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터슨도 좋아할 잔잔한 시집들

영화 <패터슨> 리뷰와 시집 추천

by 우둥실

1. 패터슨과 패터슨시

매일같이 정해진 루트를 달리며 패터슨시의 사소한 것들과 교감하는 버스 운전기사 패터슨은 도시와 하나가 된 듯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가 지나가는 거리, 익숙한 정류장,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 속에는 이름 없이 스쳐 지나갈 수많은 존재들이 있다. 패터슨은 그 안에서 조용히 감각하고 반응하며 도시의 리듬에 맞춰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그는 도시의 일부가 되고 도시는 그의 내면이 된다.

그렇게 패터슨은 한 사람의 이름이면서 한 도시의 이름, 그리고 일상 속 예술이 깃드는 공간의 이름이 된다.


2. 로라의 커튼

영화 <패터슨>

패터슨의 아내 로라는 패터슨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패터슨은 규칙적이면서도 그러한 일상을 느긋히 부유하는 듯한 성격을 가진 반면에 로라는 즉흥적이고 활발한 성격으로 기타연주와 베이킹, 다양한 모임을 즐긴다.

패터슨은 무늬가 없던 하얀색 커튼에 동그란 패턴들로 페인트칠을 해 놓은 로라에게 동그라미의 모양이 전부 달라서 좋다고 이야기한다. 로라가 그린 패턴은 반복되는 동그라미처럼 보이지만, 커튼을 자세히 관찰한 패터슨은 동그라미 모양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보고 그것이 좋다고 말한 것이다.

그에게 있어 관찰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기울이는 일이다. 하얀 커튼 위에 그려진 동그라미들처럼, 매일 반복되는 삶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부 같지 않다. 영화는 그런 패터슨을 통해 조용하고 섬세한 시선이 어떻게 일상을 아름답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3. 강아지 마빈의 루틴

영화 <패터슨>

강아지 마빈은 패터슨과 로라와 함께 사는 반려동물이다. 산책을 하고 낮잠을 자는 것이 일과의 전부같은 마빈에게도 저만의 루틴이 있다. 시를 쓰는 패터슨, 기타를 치는 로라의 루틴처럼 마빈은 언제나 집 앞의 우체통을 발로 차 기울여 놓는 것이 하나의 루틴이다. 퇴근하는 패터슨이 기울어져있는 우체통을 다시 바로 세워놓으면, 내일의 마빈은 다시 그걸 발로 차 쓰러트려 놓을 것이다. 사소하게 느껴지는 장면이지만 나는 영화에서 이 장면을 가장 좋아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서로의 리듬에 반응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일상은 다양한 존재들과 상호작용하며 연결되어 있다.



4. 시를 쓰는 패터슨

영화 <패터슨>

패터슨은 버스를 운전하면서, 점심을 먹으면서, 마빈을 산책시키면서, 일상을 보내며 항상 시감을 떠올린다.

시를 쓰기 위해 주변을 살피게 된 것인지, 주변을 관찰하다 시를 쓰게 된 것인지 모르지만 시를 쓰는 일은 패터슨의 일상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패터슨에게 시는 하나의 예술행위이자 자신의 일상을 담아내는 일이다.

영화에서는 일상 안에서 감각하며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보여주며 일상과 예술을 분리되지 않는 하나의 흐름처럼 그려낸다. 예술이 거창하거나 특별한 순간에만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하루 속에서도 충분히 피어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영화 <패터슨>을 보고 떠오른 시집 3권


1. 안미옥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소중하게 다뤄야 해. 무엇을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 걸까.
잠드는 일과 깨어나는 일 사이에서, 아니 깨어나는 일과 잠드는 일 사이에서.
그때 만난 모든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구별해볼 수 있다.
한 뼘의 사랑과 한 발자국의 위로가 얼마나 커다랗고 깊은지.

- 안미옥 시집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썬캐처 中



2. 허연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차에 시동을 끄고 자판기 앞에 서면
살고 싶어진다
뷰포인트 같은 게 없어서
나는 이 거리에서 흐뭇해지고
또 누군가를 기다린다

단팥빵을 잘 만드는 빵집과
소보로를 잘 만드는 빵집은 싸우지 않는다

- 허연 시집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어떤거리



3. 이제니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우리는 아주 작은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있었는데

얼굴과 얼굴로 오래오래 가만히 마주 보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과 사람의 일이었다고

그러니까
얼굴은 마주 보는 것
마음은 서로 나누는 것

- 이제니 시집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얼굴은 보는 것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