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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집을 사지? 직접 지으면 싼데...

44화 공방 이전을 위해 낡은 것을 새것으로 바꾸어 준비하다.

by Wooden Maker 배원열

2010년 나무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꿈을 꾸었고 꿈꾸던 과정 중에 우연히 CNC라는 정밀 가공 기계를 접하게 되었다.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컴퓨터 수치제어'

좌표를 입력시켜 연속적으로 움직이며 원하는 모양을 컴퓨터를 이용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형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장비이다.


대부분 목수라 하면 나무로 구조물을 만드는 대목, 소품이나 가구를 만드는 소목, 요즘에는 인테리어 하는 목수를 중목이라고도 한다. 보통은 이런 방식으로 목수가 되는데 나의 경우는 다른 방식으로 목수가 되었다.


이 당시 해외의 상품을 구매대행 방식으로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일을 했었는데 그 품목 중 '네임트레인'이라는 제품이 있었다.


나무를 알파벳 모양으로 깎아 바퀴를 달고 자석으로 알파벳들을 이으면 네임트레인이 된다. 각종행사나 인테리어용으로 많은 판매를 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주문량은 많은데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솔직한 나의 심정은
'나무를 깎아 색칠하는 제품이 뭐가 어렵다고 이렇게 애를 먹이는지?'
였다. 이 생각은 현재의 나를 만든 새싹이었다.


어떤 기계로 생산해 내는지 알아보게 되었다. 쉽게 찾아지지는 않았지만 찾는 과정에서 다양한 공구와 기계를 알게 되었다.


그렇게 정보의 바다를 열심히 헤엄치던 중 CNC라는 선반밀링머신을 알게 되었고 그 기계의 가격은 수천에서 수억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허~걱!!


'내가 투자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라고 바로 생각하게 되었지만 눈을 감으면 자꾸 CNC가 떠올랐다. 너무나 갖고 싶은 생각에 여러 날 밤잠을 설쳤다.


그렇지 않은가 가질 수 없는 것에 욕심이 생기면 미칠 듯이 가지고 싶어 미쳐버리는 것!!


그때의 내가 그랬다.


만드는 것에 소질이 있었다. 무언가에 미치면 몇 날 며칠을 그것만 팠다. 이번에도 그렇듯 왠지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늘 시작은 호기롭게 시작해 무수한 과정을 거치며 여러 차례 실패를 맛보고 계속할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의 기로에서 결단을 내리고 스스로의 철학을 가미시키고 '할 수 있어!!'를 수도 없이 외치다가 점점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미쳐가고 주화입마에 빠졌다가 절대신공을 익히고 반 도인이 되어 세상에 나와 자신만의 뜻을 펼치는 뻔하디 뻔한 이야기~

하지만 해보았는가? 느껴보았는가?

이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 생각한다.


수천수억 짜리를 만들어 보이리라!!


그런데 몇만 원짜리에 미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CNC는 기술의 집약체이다.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모두 합쳐진 현시대 최고의 기술 결정체!!


도구를 다룰 수 있어야 했다.

공구를 다룰 수 있어야 했다.

소재를 이해하고 다룰 수 있어야 했다.

구조설계를 할 수 있어야 했다.

전기를 이해해야 했다.

전자를 이해해야 했다.

프로그램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했다.


2010년 나의 미래를 향한 도전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공부를 하며 첫 번째 CNC를 만들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나만의 4년제 대학'을 나온 샘이다.


옛 드라마에서 보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주경야독 시리즈를 내가 쓰고 있을 줄이야...


2010년 9월에 시작된 도전은 2014년 7월 8일 첫 자작 CNC를 탄생시켰다.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며 실패를 맛보고 경험을 쌓았다. 단순히 만들기만 한 것이 아니라 소재마다의 특징을 파악하고 적절히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천자문이 아니라 만자문을 익힌 격이라 생각한다.

4년이라는 시간 속에는 집 짓기를 하며 쓰고 있는 이야기만큼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CNC를 알게 되기까지의 이야기, 사기꾼이 스승이 된 이야기, 비 오는 날 바닥에 물이 흐르는 작업실 이야기, 영월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 주고 있는 초코빈 커피숍 이야기 등등


언젠가 기회가 되면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다.


다시 공방이전 이야기로 돌아와~~ㅎㅎ


먹고사는 것이 첫 번째이니 만큼 목공방에 두 번째로 이사를 마친 녀석이 CNC이다. (첫 번째는 테이블쏘 확장 테이블로 재단이 가능하게 한 녀석이다.) 사실 다시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 기존의 단점을 보완해서 CNC 2호기 제작과 교육을 위한 소형 CNC 3호기까지 두대를 연거푸 며칠 밤새워 가며 만들었다. 이것이 완성되어야 집안의 모든 일들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기에 영혼까지 갈아서 완성시켰다.

https://youtu.be/JPUEozljQEk

다크서클이 발밑을 넘어서면 죽어가는 시체의 형상이 된다. 그렇게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준비했고 드디어 공방 이전의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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