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지 못한 마음들

─ 정기현,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을 읽고

by 우동


사진 출처 : 씨네21

읽는 내내 없는 솜씨로 책 귀퉁이에 그림을 그려 넣는 나를 발견했다. 산책하는 소설이라더니. 이건 비행이다. 상상력의 비행! 우리가 언젠가 꼬리의 꼬리의 꼬리의 꼬리를 물고 다다랐을 동심의 세계를 작가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지금 우리의 나이로 옮겨오고 있다. 그러니까 동화 같다고 해야겠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처럼 내 몸은 집 한 채만 해졌다가, 쥐구멍만 해졌다가. 하지만 이런 동화에도 결말은 있기 마련이다. 멀리, 아주 머얼리 날아온 것 같은데 착지해 주변을 둘러보면 결국 제자리다. 어쩔 수 없이 돌아와야만 하는 회귀 본능처럼. 그래서 슬픈 마음이 드는 거겠지. "삶에서 우리를 슬프게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우리가 마음을 쏟았던 것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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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귀여워서 실소를 한 장면도 있었다. 「마음대로 우는 벽시계」에서 빡꾹! 우는 뻐꾸기가 출신답게 “께(Que)......?” 하는 장면. 이 단편이 제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았던 것 같기도. 쓰실 때 혼자 엄청 큭큭대면서 쓰시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