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이야기 | 놀랍게도 누군가의 노하우였던 것

by 우딤



KakaoTalk_20250801_130917649.jpg
KakaoTalk_20250801_125349146_02.jpg





찜질방에 가면 소금방도 있고- 숯가마도 있고- 불한증막도 있고- 얼음방도 있고!



여러 찜질방을 다녀 봤지만 얼음방이 없는 찜질방은 딱 한 군데였다(온천과 함께 운영하는 야외 찜질방은 제외). 가장 뜨거운 '불한증막'에서 나온 아주머니들이 얼음방에 들어오면 몸에서 김이 펄펄 난다. 그리고 그들은 고수답게 얼음방에 오래 머물지 않고 다시 불한증막으로 떠난다. 뜨거운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평범한 실내 온도의 공용 공간에 드러누워 핸드폰을 하거나, 아주 가끔 20분 정도만 소금방에 들어갔다 나온다. 땀을 많이 흘리지 않고도 얼음방은 필수.



얼음방에 눈사람이 없으면 허전하다. 꽁꽁 언 파이프만 줄줄이 둘러진 얼음방은 어쩐지 삭막하다. 사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냉각 호스인지 뭔지로 만들어진 울퉁불퉁 괴상한 눈사람은 이젠 내게 너무 익숙하다.



얼마 전에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얼음방 여기저기에 놓인 수건들은 사실 누군가 무신경하게 버리고 간 것이 아니었다. 눈사람 머리 위에 올리거나 목에 목도리처럼 둘러준 것들도 눈사람을 꾸며준 게 아니었다. 알고 보니 그 수건들은 다 임자가 있었다. 뜨거운 방에 다녀온 사람들은 빳빳하게 얼어붙은 수건으로 목 뒤를 닦거나 얼굴 전체를 덮었다. 그리 청결한 방법은 아니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했다. 그런 광경을 처음 보는 어떤 아저씨에게, 한 아주머니가 노하우를 전수했다. "이 수건을요... 이렇게 펼쳐서 얼음을 사악 문지른 다음에 얼굴을 닦잖아요? 그럼 엄청나게 시원해요. 말도 못 하게 시원하다고요." 아저씨는 그 행동을 그대로 따라 했다. 저런 방식으로 눈사람이 작아졌던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 웃겼다.



얼음방 구석구석 놓인 음료수 통들도, 파이프에 걸린 수건들도 전부 임자가 있는 것이라 그들이 찜질방을 떠나면 얼음방은 깨끗해진다. 얼음방 벤치 구석에 숨기듯이 놓인 '비비빅' 하나가 의아했던 적이 있는데 그것 역시 누군가 찜질 후에 먹으려고 냉동 중이었던 것이다. 기발하기도 귀엽기도 하다. 우연히 그렇게 놓인 것이 아니라 사실은 누군가의 분명한 의도와 목적으로 그렇게 놓인 물건들이 사우나 밖엔 또 얼마나 많을까. 그 의도를 유추하며 공공장소의 사물들을 지켜보다 보면 언젠가 또 재밌는 상황을 목격할 것만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목욕탕 이야기 | 고수의 준비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