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둘이 무슨 관계라고?

영화 <파과> 리뷰와 복잡미묘한 혐관 컨텐츠 추천

by 우둥실

* 이 리뷰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병모 작가의 장편 소설 <파과>가 영화로 개봉했다.
<파과>는 피도 눈물도 없이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제거해온 60대 킬러 ‘조각’에게 지켜야 할 존재가 생기면서, 자신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미스터리한 젊은 킬러 ‘투우’와의 대치를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영화화에 앞서 창작 뮤지컬로 먼저 무대에 오른 바 있다. 하나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다른 매체로 확장된다는 것은 글만으로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시각적 묘사와 내면을 설득력 있게 담아낸 입체적인 캐릭터, 그리고 인물 간의 독특한 관계성이 그만큼 강렬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영화 <파과>

60대 여성 킬러의 이야기는 확실히 신선하다. 강렬한 액션을 요구하는 장르에 60대라는 설정은 자칫 제약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혜영 배우가 구현해낸 조각의 움직임은 그런 선입견을 완전히 뛰어넘는다.

격렬함보다 정제됨, 속도보다 무게를 가진 액션은 오히려 조각이라는 인물의 서사와 깊이 맞닿는다.


영화 <파과>

조각은 늘 감정을 제어하며 누군가를 곁에 두지 않겠다는 신념 아래 살아왔다. 그러나 아무런 대가 없이 다친 몸을 치료해준 강선생의 존재는 타인에게 연민과 따뜻함을 느끼게 만든다.

‘나에게 원래부터 가능했던 감정인가?’

예전과는 달라진 자신을 마주하며 조각은 혼란에 빠진다.


영화 <파과>

그 변화의 한복판에 선 인물이 바로 ‘투우’다. 어린 시절, 조각에게 처음으로 다정함이라는 감정을 느꼈던 투우는 자신의 아버지를 제거하고 떠났던 조각의 뒷모습을 잊지 못한 채 성장했다. 그는 조각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무감각한 킬러의 삶에 자신을 길들여왔다. 그리고 마침내 조각과 재회한 순간, 그녀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더 나아가 자신이 아닌 누군가에게는 감정을 허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투우는 조각을 향해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휘말린다. 기억되지 못했다는 허무함, 인정받지 못한 존재라는 분노, 조각이 타인에게 보이는 연민에 대한 질투. 그의 감정은 사랑도 증오도 아닌, 복잡하게 뒤얽힌 감정들로 가득 차 있다. 이처럼 조각과 투우의 관계는 최근 서브컬처에서 자주 언급되는 ‘혐관(혐오 관계)’의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강하게 끌리는 관계. 갈등의 밀도가 높고 감정이 모호하며, 관계의 이름을 붙일 수 없기에 오히려 더 강렬한 서사적 긴장을 만들어낸다.


5.jpeg 영화 <파과>

<파과>에서 관객의 마음을 건드리는 건 감정의 파편과 관계의 흔들림이다. 액션의 쾌감보다는 인물의 서사를 따라가는 감정선이 중심에 놓이며,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두 인물의 관계가 끝까지 여운을 남긴다.

액션이라는 외피 안에 숨겨진 짙은 관계성은 액션 팬은 물론 서사에 집중하는 관객층까지도 끌어안을 수 있는 힘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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