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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집을 사지? 직접 지으면 싼데...

46화 덥다. 에어컨 이전 설치해라!!

by Wooden Maker 배원열

목공방을 이전하던 그때는 한여름이었다. 우리가 지은 건물은 층고가 높고 넓어 7월 중순이 되었지만 비교적 지낼만했다? 그럴 줄 알았지만 역시 실내에서 많은 목공구의 모터가 열을 내니 그 더위는 에어컨 없이 버티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8월 1일 새로운 목공방에서 첫 목공수업이 잡혔는데 무더위 속에서 수강생들이 고생한다고 생각하니 얼른 에어컨을 설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나를 장만할까? 도 고민했지만 그럼 기존공방에서 사용하던 에어컨은 어디에 쓰지?라는 고민도 들었다.


결론은 구형 에어컨이지만 아직 쓸만하니까 이전 설치를 하자!! 였다.


오래전 에어컨 설치를 해본 터라 설치는 걱정이 되지 않았지만 100kg에 육박하던 실외기를 4층 옥상에서 짊어지고 1층까지 계단으로 내려올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하지만 역시 비용을 줄이려면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이때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한 푼이 아까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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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설치의 순서는


1. 에어컨 가스를 실외기로 응축시킨다.

2. 동관, 통신선, 전기선, 드레인호스를 정리한다.

3. 이동하여 미리 계획한 곳에 위치시킨다.

4. 에어컨과 실외기의 거리에 맞게 동관, 통신선, 전선, 드레인호스를 정리하여 설치한다.

5. 작동시킨다.


5가지로 정리해 보았지만 역시 1~5번까지 정확히 알고 능숙하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전문적인 장비와 지식이 필요하다. 전문인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거운 실외기를 계단으로 옮기기 위해 튼튼한 나일론바(실링바)로 실외기에 가방끈처럼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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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무거운 것을 들 수 있는 최고의 자세 '어부바'


그러나 그것을 등에 얹고 좁은 계단과 꺾인 통로를 지나 4층에서 1층까지 내려간 후 차에 싣기까지는 초인적인 정신력이 필요했다. 한순간 실수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이때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한 문구가 있다.


"아직 할 일 많이 남았다. 여기서 병신 되면 다 끝이야!!"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생각하고 걱정하는데 그 첫 번째는 건강한 신체를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렇다. 인사처럼 하는 그 말~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이 말을 입버릇처럼 쉽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와 같이 몸이 재산인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무게가 실린 아주 무거운 말이다. 현장에서 위험한 일을 하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것이다.


이건 진짜 극한의 현실이다. 순간의 실수로 불구가 되거나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경우도 있다.

현장에선 현명한 판단이 중요하다. 지금이라면 사다리차를 불렀다. 돈 30만 원 아끼려다 30년 빨리 가는 수가 있다.


'안전을 위해 돈을 투자하는 것은 적극 권한다.'


가장 힘든 계단이동을 해결하고 나니 나머지 일들은 일사천리였다.

동관을 길이에 맞게 동관절단기로 예쁘게 잘라낸다. 전문적인 도구를 이용해야 깔끔한 절단이 가능하다.

실외기에 동관을 연결하기 위해서 동관 확관기를 이용해 확장시킨다. 확관도 경험과 기술이 필요하다. 늘 이야기하는 적당히를 해내려면 꾀나 숙련이 필요하다.

잘 확관 시키기만 하면 볼트 너트 구조로 되어 있어 결합은 쉽다? 역시 적당한 힘으로 조여주는 것이 핵심이다.

전서도 연결하고 드레인호스도 위치를 잡은 후 보온테이프를 물이 스며들지 않는 방향으로 감싸준 후 가동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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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19년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준비가 되었다. 목공수업도 시원한 실내에서 가능해졌다.


다음 이야기는 이제 우리 집 실내공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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