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den Maker 배원열 May 16. 2024

왜 집을 사지? 직접 지으면 싼데...

13화 2층 큰보, 중심보 작업!! 높은 곳은 무서워~

1층 골조공사를 끝낸 다음날 아침 아내가 돌아가신 할머니가 꿈에 나오셨다고 했다. 늘 행복한 미소로 바라봐 주시고 좋은 덕담을 해주셨던 할머니와의 추억들이 떠올랐다.

할머니는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정이 넘치셨고 가족들에게는 사랑이 넘치셨던 분이시다.

2015년에 돌아가신 할머니는 항상 우리를 아껴주시고 예뻐해 주셨다. 결혼 전 처음 아내의 집에 인사를 갔었는데 키가 작은 나를 보시곤 "키가 쬐깐하네" 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 처남들의 키가 워낙 커서 더 그렇게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결혼을 하고 처갓집을 종종 방문하며 할머니와의 행복한 추억을 쌓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처갓집이 이사를 하던 날 이었다. 이삿짐을 나르고 바닥을 정리하는 나를 보며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키는 작아도 큰 사람이구먼" 왠지 할머니에게 인정받은 느낌이 들었고 어깨가 으쓱했다.


꿈 속에 나오신 할머니께선 밝게 웃으시며 아내에게 '나 죽 한그릇 다오' 하셨다고 한다. 아침 일찍 아내는 죽 한 그릇을 정성껏 끓여 식탁 위에 올려 놓았다.

"할머니가 위험한 거 하니까 당신을 지켜주시려고 꿈에 나오셨나봐"라고 말했다.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내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그렇다. 이제부터 하는 작업은 목숨과 직결되는 아주 위험한 작업이다. 가족들 모두의 마음이 편하지 않은 날의 시작이었다.

우선 높은 곳에서의 작업은 측면 가설재를 튼튼하게 설치하고, 높은 곳은 BT비계나 사다리 위에서의 작업시 바닥상태, 바퀴의 방향, 하중의 분산, 움직임, 변수에 대한 안전 대책 등등을 체크해야 한다. 모든 순간 나의 오감, 아니 육감까지 곤두세우며 작업에 임해야 한다.

한 번의 실수가 곧 목숨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목숨? 아니다. 이건 내 목숨만 달린 것이 아니다. 가족의 미래가 걸린, 우리 가족 모두의 인생을 건 작업이다.



아버지께서도 걱정이 많으셨나보다 아들이 2층에서 작업을 하다가 떨어질까봐 비계와 비계클램프를 이용해 가설재를 설치하는데 신중을 기하셨다. 그리고 2층 바닥을 밟고 다닐 바닥 거푸집이 움직이지 않도록 하기위해 전용 클램프를 만들어 오셨다. C형 클램프는 철근과 전산볼트, 너트를 이용하여 만드셨는데 그 클램프를 보고 역시 아버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늘 현장에 맞는 도구를 직접 고안하여 제작하여 사용하셨다.

어린시절 아버지께서 만든 도구들을 보면 투박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것을 보면 투박하다는 생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아버지의 DIY 도구는 안전한 작업을 위해 빛을 발했다.


2층 큰보와 중심보는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고 트러스를 지지하는 필수적인 작업이다. 이 작업은 두 단계로 구성된다.


1. 골조의 바깥쪽에서 중앙쪽으로 '큰보' 설치
2. 중앙기둥끼리 잇는 '중도리' 설치


이 시기에 아주 유용하게 사용된 것이 거푸집이다. 바닥 콘크리트 타설 전에 두고두고 사용할 거푸집을 만든 것이 이번 작업에도 큰 역할을 했다. 거푸집과 거푸집을 직결나사로 연결하니 꽤나 튼튼한 바닥이 되었다. 이참에 4자(1200mm) × 8자(2400mm) 사이즈로 10개를 더 만들어서 안전한 2층 바닥을 확보했다.



측면 가설재와 튼튼한 바닥이 완성되고 나니 이제 그 위에서 굴리며 작업할 수 있는 BT비계와 언제든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준비했다. BT비계는 바퀴가 있기 때문에, 올라가기 전에는 반드시 두번, 세번씩 바퀴가 잘 잠겼는지 확인했다. 혹 바퀴의 방향이 휙 돌아가더라도 건물 안쪽으로 돌아가도록 조정했다.(이또한 현장의 노하우 이다.) 공사장의 바닥과 내 신발에는 물기가 있는지 항상 확인해 혹시나 미끄러지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 (거푸집은 라미네이트 코팅이 되어 있는 태고합판이기에 습에는 강하지만 물기가 있으면 미끄러 질 수 있다.)


그렇게 시작한 2층 큰보, 도리 용접. 용접 실력은 나날이 '꽤' 늘었다. 쇳물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을 넘어서 늘렸다 좁혔다 조절하는 것이 되기 시작했다. 이젠 어떤 자세나 어떤 위치도 용접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덕분에 위험한 고공에서도 용접을 다양한 각도, 위치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지난날 나를 그렇게 애먹이던 용접이 이제는 무적의 건축가로 만들어 준 것이다. 용접 연습을 하면서 눈물도 흘리고 허물도 벗겨질 정도로 노력했던 과거가 떠올랐다. 웃을 수 있게 되기까지 참으로 많은 시련이 있었지만 묵묵히 멈추지 않고 노력한 결과가 이렇게도 클 줄이야.

