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매도한 세 채 중 첫 번째 집 이야기
이번 편은 25년에 매도한 세 채의 집 중 첫 번째 집인 수원 신축에 대한 이야기다.
수원 신축집은 지난 상승장(19년도 말-20년 초) 엄청난 규제 속에서 남편이 청약으로 당첨된 곳이다.
경쟁률은 40:1 정도. 그때나 지금이나 남편은 운이 꽤 좋은 편이다.
당첨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실감은 잘 나지 않았다. 연애 중이었고, 부동산도 잘 몰랐고, 그냥 “아, 청약이 됐구나” 정도였다.
그런데 시장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시세는 빠르게 움직였다. 몇 억씩 숫자가 바뀌는 걸 보면서 꽤 큰 충격을 받았다.'아, 나만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구나...' 얼른 부동산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딱 FOMO*였다.
FOMO: 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 남들이 좋은 기회, 유행, 경험 등을 놓치는 것을 두려워하며 자신만 소외될까 봐 불안해하는 심리나 현상
그때부터 나도 같이 공부를 시작했다. 남자친구는 이미 집이 있었고, 나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 질투 반, 자극 반이었다. 우리가 처음 배운 건 갭투자였는데, 실거주는 깔고 앉는 돈이고, 투자를 통해 나 대신 일하는 자산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가 꽤 그럴듯하게 들렸다. 이 선택이 이후 꽤 아픈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풀어보려고 한다. 어쨌든 그 시기의 우리는 투자에 꽤 깊이 빠져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2년 뒤, 우리는 결혼을 했다. 로맨틱한 전환점이라기보다는, 경제적인 가치관이 꽤 잘 맞는다는 걸 확인한 시점의 선택에 가까웠다. (이렇게 쓰면 너무 계산적인 사람들 같지만... 당연히 사랑이 기본 전제다. 다만 참고로, 사실 나는 결혼에 꽤 회의적인 사람이었으나, 어떤 일을 계기로 생각이 바뀌면서 프로포즈도 내가 먼저 해버렸다.)
둘 다 경제적인 목표가 비교적 뚜렷했고, 나 역시 투자 중인 물건이 하나 있던 시기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결론이 났다.
수원 집은 입주하지 말고 전세를 주자.
실거주는 최소화하고, 투자는 계속 이어가자.
그래서 선택한 곳이 산본의 18평 구축아파트였다.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45만 원.
방 하나, 거실 하나. 부부싸움을 해도 각자 대피할 공간이 없어 결국 화해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우리의 첫 신혼집은 복도식 아파트였는데, 복도에서 화분 수십 개를 키우며 생선을 말리는 옆집이 있었다. 비린내는 바람을 타고 아주 성실하게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우거진 나무가 매력적이었던 90년대식 구축답게 봄에는 노린재가 창문을 통해 들이닥쳤다. 가을엔 지상주차된 차 위에 쌓인 낙엽을 치웠고, 겨울엔 눈을 치웠다.
주차도 늘 전쟁이었다. 퇴근하고 오면 자리가 없어 도로에 대는 날도 많았고, 그런 날엔 어김없이 주차 딱지가 붙어 있었다. 아놔! 주차할 자리나 주고 딱지 떼던가!! 뭐 하나 고칠 때마다 집주인 눈치도 봐야 했다. 내가 사는 집인데 내 집은 아니라는 점이 묘하게 나를 주눅 들게 했다.
그렇게 살던 중, 수원 신축 입주 시점이 다가왔고, 당시 수원 입주장이 겹치면서 전세가가 생각보다 크게 빠졌다. 대략 1억 정도.
남편 “전세가가 예상보다 너무 낮아졌어. 입주장 끝나면 다시 오르긴 할 텐데, 계약갱신권 쓰면 4년은 묶여야 해.”
나 “2년 뒤에 5% 올려도 이건 너무 손해 아니야?”
남편 “그럼... 우리가 그냥 들어가 살까?”
나 “수원에서 서울까지 출퇴근 가능하겠어? 왕복 3~4시간인데...”
남편 “2년만 버텨볼게.”
나 “ㅇㅋ... 그럼 부동산에 전화한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동파를 겪으며 이 집에 대한 스트레스가 MAX로 차오르던 시점이라, 하루라도 빨리 구축 월세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계획에 없던 실거주가 시작됐다.
살아보니 체감은 확실했다. 구축과는 비교가 안 됐다. 주차, 동선, 단지 분위기까지 전부 달랐다.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아, 집의 ‘상품성’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그전까지는 꼭 신축에 살 이유가 있나? 신축이 그렇게 좋나..? 했는데 yes... 그렇게나 좋았다.
장이 흔들릴 때도 신축은 생각보다 잘 버텼다. 입주장이 끝나고 나니 전세가도, 시세도 빠르게 회복됐다. 기본 체력이 있는 집이었다. 우리는 이 집에서 딱 2년 꽤 만족하며 살았다.
그리고 한 가지를 확실히 깨달았다. 실거주는 그냥 깔고 앉는 돈이 아니라는 것!
삶의 질을 높여주는 비용이었고, 눈치 보지 않을 내 집이라는 안정감을 주는 가치였다.
- 새벽 1시에 귀가해도 주차할 자리가 있다는 것,
- 옆집 소음이나 냄새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것,
- 비 안 맞고 지하로 연결된 헬스장에 갈 수 있는 것,
- 단지 내에 차가 다니지 않아 마음 놓고 강아지 산책을 시킬 수 있는 것.
하나하나는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요소들이 쌓이면 삶의 질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리고 이 집은 이후 우리의 선택 기준을 바꿔놓은 집이 됐다.
신축은 하락장에서도 버티고, 생각보다 빠르게 시세를 회복한다는 걸 몸으로 배웠고, 그 기억은 하락장에 서울 대단지 신축 미분양을 잡게 만들었다. 그 경험은 다시 다른 미분양 분양권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쌓인 기준은 결국 올해 서울 84 타입 분양권을 매수하는 데까지 연결됐다.
돌이켜보면, 이 집 하나가 이후 선택들의 출발점이고, 팔 때도 많은 걸 배우게 된 집이었다.
우리의 첫 실거주집을 떠나보내며 무엇을 알게 됐는지는 다음 글에서 이어서 해보려고 한다.
✔ 신축 실거주를 통해 배운 것 세 가지
1. 실거주는 ‘깔고 앉는 돈’이 아니라, '삶의 질에 투자하는 비용'이다.
주차, 동선, 소음, 냄새, 안전. 매일 쌓이는 사소한 편의가 삶의 피로도를 완전히 바꾼다.
2. 웬만한 입지의 신축은 하락장도 버틴다, 그리고 무섭게 회복한다.
하락장이 와도 분양가 밑으로 빠지지 않는다. 조정이 끝나면 가장 빠르게 상승한다.
3. 신축 실거주 경험은 이후 투자 판단의 기준이 된다.
이 집에 살아본 경험이 서울 및 경기 미분양 계약과 분양권 투자로 이어지는 판단의 바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