 뇌에 이야기한다. 긴장해라!!

당일 작업 할 각관을 사이즈에 맞게 절단하고 BT비계에 올려 조심조심 큰 보 사이에 끼워 넣고 용접작업을 했다.


합판을 큰보에 거치해 놓고 작은보를 걸친다.


이때부터 용접은 위보기, 아래보기, 측면보기, 필릿용접... 전방향 용접의 실력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만족도가 높아지니 용접비드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예쁘고 튼튼한 용접비드가 만들어지면 입가에 미소가 번졌고 예쁘다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왔다. 이젠 용접쟁이가 되었나 보다.

전신을 혹사시키고 병원치료받기를 수차례해야 비로소 몸에 힘이 빠지고 쇳물을 다루는 경지에 다다르게 됨을 알게 되었다. 역시 한 분야의 전문기술자들은 성한 곳이 없고 영광의 상처가 몸에 수없이 훈장처럼 새겨져 있기 마련이다. 나도 몸에 영광의 상처가 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의 작업 변수는 예측이 되지 않는 단계였기에 부족함이 많았다.

이때 처음으로 몸이 견뎌내기 힘든 강한 전기를 먹었다.

왼쪽 겨드랑이를 타고 들어오는 전기가 심장과 폐에 닿는 순간 숨을 잠깐 쉴 수 없었다.

뇌는 전기를 안 먹어서 판단이 가능했다. '각관에서 떨어져야 해!!' 사실 생각보다 몸의 반응이 빨랐다?

아니다 누전차단기가 떨어져 준 덕분이다.

왜 그런가 원인을 찾아보았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경험이 부족하니 원인과 해결책을 못 찾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다 두 번째 전기를 먹고서야 원인을 찾았다.

그 원인은 '아침이슬'이었다.

아침이슬로 각관은 늘 젖어 있었고 젖은 각관이 옷을 적시고 젖은 옷은 내 피부에 맞닿아 있었다. 전기가 물을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 상상해 보라!! 


다음날부터는 아침 작업 준비가 한 가지 더 늘었다. 각관에 내린 이슬을 마른걸레로 닦아내고 열풍기로 습을 날렸다. 두 번 전기를 몸으로 먹고서 생긴 안전작업 방법이다. 하지만 아직도 경험이 부족했다.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전기를 먹게 되는데 땀으로 젖은 옷이 원인이었다. 땀에 젖은 옷으로 각관을 겨드랑이 사이에 끼운 뒤 용접을 하는데 어찌 전기가 몸으로 안 흐르겠는가? 여지없이 전기는 내 몸 안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초보 용접사는 몸으로 전기를 먹어가며 주의할 점을 터득했고 용접이라는 작업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배우게 되었다. 이때부터 마른 옷을 여벌로 챙기기 시작했다.

작은보 각관을 겨드랑이에 끼고 작업하는 모습


안전작업이라 쉽게 말하지만 안전을 지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뉴스를 통해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를 접한다.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왜 이런 일들이 벌어졌는지 보고 있다 보면 가끔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그 이유는 현장의 상황이라는 것이 몇 줄의 기사 또는 몇 마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그러한 기사나 영상을 본 사람들 중 어떤 이들은 마치 본인은 다 아는 것처럼 비아냥대며 마치 자신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을 볼 때 화가 난다. (진짜 해보고 하는 말인가?)


진짜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해본 것처럼 말하는 것이 싫다. 공감할 수 없는 것을 공감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 싫다. 세상엔 가짜들이 꾀나 많다.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을 떨며 작은 보 용접작업을 수일간 꾸준히 해 나아갔다. 나는 우리 집 가훈처럼 근면하고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때로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투정 부리고 마음이 나약해지면 결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


작은 보 각관 사이즈 100 × 50 × 5000 (단위 : mm)

총 54개의 각관을 하루에 3개씩 자르고 붙이고를 하여 18일간 작업하였다. 아침의 짧은 시간 작업이지만 이 시간들이 모이니 1층 천장 겸 2층 바닥이 될 작은 보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아침 11시 30분~ 어김없이 아내가 픽업하러 왔다. 이제 일 하러 가야 지~ '일 끝내고 일하러 간다.'

어느샌가 웃픈 현실이 되었다. 차에 올라 등이 닿고 머리가 닿으면 1초 만에 잠이 들어 버리는 것이 당연한 나날들이었고 현장에서 다른 현장으로 일하러 가는 짧은 이동시간이 꿀처럼 달콤했다.


느리지만 조금씩 쌓여가는 우리의 집 골조를 볼 때면 그 노력이 헛되지 않음을 느꼈고 꿈이 현실이 될 그날을 상상하면 힘들지만 다시 힘이 솟아났다. 돈 버는 것도 기쁘고 일하는 것도 기뻤다. 적은 돈이지만 그 돈의 가치를 최고로 만들어주는 것!! 그것은 바로 기술이고 노력이고 인내이고 끈기이다.


나는 말한다. "그만한 것을 얻으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라고

부러워할 것 없다. 창피해할 것도 없다. 그만한 대가를 치러 얻어낸 것이라면 그 어디에서도 당당할 수 있다.


누군가 이뤄낸 것을 보며 부러워하기 전에 당신은 그만한 대가를 치렀는지부터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이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서도 가벼이 말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이야기는 1층 끝났다. 2층 골조작업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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