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 손절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처음 마주했던 카페? 그다음은 교회였던가.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건지 떠올리면 좀 더 명확해질 것 같다.
내가 시어머니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이 마음이.
생전 처음으로 누군가를 오랜 시간 미워하고 미워하다 같은 공간에 있기도 싫어질 때 내 안에 솟아나는 불길을 보았다. 차가운 이성으로 불을 꺼보았지만 까맣게 변한 자리에는 후회라는 잿가루가 훅 끼쳐온다.
메스껍다. 그 간의 나의 인내가, 좋은 척 웃었던 가식이 진심으로 메스껍다.
아래는 폭싹 속았수다에서 극 중 금명이 예비 시어머니에게 하는 대사다.
결혼하기 전에 이 드라마가 방영 되었다면 저대로 줄 줄 읊었을 텐데. 10여 년 전의 나는 너무 어렸고 몰랐다.
저는 아빠 손 안 부끄러워요.
저희 부모님은 하나도 안 부끄러워요.
이 결혼 준비하는 내내 어머님 댁보다 저희 집이 훨씬 품위 있었어요.
안 할래요. 저 못하겠어요.
(영범에게) 이런 결혼을 어떻게 해? 우리 엄마, 아빠 울어
겨우 코딱지만 한 나라 중에서도 지방 도시에 살면서
중심지와 벗어난 동네에 산다고 유세를 부렸던 시모였다.
그 동네 쪽으로는 가 본 적도 없어.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외딴섬인 것 마냥 우리 가족의 출신지까지 깔아뭉개던 양반이었다.
이 이야기는 주변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다.
살다 보니 그런 이야기들이 있다. 아무리 친해도 절대 나눌 수 없는 부끄러운 이야기가.
나는 지난날의 내가 부끄럽다. 그저 참고 참아내던 내가 후회스럽다.
시모는 결혼 전 첫 만남에서 계약 하나를 내뱉었다.
이 결혼을 진행하려면 교회를 다녀야 한다.
그건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계약이었다.
교회요? 오빠도 교회는 안 다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러니까 니가 다녀야 한다'는 답을 듣고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이 결혼 안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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