나를 찾아오는 집짓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꼭 이야기 한다. 용접이라는 기술을 반드시 익히시라고.


각관을 잘라 2층으로 옮기는 이동 작업도 계속 하다보니 능수능란해졌다. 처음엔 자른 각관을 BT 아시바에 올리고 다시 BT 아시바에서 2층으로 옮기고 2층으로 올라가서 필요한 장소로 옮기며 작업을 했었는데, 몸이 힘들어 더 편한 방법을 찾게 됐다.

자른 각관을 BT 아시바에 싣고 필요한 장소로 이동하여 바로바로 2층으로 옮겨 작업을 진행했다. 주변의 사물과 도구를 활용할 줄 아는 단계가 된 것이다. 별 것 아닌 요령 같지만 이동량이 많아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 동작만 바꿔도 현장의 작업능률은 확실히 올라간다.



이렇게 큰보와 중도리 작업을 마쳤다. 2층 골조의 기초 작업이 완료된 것이다. 바닥의 거푸집이 많지 않은 관계로 수차례 작업할 곳으로 거푸집을 이동하며 작업을 했는데 역시 2층에서 무언가를 옮긴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바닥이 있는 곳에서 작업을 할때보다 바닥이 없는 곳에서 작업을 하는 것의 피로도는 두세배 이상이다.

2층에서 내려오고 나서야 한숨을 돌리는데 그 긴장이 풀리고나면 아무데서나 드러눕고 싶어진다.


주변 사람들은 이런 내게 말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혼자 하니 속도가 더디고 힘들지." 맞는 말이다. 대개 현장은 3인 1조 또는 4인 1조로 일을 한다. 적어도 혼자서 작업을 하는 일은 보기 드믄 경우이다.

하지만 우리의 형편상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아침에 잠깐 와서 각관 몇개 붙이고 다시 일상의 현장으로 돌아가 일을 해야하기에 다른 사람을 쓸 수는 없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런 말을 했다.

"사람과 중장비를 사용해서 짧은 시간에 집을 얼른 짓고 나중에 돈벌어 갚으면 되지."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남의 돈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불확실한 미래에 그렇게 큰 돈을 투자할 정도로 간이 크지 않았다.


그리고 또다른 이유는 작업자의 검증받지 않은 실력으로 내집을 마구잡이로 짓는 일에 돈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집짓기 전 건축주들과 이야기를 해본적이 있다. 건축주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현장 작업자들이 대충대충 안무너질 정도로 집을 짓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글을 읽은 집짓는 일부 업자분들은 자신을 탓하기 보다 이런말 한다고 화부터 낼 것이다.

그렇다. 건축주들은 업자들의 이러한 태도에 질려 있었다. 어쩔수 없이 맞겨 집을 지었지만 정말 돈이 아깝게 작업을 한다고...


나또한 지난날을 생각해 보면 모른다고 보는 앞에서 엉망으로 작업을 하고 그때그때 말도안되는 임기웅변으로 순간을 넘기고 떠나가면 끝이었다. 결국 모든 뒷감당은 돈을 쓴 사람의 몫으로 남을 뿐이다.


이러한 여러가지 상황들이 뭉쳐서 탄생한 것이 '직접 집짓기' 이다. 기술을 익혀 내 마음에 들도록 하나부터 열까지 작업을 해낸다. 얼마나 속시원한가. 남을 탓할 필요도 없고 돈을 헛되이 쓰지 않아도 되니 세상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나는 우리 가족들에게 정말 감사한다. 내가 혼자 여기에 와 있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다.

여기서 이렇게 내가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우리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문제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여기서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간혹 주변을 보면 혼자 잘난 것처럼 행동하고 말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런 사람들은 마치 모든 일을 혼자서만 다 한 것처럼 말한다.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다.


내가 해석하는 관점은 다르다. 아내가 아이를 케어하고 가정에서 남편이 해야할 일을 아내가 대신 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여기에서 집을 지을수 있는 것이다. 만일 아내의 이런 노력을 부정한다면 아이들과의 추억과 앞으로의 미래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이는 부부가 함께 키우는 것이다. 그러나 아빠가 피치 못한 사정으로 그 역할을 하지 못하는 때가 생기면, 그 모든 것은 아내만 짊어지고 가야하는 아주 무거운 일이다. 그 무거운 일을 아내가 하고 있었다. 잘 먹이고, 잘 챙기고, 아프면 병원데려가고, 문제가 생기면 문제해결을 위해 아내는 남편이 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 역시 자신이 맡은 일을 잘 해주었다. 학교에 가서 작은 사회를 배우고 학문을 익혀 능력을 갈고 닦았으며 교우관계를 좋게 하여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배웠다. 거기에 최고로 고마운 것은 '큰 사고없이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 이 어려운 것들을 아이들은 잘 해주고 있었다. 만약 이 수없이 많은 일들중 문제가 하나라도 생겼다고 생각한다면, 현재 당신은 거기에 있을 수 있는가?


혼자서 다 했다는 자만감이 들 땐 다시 한번 주변을 돌아보고 고마웠던 사람이 없었는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조화롭게 지내고 도와주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내 삶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혼자 잘난 척을 하면 안된다.

작가의 이전글 왜 집을 사지? 직접 지으면 싼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