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심장 다시 살리는 법

[목재 공장 다니는 우드코디의 일상]

by 우드코디BJ

얼마 전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60대가 갑자기 쓰러진 사건이 있었다. 현장에 있던 10대 자매는 의식을 잃은 주민의 맥박이 뛰지 않자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때마침 119가 도착해 현장을 수습했고 다행히 60대 이웃 주민은 건강을 회복했다. 당시 자매 중 언니인 16세 혜민 양은 한 달 전 학교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을 때 속으로 '이런 걸 어디다 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회사에서 안전 관리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입장에서도 늘 의문이 든다. 직원들 중 누군가에게 갑작스러운 심정지 상황이 발생한다면 우리가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3년 전 소방안전관리자 교육을 받을 때 심폐소생술을 배우긴 했지만 지금 내 앞에서 쓰러진 누군가를 처치할 자신은 없다. 인터넷을 통해 심폐소생술 연습용 모형도 알아보았으나 가격도 가격이지만 누가 가르치느냐도 문제였다. 그러다가 김포 소방서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체험 교육을 실시한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김포 전 시민 CPR 체험 교육 공문


이거다 싶어 곧바로 김포 소방서로 전화를 걸었다. 다니는 회사가 김포에 소재하면 교육 대상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강사가 심폐소생술 교보재를 가지고 회사로 직접 방문해 교육을 진행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3월에서 5월까지 3개월 동안만 한다기에 서둘러 부서별 일정을 확인한다. 여차저차 일정 조정을 거쳐 평일 오후 시간을 비워 김포 소방서 화재예방과로 교육을 신청했다.


교육이 있는 날, 오후가 되자 사무실과 생산부, 디자인팀 식구들이 속속 강당으로 모여든다. 교육은 '심폐소생술(CPR)이란 무엇인지?'로 시작해서 이론 교육과 심폐소생술 실습 순서로 진행되었다. 사람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심정지가 일어나면 혈액 순환이 멈춘다. 이 상태가 4분 이상 지나면 산소가 공급되지 않은 뇌부터 손상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10분 이후부터는 다른 장기들도 손상된다. 그래서 심폐소생술의 골든타임은 '쓰러진 직후부터 4분'이다. 목격자에 의해 심폐소생술이 시행된 경우 심장 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약 네 배까지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유림목재 김포공장 강당에서 실시된 김포 소방서 심폐소생술 교육


심폐소생술은 뇌 손상을 지연시킬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는 있지만 심장 박동을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심장충격기다. 간혹 드라마나 영화에서 환자의 심장이 정지하면 의료진이 양손에 무언가를 쥐고 환자의 가슴에 전기 충격을 주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를 흔히 심장충격기라고 부르는데, 심정지가 온 환자에게 전기 충격을 가해 심장을 다시 정상적으로 뛰게 하는 의료기구다.


폐소생술 실습 교육 중인 유림목재 생산기술본부 식구들


강의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쓰러진 사람의 심정지 상태를 빨리 확인하여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하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 제세동기를 구해 빨리 사용하는 게 환자를 살려내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특히 구급차가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제세동기의 신속한 사용이 생존을 가름하는 열쇠라고 한다. 강사님이 보여주신 자동심장충격기(AED)는 작동 시 음성으로 사용법을 알려준다. 침착하게 따라 하기만 하면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35년 소방관 생활을 마치고 안전교육자로 활동 중이신 강사님


매주 사내 교육 시간에 화재 관련 영상을 시청하지만, 35년의 소방관 경력을 가진 강사님의 대면 강의라 그런지 마지막 순서인 화재 관련 교육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이렇게 2시간에 걸쳐 14명의 식구들이 참여한 심폐소생술 체험 교육을 마무리되었다. 윗선에서 받은 지침이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시작해 마무리까지 책임지고 주도한 업무라 내심 뿌듯하다. 사는 동안 단 한 번이라도 '심정지 상황'을 마주하고 싶지는 않지만, 설령 마주친다 해도 이제는 좀 덜 떨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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