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매도에 성공! 저층 매도의 팁 세 가지
저층은 진짜 안 팔린다. 진짜다.
처음엔 이 집이 안 팔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장도 회복하며 거래량이 나오던 시기였고, 더욱이 우리 집은 신축이고, 단지 내 신고가도 차츰 찍히던 시기였다. “이 정도면 우리 집도 금방 팔리겠지~” 그게 솔직한 마음이었다.
수원 집을 판 이유는 단순했다. 서울 신축으로 들어가면서 대출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미 수원 집 전세가는 분양가 수준까지 올라 전세를 줘도 무리가 없었고, 남아 있는 호재도 있었다. 솔직히 아쉬운 마음이 없진 않았다. 그래도 다음 단계로 가려면 정리하는 게 맞겠다는 판단이 섰다. 시세차익도 얻었고, 이 집은 역할을 다 한 상태였다.
문제는 “팔기로 마음먹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팔리는 것”이었다. 우리는 입주 시기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미리 움직였다. 입주 약 6개월 전부터 우리랑 이야기가 잘 통했던 몇몇 부동산에만 매물을 내놨다. 그때까지만 해도 마음은 꽤 여유로웠다.
나는 재택근무자였다. 말 그대로 24시간 집 보여줄 수 있는 사람.
“지금 집 보러 가도 될까요?”라는 전화가 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그럼요!”가 튀어나왔다. 소장님들도 다 알고 있었다. 아, 이 집은 언제든 볼 수 있구나.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 집이 슬슬 구조 보여주는 집처럼 쓰이고 있다는 것도 느껴졌음에도 내색하진 않았다. 누구라도 한 명,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평일이고 주말이고 약속도 잡지 않았다. 언제 손님이 올지 몰라 늘 대기 상태였다. 집은 항상 치워져 있었고, 나는 늘 준비된 사람이었다. 말 그대로 쇼룸 모드. 집을 보러 온 사람들 반응은 거의 똑같았다.
“집 너무 예쁘네요. 카페 같아요”
“뷰 진짜 좋아요.”
“집이 왜 이렇게 깨끗해요?”
칭찬은 넘쳤다. 문제는, 그다음 말이 안 나왔다는 것이다. 사겠다는 말은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왜냐..
이유는 명확했다. 우리 집은 저층이었다. 필로티 구조의 2층.(제일 아래층이다) 나름 높이감도 있고 앞이 트여 있어서, 저층 특유의 사생활 침해가 덜하다고 생각했지만, 시장은 냉정했다. 2층은 그냥 2층이었다.
옛날에 임장 한참 다닐 때 저층들은 안 팔리고 6개월째 매물로 올라온 거 보면서 '와 저기 집주인도 진짜 답답하겠다~ 저층은 역시 아닌가 봐~'했는데 그게 우리 집 얘기였다! ^^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도 소식이 없어 가격을 천만 원 내렸다. 아직 급매는 아니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싶었지만 여전히 깜깜무소식이었다. 그 사이 중고층은 계속 거래됐고, 신고가도 찍혔다. '뭐야? 또 거래됐어??' 심지어 바로 윗집은 우리보다 비싸게 먼저 팔렸다. (애매한 3층보다 아예 2층이 낫지 않냐고? 응 아니야.)
입주 네 달 전쯤, 딱 한 번이었다. “5천만 원만 깎아주면 바로 계약하겠다”는 사람이 나왔다. 그때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아직 네 달이나 남았잖아. 5천은 오버야! 이제 슬슬 입질이 오나 봐~~' 그렇게 긍정회로를 돌리며 "2천까지는 생각해 보겠는데 더는 안됩니다."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런데 그 사람을 보내고 나니.. 한 달이 또 조용히 흘렀다.
