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내 집을 짓겠다고 다짐을 한 계기가 있었다.
지나가던 길에 C형강 골조에 강판으로 외벽을 한 곳이었는데 저기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 하던 찰나에 그곳에서 사람이 나왔다.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집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고정관념이 생기기 마련이다. 마치 그것이 정답이라 믿고 살아간다. 하지만 처한 환경, 살아온 역사, 꿈꾸는 미래 등등 기타의 이유로 정답은 달라진다.
집이란? '철근 + 콘크리트'로 만들어야 집이다. 이건 고정관념이었다.
좀 더 원시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애초에 '집'이란 것은 채집과 사냥으로 떠돌아다니던 생활에서 농작물과 가축을 기르며 정착생활이 가능해졌고 머물 수 있게 되었으니 '머물 수 있는 곳'이 필요해졌다. 그것이 바로 '집'인 것이다.
원시적인 집이 만들어지고 그로부터 약 3만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건축의 기술은 진화하고 발전하였다.
현시대 집을 짓는 방식은 크게 3가지 방식으로 간추려진다.
1. 철근콘크리트 방식
2. 경량철골조 방식
3. 목구조 방식
이렇게 구분된다.
세 가지 중 택 1을 한 후에는 다양한 건축자재들 중 기호나 상황에 맞는 자재를 선택하여 벽, 지붕, 실내 등을 작업한다.
이 세 가지 중 우리가 선택한 골조방식은 경량철골조이고 지붕과 벽체는 '샌드위치 패널'을 선택하게 되었다.
2017년 당시만 해도 샌드위치 패널로 건물을 지으면 '창고 또는 공장'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했던 시기이다.
실제로 나의 유튜브 영상 중 '내 집짓기' 영상의 댓글 중에는 '그게 공장이지 집이냐?'라는 댓글도 상당히 많았다. 이 댓글을 보는 순간 '과거 나와 같은 고정관념을 가진 분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속이 상하기도 했지만 응원을 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계셨기에 힘이 되었고 이 영상을 보신 많은 구독자분들 중 몇몇 분들께서는 본인도 이렇게 집을 짓고 싶다며 찾아오시는 분들 전화나 이메일로 문의하시는 분들도 상당수 계신다. 현재도 ing 중이다.
유튜브 영상 링크 https://youtu.be/YmcFduv7 hig
불과 몇 년 사이에 많은 것이 변했다. 2024년인 지금은 경량철골조에 샌드위치 패널로 지붕과 벽을 마감한 집이 대중화되었다. 운전을 하고 도로를 달리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시대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과 해석하는 방식 다르다. 7년간 집을 지으며 온몸으로 시대의 변화를 느꼈다.
샌드위치 패널은 벽과 지붕을 만드는데 아주 효율적인 자재이다.
외철판 | 단열재(스티로폼) | 내철판
위와 같은 형태로 만들어진 샌드위치 패널은 내외부를 완벽하게 분리해 준다.
샌드위치패널의 철판(컬라강판)은 아연도금 강판이어서 내후성 내식성에 강하다. 거기에 다양한 색상으로 도장되고 열처리를 하여 외부환경에서 오랜 시간 버틸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소재이다. 그리고 외철판의 디자인이 다양해 기호에 맞는 선택도 가능하다.
(우리가 선택한 디자인은 C라인 패널 / 색상은 은회색, 06B1 두 가지로 선택했다.)
컬러강판 사이에는 단열재(스티로폼 또는 유리섬유 또는 우레탄)가 들어 있어 단열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샌드위치패널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시공이다. 넓은 면적의 패널을 골조각관에 직결나사로 고정시키고 그 위에 쌓아 올려 고정시켜 나가는 방식인데 패널 한 장 한 장 붙일 때마다 가로 6m 높이 1m 면적이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철근콘크리트 또는 조적 또는 블록 시공과 비교해 보면 작업속력의 차이가 최소 3배 이상 빠르다.
단열효과도 뛰어나고 시공도 빠르다는 장점이 샌드위치패널 자재가 가진 가장 매력이라 생각한다.
건물의 사용 용도에 따라 건축법에 맞는 단열재 두께를 선택하고 시공을 하면 훌륭한 건축물 또는 구조물이 만들어진다.
가끔 뉴스에서 샌드위치 패널 건물의 화재를 보도하는데 화재에는 그 어떤 건물도 안전할 수 없다. 마치 샌드위치 패널이 큰 문제가 되는 것처럼 보도가 되는데 요즘 콘크리트 건물벽 사이에도 단열재가 들어간다.
