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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en Maker 배원열 Mar 13. 2024

왜 집을 사지? 직접 지으면 싼데...

4화 터 메우고 집 지을 자리 위치표시 및 배관&수도&정화조 매설하기

착공신고서가 나온 후 첫 번째로 진행한 작업은 터메우기 이다.



기존에 농지로 사용을 했을 때는 땅의 높이가 중요하지 않았지만 대지로 변경을 하고 나서 집을 지으려고 보니 터가 낮았다. 우천 시 도로옆의 강이 범람할 것을 우려해 터를 높이는 작업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가 위치한 곳으로부터 10분 정도만 운전해서 가면 파쇄석을 구할 수 있는 골재상이 있었다.

이것은  행운이다. 그 이유는 25톤 덤프트럭 하루(오전 8시 ~ 오후 5시까지) 운임 비용이 50만 원이었다. 파쇄석 값을 제외하고 운임비만 하루 50만 원인데 골재상 거리가 멀면 왕복 횟수가 줄어든다.

다시 말해 하루 5번을 부어도 50만 원이고 10번을 부어도 50만 원인 셈이다. 그렇기에 골재상이 가까우면 더 많이 파쇄석을 부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100평을 대략 1m 정도 높이려면 얼마큼의 파쇄석이 필요한가? 궁금할 것이다.

계산 방법을 알고 있으면 몇 차를 부을 것인지 답을 얻을 수 있다.


여기서 나오는 용어가 '루베'이다. 루베는 부피를 뜻하는데 1루베 = 1 m³이다.

가로 1m x 세로 1m x 높이 1m = 1루베(1 m³)라고 보면 되겠다.

현장에선 당연하게 사용되는 용어이니 알아두길 바란다.


우리의 경우 가로 22m x 세로 15m = 330㎡ (약 100평) 

그렇다면 약 100평을 1m 높이려면


가로 22m x 세로 15m x 높이 1m = 330 m³ = 330루베가 필요한 것이다.


이번에는 덤프트럭이 한차에 얼마큼을 운반할 수 있을까?


덤프트럭은 15톤 , 25톤 두 가지가 있는데

15톤 적재량은 7~8루베

25톤 적재량은 15~17루베

를 실을 수 있다.


우리가 필요한 량은 330루베이고 25톤 덤프트럭을 이용하기로 했다.


330루베 ÷ 15~17루베 = 대략 20차


 25톤 덤프트럭으로 19번을 부었다. 덤프트럭 기사님께서 정말 쉬지도 않고 열심히 일해 주셔서 정말 미안할 정도로 감사했다. 이럴 땐 담뱃값 50,000원 정도 더 드리는 것이 예의라 생각한다.


이제 파쇄석을 고루 펴주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굴착기(일명 포클레인)이다.

덤프트럭 기사님에게 일 잘하시는 굴착기 기사님을 소개해 달라고 하면 바로 연락처 알려주신다.

그럼 덤프트럭 기사님 연락처는 어떻게 알 수 있는지도 궁금할 것이다. 골재상에 물어보면 바로 섭외가 가능하다.

** 정리해 보면 골재상 - 덤프트럭 - 굴착기는 서로 협력하는 관계!!라고 보면 되겠다.

전화한다고 바로 예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사님의 일정과 건축주의 일정을 조율해서 작업일자를 잡아야 한다.



며칠 뒤 굴착기로 파쇄석을 고루 펴주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굴착기 하루(오전 8시 ~ 오후 5시) 이용료는 50만 원이었다. 굴착기 기사님의 땅 고르는 솜씨는 최고였다. 사실 이렇게 굴착기를 잘 다루시는 기사님을 만나는 일은 행운 같은 일이다.

여러 현장을 다니다 보면 가끔 실력이 부족한 굴착기 기사님을 만날 때가 있다. 일도 내 마음처럼 안되고 속도 터지지만 어찌하겠는가... 내 속과 작업반장님의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갈 뿐이다.


다행히 우리에게 오신 굴착기 기사님은 마치 자신의 손을 움직이듯 섬세하게 다루는 최상급 실력자셨다.


오전이 다 가기도 전에 바닥 수평작업이 끝났다. 오후 작업을 위해 우리는 얼른 계획한 데로 측량작업을 시작했다.

도면에 나온 데로 건물이 올라갈 위치에 락카와 지주대를 이용해 사각틀, 배관, 수도, 정화조 위치를 표시했다. 이 작업이 잘 되어야 나중에 불필요한 위치 변경이나 사이즈 변경을 하지 않는다.



실제로 벽이 세워지게 되면 몇 cm 때문에 변기나 싱크대, 세면대 등의 구조나 사이즈를 변경하거나 위치를 바꾸어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이 생길 수 있다. (벽의 위치를 옮기거나 얇아질 수도 있고 설비(수도, 전기), 골조, 마감 등의 작업 시 자재 선택에도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건축의 첫 번째 단추라 보면 되겠다.


실제로 나는 위에 이야기한 상황을 경험한 터라 내 집짓기 꿈을 꾸고 있는 분들이라면 여기서부터 꼼꼼히 하시라고 신신당부를 드리고 싶다.


건축설계도면을 보고 정확한 위치에 그림을 그리고 수도, 배관, 정화조를 매설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이 배관의 기울기이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이 흘러가는 것은 누구나 잘 알 것이다. 눈짐작으로 하기보다는 측량도구를 활용하기를 적극 권한다. (요즘에는 야외용 레이저 레벨기가 있어 정확한 기울기를 체크할 수 있다.)



오후 작업이 시작되고 굴착기 기사님에게 두 번째 사항을 요청한다.

1. 배관, 수도 매설할 곳을 굴착해 달라고 한다.

2. 정화조 매설할 곳을 정화조 크기보다 넓게 굴착해 달라고 한다.