그 사이에도 집은 계속 보러 왔다. 하루에 한 번은 기본이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집 보러 온다”는 연락이 와도 기대보다 체념이 먼저 들었다. 또 그냥 보고 가겠지.. 특히 임장크루로 보이는 사람들이 올 때면 속이 끓었다. 어색한 질문을 건네고, 메모를 잔뜩 하고 가는 모습을 보면 괜히 얄미웠다. 임장보고서에 우리 집은 몇 등급 주려고!!ㅠㅠ
어느덧 입주는 두 달 전으로 성큼 다가왔고 비로소 마음이 급해졌다. 가격도 모든 매물 중 최저가로 더 내렸다. 로열층과는 1억 가까이 차이가 났다. 매물을 더 넓게 풀었다. 마침 그때 눈에 들어온 곳이 A부동산이었다. 주말이고 평일이고 계속 손님을 데리고 다니는 게 보였다. 사실 처음엔 별로라고 생각했던 곳이다. 소장님이 약간 얼렁뚱땅 st. 딱딱 계획적인걸 좋아하는 우리 부부와 결이 달랐으나, 이제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우리 저기에도 내놓자...'
그리고 어느 주말 아침, A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지금 손님들 와 계신데 바로 보러 가도 될까요?”
오마갓!!! 전화를 받자마자 침대에서 용수철처럼 튀어나왔다. "침대정리는 내가 할게! 현관 정리는 여보가 할래?? 가위도 떼고!!!" (매도 잘되라고 가위를 붙여놨는데 혹시나 가위가 거부감을 일으킬까 봐 손님 오기 전에는 뗐다.) 우리는 잠옷을 갈아입고 허겁지겁 집을 치웠다. 탈취제도 칙칙- 뿌리니 타이밍 맞게 손님들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습니다~” 인상 좋아 보이는 신혼부부였다. 집을 편히보시라고 우리는 작은방에 들어가 숨을 죽였다. "와 집 너무 예뻐..우리 쇼파는 여기에 두자! 침대는 여기에 둘까?" 작게 속삭이는 신혼부부의 대화소리에 귓가에 꽂힌다. '혹시 이번에는..?' 거실 뷰를 바라보는 예비 신부의 눈이 빛나 보이긴 했지만 애써 기대하지는 않으려고 했다. 그동안도 눈이 빛나던 분들은 많았다고ㅜㅜ
그런데 집을 보고 돌아가자마자 다시 전화가 왔다. 대게는 우리가 먼저 연락하기 전까지 소장님이 먼저 전화를 주시진 않았기에 심장이 너무 뛰었다.. '뭐야 설마 사겠다는 거 아냐..?'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았다.
2천만 원 네고 가능할까요? 바로 가계약금 넣겠답니다.
우린 동시에 입모양으로 대박을 외쳤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고고고
“네네네, 해드릴게요. 바로 쏴주세요.” 그렇게 계약금이 들어왔다. 전화를 끊고 우리는 얼싸안고 춤을 췄다. “드디어 집 안 보여줘도 된다!” 그 해방감이란.
그렇게 수원 집 매도는 끝났다.
돌이켜보면 이 집은 사서 배운 것보다, 팔면서 배운 게 훨씬 많았던 집이었다. 이 매도 과정에서 확실하게 남은 교훈은 세 가지다. 저층 매도는 기다림의 싸움이 아니라 타이밍의 싸움이라는 것. 매도할 땐 부동산을 가리지 말고 최대한 넓게 내놓는 게 정답이라는 것. 그리고 아무리 급해도 부적에 기대지는 말자는 것. 가격을 시장에 맞춰두면, 손님은 결국 온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수원 집을 팔면서 우리는 또 하나의 큰 수업료를 냈다. 우리는 이 집을 팔 때 양도세를 냈다. 비과세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풀어보려고 한다.
✔ 저층 매도를 통해 배운 점
1. 저층 매도는 타이밍이다.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네고를 좀 해주더라도 팔아라!
2. 매도할 땐 부동산을 가리지 말고 최대한 많이 내놔라. 별로라고 생각한 부동산과도 인연이 될 수 있다.
3. 아무리 급해도 부적은 쓰지 말자. 가격을 시장에 맞춰두면, 손님은 결국 온다.
(+) 현관에 가위걸기는 찬성. 미신이지만 돈도 안 들고 심신안정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