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리 + 보조기둥 + 트러스 공사는 해도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매일매일 같은 작업의 연속이었다.
언젠간 끝이 나겠지라고 생각을 하지만 솔직히 이때는 끝이 날 것 같지 않았고 올해 안에 골조공사를 다 할 수 있을지 나 스스로에게 무수히 되 물었다. 언젠가는 다 할 것이라는 답은 정해져 있지만 그 답을 얻기 까지는 그만한 대가를 치워야 함에 마음이 약해지기도 했다. 나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었다.
지금껏 살아오며 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은 나 스스로를 성장시켰다. 이번에도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입은 다물고 몸은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였다.
아침 일찍 눈떠 버스타고 집 짓는 현장으로 갔고 각관과 C형강을 자르고 높은 곳에서 용접하는 아침 일과가 익숙해지고 힘들다는 생각이 사라지며 내 생활의 일부로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오전 11시가 되면 어김없이 아내는 나를 픽업하고 집짓기를 뒤로 한채 일터로 향했다. 트러스 작업은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아래 사진을 보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3계절 보내고 곧 겨울이 찾아올 예정이었다. 연말이 다가오면 올해 안에 계획했던 것을 다 했는지 혹시 빠지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미쳐 못다한 일을 열심히 해서 마치거나 또는 포기하고 내년으로 미루거나를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부지런히 작업해서 골조공사가 끝이 나기를 간절히 바랬고 그 바램은 조급한 마음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주말이 언제였는지 잊은지 오래다. (이때를 생각하면 아내와 아이들에게 참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남들은 주말에 쉬기도 하고 여유도 부리고 맛있는 것도 먹으로 다니고 여행도 다닌다는데 이러한 것을 포기해야만 내집을 가질 수 있다니... 얼른 집짓고 우리가족이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그 순간을 꿈꿨다.)
간절함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트러스 작업은 겨울을 코앞에 두고서야 마칠 수 있었다.
20개의 '평보', 20개의 '자보', 10개의 '왕대공', 80개의 '달대공', 80개의 '빗대공', 380개의 철판(빳찌) 로 만들어낸 10개의 A형 트러스!!
마지막 트러스 빳찌를 용접하면서 기쁨과 환희가 뒤섞인 함성이 나왔다. 온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조금은 창피했지만 창피함보다 기쁨이 더 컷기에 아무렇지 않았다.)
3계절 동안의 피, 땀, 눈물, 노력, 인내가 결실을 맺은 것이다.
참으로 길고도 고된 작업이었다. 매일 높은 곳으로 무거운 쇳덩이를 들어 올려 용접을 하는 순간에는 위험함의 연속으로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용접이 끝나고 높은 곳에서 내려와 땅에 발을 디디면 긴장이 풀리면서 피로가 몰려왔다. 그만큼 고공에서 하는 작업은 땅에서 하는 작업보다 더 긴장되고 더 힘이 들었다.
각관과 C형강을 많이도 잘랐다. 1층 바닥에서 트러스 상부까지 자재를 많이도 날랐다. 사다리를 무수히도 탔고 BT비계도 무수히 오르내렸다. 용접도 무수히 했다. 지나온 시간들이 머릿속을 튀어나와 눈앞에 영화 필름처럼 지나갔다. 얼마나 감격스러운가. 눈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마음은 울고 있었고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대견하다 생각했다. 기쁨을 만끽하며 사진도 찍고 아내에게 사진을 전송했다. 아내에게 바로 전화가 왔고 정말 수고 많았다며 함께 기뻐해 주었다.
아직 골조가 완성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짧은 순간을 만끽했고 이제 다음 작업의 시작이다.
트러스를 모두 만들었으니 이젠 트러스를 쭈~욱 이어줄 '장선' 작업의 시작!! 이다.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는 법??'
추운 겨울이 왔다. 하지만 해를 넘기지 않았으니 우리의 올해 도전은 아직 끝난것이 아니다.
장선으로 사용한 자재는 C형강이다. C형강은 길이가 10m로 각관 6m 보다 4m 더 길다. 길이가 길다보니 골조 최상단까지 중장비없이 올리는 것은 쉽지는 않았다. 나름의 요령과 젊음이라는 강한 힘이 있었기에 밀어부치며 작업을 수행해 나아갔다. 휘청 한번 하면 대형 사고이기에 역시 안전에 신경썼다.
10m의 C형강을 2층 골조에 먼저 기대어놓고 2층 으로 올라가 C형강을 트러스까지 끌어 올려 기대어 놓는다.
그다음 트러스로 올라가 다시 C형강을 끌어 올려 표시해 놓은 위치에 뉘웠다.
크레인으로 올리면 5초면 끝날 일을 10분동안 올리고 있었다. 크레인 비용을 아끼기 위해 참으로 많은 시간과 힘을 쏟아 붙고 있었다. 아마도 크레인 기사님이 보시면 한숨을 쉴 노릇이다.
C형강 '장선' 용접을 위해 트러스와 트러스 사이에 거푸집을 걸치고 그 위에 올라서서 C형강을 정해진 위치에 용접했다. 거푸집은 바닥기초부터 건물 최상단 골조까지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처음 집짓기를 시작할때 거푸집을 빌리지 않고 만들어서 두고두고 쓰자고 판단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인것 같다.
C형강의 모서리 라운드는 각관보다 둥글어 용접을 할때 특히나 신경써야했다. 더 깊고 더 두껍게 용접하는 것이 포인트다.
골조 작업 중반쯤 아내는 머리에 고정시킬 수 있는 최고급 자동용접면을 선물해 주었다. 머리에 착용하고 활동이 가능하기에 두손을 다 사용할 수 있었다. 두손으로 C형강 옮기고 한손은 몸을 지탱하고 다른 한손은 용접을 하는 최상의 작업 컨디션이다. 용접을 이렇게 오랫동안 많이 할 줄 알았다면 진작에 샀을 것인데 우리는 집짓는 것이 이정도로 힘들고 오래 걸릴 줄은 몰랐기에 뒤늦게 후회를 많이도 했던것 같다.
골조 최상단에서 내려다 보이는 경치는 산에 오른 것 처럼 아름다워 보였고 기분은 날아갈듯 했다. 가을 햇살은 덤으로 받는 선물 같았다.
봄에 골조 공사를 시작하여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끝나 겨울을 맞이하며 트러스 장선 공사를 끝으로 드디어 골조 공사가 끝이났다. 골조를 바라보니 마치 거대한 상자가 만들어진 기분이 들었다. 이 상자에는 많은 자재, 많은 시간, 많은 기술, 인간이 느끼는 희노애락이 담겨져 있다. 골조공사를 하며 나의 외적인 모습은 초췌해 보였지만 내적으로는 더욱 강해진 마음과 몸으로 할 수 있는 기술이 성장했다. 한단계 업그레이드가 된 '나' 였다.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가 수고했다.
내집짓기의 '내' 자는 가족을 뜻한다.
아이들은 바르고 건강하게 탈 없이 잘 커주었고
아내는 아이들과 남편을 케어하고 서포트 했으며
부모님께서는 아들 다칠까 사고날까 마음 고생하시며 기도해 주셨다.
그렇기에 내집짓기는 혼자가 아닌 가족이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의 노력으로 우리 가족은 한걸음을 나아갔고 이제 다시 한걸음 나아가보려 한다. 다음 작업은 판넬 공사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