내외부의 소재가 철판이냐 콘크리트냐의 차이이지 건물의 단열에 사용되는 단열재는 동일하다는 것이다.
사용하는 자재의 특성을 잘 알고 다뤄야 하며 전문적인 시공 방법을 알고 취급을 해야 한다. 그리고 건물 사용자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지, 관리, 보수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 시절에는 샌드위치 패널 시공에 대한 정보가 워낙 적고 시공을 하는 곳에서도 자료나 경험이 부족했던 때였기에 기댈만한 곳은 패널 공장 밖에 없었다.
공장에 수도 없이 전화하고 소개해준 곳으로 답습을 다니며 상담을 받았다. 같은 소재여도 시공하는 방식에 따라 단열이나 결로의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공하는 기술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무엇하나 쉬운 것이 없다.
저렴하면서 예쁜 패널을 선택하기 위해 A패널, 아리랑패널, 조은패널에서 견적을 받았다.
(2017년 당시에는 이 세 회사가 대표적인 샌드위치 패널 회사였다. 지금은 이 외에도 많은 회사들이 생겼다.)
비용의 차이는 M당 몇 백 원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큰 차이가 없음에 선택은 상담을 가장 잘 해준 조은패널로 하였다. 역시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끌리는 곳이 있다.
수차례 패널 유통처에 방문을 하며 임시견적을 여러 번 받았다. 주문도 안 하면서 임시견적만 자꾸 요청을 하기에 귀찮을 법도 했을 텐데 시공방법에 대한 조언과 시공 현장 방문에 도움을 주었고 그 외에 경량철골조에 대한 경력이 있으신 사장님의 아버님께서는 철골조 구조방식에 대한 본인의 경험과 지식까지 전수해 주셨다.
이때 처음으로 수평트러스에 대해 알게 되었고 공부도 하게 된 좋은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패널 유통처를 내 집 드나들듯 다니다가 드디어 결심이 섰고 주문을 하게 되었다. 대금을 지불하고 일주일 뒤 패널을 배송받기로 했다. 당일 패널 하차를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할 것도 안내를 해주셨는데 패널의 부피와 무게가 상당하기에 지게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미리 지게차 기사님을 섭외하였고 당일 화물차 도착할 시간을 알려드렸다.
드디어 패널이 도착하기로 한 당일!! 아침 일찍 부모님께서도 이것저것 걱정이 되셨는지 현장에 도착해 계셨다. 패널시공 시 이동 동선을 계획하여 패널을 놓아둘 곳을 지정해 두었다.
전날 패널 운반 기사님에게 전화를 받고 도착시간을 안내받았고 지게차 기사님에게도 시간 안내를 다시 한번 하였다. 현장에서 당연한 것은 없다. 체크하고 확인하기를 꼼꼼히 두 번 세 번 해야 한다.
드디어 당일~ 도착하기로 한 시간에 패널 운반 차량 도착!! 지게차 기사님은 그전에 도착하여 지게차에 시동을 걸어 차에 온도를 높여 작업을 언제든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계셨다.(계절은 겨울 12월이었다.)
샌드위치 패널은 사전에 계획한 곳에 놓였고 마감 부자재도 한편에 잘 놓였다. 그리고 반드시 해야 할 사항!! 주문한 내용과 일치하는지 사이즈와 수량을 반드시 체크한다. 체크가 끝나면 운반해 주신 기사님에게 비용을 지불한다.
5톤 화물 - 한 차당 비용은 190,000원 X 두 차 = 380,000원
지게차 비용 - 시간당 80,000원
두 달 동안 준비한 샌드위치 패널 주문!!
패널 하차부터 체크까지 단 25분 만에 끝났다. 속이 시원하면서도 이렇게 빠르고 간단하게 끝이 나버리니 뭔가 공허함이 느껴졌다. 지게차 기사님에게 80,000원을 드렸는데 가시면서 아이들 아이스크림 사주라고 10,000원을 내어 주셨다. 이런 게 바로 현장의 '정'인가 보다 가슴이 뭉클해지고 감사함을 느꼈다.
(기사님 전화번호 저장해 놓고 다음에 일이 생기면 또 전화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눈을 돌려 잘 쌓여 있는 샌드위치 패널과 부자재를 보니 공허한 마음에서 가득 찬 마음으로 바뀌었다.
아직 패널을 붙이지도 않았는데 배가 부르다. 마치 금방이라도 집이 만들어질 것 같았다.
다음 이야기는 외벽 패널 작업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