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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en Maker 배원열 Mar 07. 2024

왜 집을 사지? 직접 지으면 싼데...

3화 집 짓기의 시작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내 집을 내 손으로 직접 짓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수년 동안 아내와 함께 고민해 온 일이다.


과연 10년 동안 열심히 돈을 모아 내 집을 빚 없이 장만할 수가 있을까? 그 집은 내가 꿈꾸던 평수와 구조일까? 혹 또 어쩔 수 없는 현실과 타협하여 ‘만족했다’라고 말할 것인가?


그간 나와 우리 가족이 살아온 주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아파트(10살 때부터 27살까지)

아파트 생활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층간 소음을 주의해야 했다. 윗집만 잘 만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하도 쿵쿵대서 윗집에 올라가 보면 아무도 없었다. 그 쿵쿵 소리는 옆집, 아랫집 또는 대각선 옆집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파트에 살기 위해서는 이웃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과 배려심, 인내심을 갖춘 사람들이 살아야 하는 곳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를 우리는 뉴스나 신문을 통해 많이 보아왔다.

주택(28살부터 우리 집 지을 때까지)

이후에 살았던 상가 주택은 단열이 취약한 오래된 건물이었다. 겨울이 오면 주방과 화장실은 냉동고와 같았다. 냉동실에서 샤워를 상상해 본 적 있는가? 화장실에 들어가기도 전에 씻고 싶은 의지가 꺾인다. 게다가 상권이 잘 형성된 곳은 밤마다 고성방가를 듣는 것은 기본이다. 주말엔 소음이 더욱더 심해 가끔 경찰서에 신고를 해야 했다. 추운 주방에서 꽝꽝 얼어버린 손발의 고통을 이겨내며 가족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는 아내의 노고에 늘 미안하고 감사했다. 난방비도 아파트 살 때 보다 두 배 이상은 더 들었던 것 같다.

사람의 적응력은 대단하지 않은가. 막내아이는 겨울철에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먹고 베란다에 그냥 둔다. 굉장한 녀석이다.


그래서 이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집. 마음껏 두 아이가 뛰어다닐 수 있고, 잠잘 땐 고요하고, 단열이 잘 돼 한겨울에도 실내에서 가벼운 민소매 상의에 반바지만 입어도 되는 생활을 꿈꿨다.


아내와 집에 대해 수없이 대화하고 수없이 고민하여 얻은 결론은 '한적한 곳에 집을 직접 지어 보자!'였다.


우리는 건축사를 방문하여 그간 수없이 머릿속으로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했던 내 집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우리가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타협을 하는 과정 끝에 설계 도면이 나왔다.



설계도면이 나왔다. A3용지에 잘 그려진 도면이 이렇게 비쌀 줄이야.



우리가 원하는 도면을 얻었다. 물론 건축설계사에 충분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건축면적과 어떻게 설계를 할 것인가에 따라 비용은 다르다. 그래도 기본 200~300만 원 정도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심장 건강에 좋을 것 같다. 솔직히 우리는 상상 이상의 비용에 손, 발, 얼굴, 심장까지 얼어붙었었다.


내 집을 지을 때 관련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은 법적, 행정적, 기술적인 벽에 부딪힌다. 그러한 벽을 넘어설 수 있게 해주는 곳이 건축설계사이다. 만일 내 집 짓기의 꿈을 꾸고 있다면 건축설계사 방문을 권한다. 상담만 받을 수도 있으니 어려워하지 말고 방문해 보길 권한다.


한 번 방문하고 나면 많은 것을 듣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생각지도 않았고 들어본 적도 없던 건축법! 건축이라는 것이 결코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건축사를 통해 배웠다.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덮고, 벽을 막고, 물이 나오고 전기를 쓸 수 있으면 되지 않나? 그러나 건축법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리가 단순히 생각했던 모든 부분을 포함해 인식하지 못했던 세세한 부분까지 법으로 명시해 놓았다. 마음의 각오는 이미 충분히 한 터라 어렵다고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다만 어떻게 해결해 나아갈 것인가? 충분히 고민하고 좋은 방법을 찾아 해결해 나아가면 된다.


그리고 돈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 벽을 넘어설 수 있다. 얼마가 있어야 집을 지을 수 있는가? 이것은 지금의 나도 대충 말을 할 수가 없다. 사람들마다 상상하고 있는 그림이 다르고 지역에 따라 다르고 진행을 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자꾸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도 얼마가 있어야 하냐고 자꾸 묻는다면 1억이다. 그러면 시작해 볼 만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1억을 들고 있었을까? 그렇지 않았기에 1화에서 말했던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돈을 모으라고 말했던 것이다.


우리는 먼저 건축사, 측량사와 함께 법적・행정적인 절차를 처리했다. 농지에는 현행법상 집을 지을 수 없으므로 농지를 대지로 바꿔야 했다. 그 이전에 먼저 농지를 대지로 바꿀 수 있는 땅인지도 알아봐야 한다. 이건 건축사에서 알아봐 준다. 우리는 2016년 당시 315평의 땅을 평당 1만 4500원(총 4,567,500원)에 용도변경을 했다. 그 외에도 건축 설계비(2,500,000원), 측량사 점검비(250,000원), 인허가보증보험(15,000원), 건축등록 면허세(9,000원), 건축물 현황측량비(경계, 현황, 지적 측량비 2,651,700원) 뭐가 이리도 많고 까다로운 건지, 건축사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우리가 구입한 삼백여 평의 땅



여하튼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천만 원은 그냥 홀랑 날아가 버렸다. 이렇게 해서 얻은 것이 '착공허가'다. 드디어 우리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허가가 떨어진 것이다.





공사를 시작하기도 전,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드디어 착공신고필증이 나오며 터를 메우고 닦는 작업이 시작됐다.


시작이 반이라 했던가? 반인지 아닌지는 앞으로의 이야기를 보면 알겠지만 진짜 무언가 시작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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