기울기를 잘못 체크하여 시공이 되면 싱크대, 화장실, 욕실에 물이 안 빠지거나 자주 막히는 일들이 발생한다. 나중은 없다!! 무조건 할 때 신경 써서 잘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울기는 어느 정도 주어야 하는가? 건축법이나 설계방법을 찾아보면 공식이 잘 나와 있지만 현장에서는 그렇게 까지 정확한 작업은 어렵다. 그래서 현장에서 시공하는 방식으로 말해보겠다.
보통 기울기는 3~5도 정도인데 정밀측정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현장에서는 1m에 1cm 낮게 잡는다. (예 : 총거리가 10m라고 가정했을 때 시작점과 끝점은 10cm 높이 차이가 나도록 한다.)

그렇게 배관의 종착지 '정화조'에 다다르게 된다.


현장에서는 공식처럼 말한다. '무조건 정화조 쪽은 많이 낮춰!!'이다. 그렇게 배관이 정화조의 유입구에 꽂히게 된다.

정화조 설치는 집을 짓는 과정에서 '필증'이 필요한 필수 작업이다. 다시 말해 정화조 설치 없이는 건축물을 지을 수 없다.


정화조 설치는 각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지자체에서 지정한 관할 정화조 업체에서 진행을 하며 건축주는 정확한 설치방법과 준수사항을 안내받고 유지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건축설계를 상담받을 때의 일이다. 우리는 네 식구인데 10인용 짜리 정화조를 매설하란다. 이겐 뭔 말이여?


'하수도법'이 적용된다. 너무나도 생소한 하수도법!!


19세기 후반 프랑스 '장 루이 모라'가 발명했다는 '분뇨처리시스템' 대단한 발명이다.

(자세한 설명은 지식백과에서 확인 가능하다.)


대한민국의 하천, 강 등이 '똥밭'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정화조와 하수 처리시설 능력 덕분이라고 보면 된다. 함께 살아가는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길이다.


**건축주가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상식!!


하수 - 오수 + 우수

오수 - 건물 안 오염물(분뇨, 생활하수)

우수 - 건물밖 오염물(빗물, 지하침출수)


건축을 하다 보면 건축관련된 법을 접하게 되는데 어느 것 하나 그냥 만들어진 법이 없다. 다 이유가 있다.


우리 가족은 4인이니까 5인용 짜리면 될 줄 알았는데 건축면적에 맞게 10인용을 설치하라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수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문업체에서 진행하는 과정이니 비용을 들여서 진행을 하였다.


배관 설치 시 알아두면 좋은 자재정보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1.  PVC배관 - 생활하수관은 75mm , 분뇨관 100mm를 주로 사용한다.

(VG1, VG2 PVC 배관 - 이렇게 두 가지가 있는데 두 개의 배관은 PVC두께의 차이가 있다. 쉬운 선택을 위해 말씀을 드려보자면 차가 지나다니는 곳처럼 고중량과 압력이 가해지는 곳은 두꺼운 VG1 선택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얇은 VG2 선택)


2. 배관과 배관을 연결하는 '연결엘보' - 검색어 : PVC배관 자재 - 현장의 상황에 맞는 자재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90도, 45도, YT엘보, PVC본드 기타 등등)


3. 시멘트, 믹스탈 -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있다.


작업이 시작되기 전에 꼼꼼한 사전 계획은 필수이다. 사실 계획하다가 지칠 수도 있다. 미리 말해두지만 공사가 진행되기 전부터 끝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사진에 꼼꼼히 담아두어야 한다.

정화조 신고 시 필수 사진들이 있다. 흙으로 다 덮어버리고 나면 사진을 찍을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다시 파낼 것인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반드시 사진을 찍어두길 바란다.



정화조 설치방법은(지자체마다 차이가 있으니 아래의 방법은 참고만 하길 바란다.)


1. 굴착기로 땅을 판다.

(측량된 위치에 배관 기울기에 맞게 물이 잘 흐를 정도의 깊이로 판다. 바닥 시멘트 타설까지 예측하여 20~30cm 정도 더 깊게 판다.)

2. 바닥에 시멘트 타설을 한다.

(정화조가 내려앉거나 움직이지 않도록 해주는 역할)

3. 정화조를 넣는다.

4. 배관을 연결한다.

(유입, 방류, 환기 연결부위는 시멘트로 꼼꼼히 막아준다.)

5. 물을 채운다.

(흙을 되메울 때 정화조가 찌그러지거나 깨질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방류구 쪽으로 물이 흐를 때까지 채운다. 물이 흐르는 것을 보면 기울기가 잘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

6. 땅을 되메운다.

(튼튼히 다지는 것이 중요한데 사실 비가 폭우로 내려보면 정화조 주변이 살짝 내려앉음을 볼 수 있다. 2차 되메우기 작업은 그때 하는 걸로~)

7. 정화조 뚜껑 주변 시멘트 타설

(비닐을 깔고 와이어 메쉬를 넣어 시멘트를 타설 한 후 비닐로 1주일 이상 덮어놓고 수시로 물을 뿌리면서 양생 시키면 갈라짐 없이 튼튼한 양생이 된다.)

8. 환기배관에 환기구 설치

(모기망을 꼭 넣어주길 바란다. 살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정화조 설치가 끝난다. 이후 건물이 지어지면 이 정화조는 이 건물에 설치된 것이라는 사진만 찍으면 필증신고 끝~ 기다리면 연락이 오고 돈 내면 진짜 끝이다.


이 모든 과정이 하루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계획을 했다. 이것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굴착기 하루 이용료가 50만 원이다. 공사일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계획이 필수이다.


이제 바닥기초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할 차례이다. 콘크리트 타설 전 할 일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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