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성전자?'... 어쩌면 우리 모두의 문제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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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16. 2024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이들이 소속된 조직을 줄줄이 떠나고 있다. 이전부터 처우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 분야뿐만 아니라 급여나 복지 수준이 국내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주요 대기업들 사이에서도 20대는 줄고 50대 이상은 늘어난 '고령화 추세'가 확연히 드러난다. 대체 우리 사회 여러 공동체 내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주요 대기업 임직원 연령대별 분포 변화 (이미지 = 리더스인덱스)MZ세대 초중고교 교사 절반 이상이 이직할 생각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서교연)이 MZ세대 교사(1980년 이후 출생) 1316명과 기성세대 교사(1979년 이전 출생) 7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자료를 공개했다. '이직 계획'을 묻는 질문에 기성세대의 70.7%가 없다고 답한 반면 MZ세대의 절반 이상은 있다고 답했다. 또한 기성세대에 비해 MZ세대는 '업무량'과 '보수'에 관한 질문에서도 만족도가 낮았고, '업무 배분'과 '성과 평가'에 대해서도 부정적 응답이 많았다.
그동안 MZ세대 교사들이 표출한 '저연차 교사가 기피 업무를 떠맡는 등 불합리한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라는 등의 불만이 수치로 확인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어 MZ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교장이나 교감 등 관리자가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지에 대해서도 미흡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서교연의 한 연구위원은 이와 같이 교사직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교단 이탈 현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5년 미만 공무원 퇴사자 수가 1만 3500명을 넘어서자 지자체와 정부가 휴가를 늘리거나 악습을 없애는 등 대책을 쏟아내며 진땀을 빼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전체 지방공무원 퇴직자 중에서 새내기 공무원 비율이 2019년 17.1%에서 2023년 23.7%로 급등했다. 재직 5년 이하 공무원 퇴직자는 2019년 대비 2배 이상 늘었고, 5~7년 차 퇴사자 수는 같은 기간 3배 이상 증가했다.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이 공무원 퇴사 주제로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 (이미지 = 유튜브 지식인사이드 채널)실제로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젊은 공무원들의 퇴직 관련 브이로그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적은 월급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 미흡한 인수인계 등 부조리한 관행은 여러 브이로그 영상에서 공통적으로 꼽은 주요 퇴사 원인이다. 최근 들어 각 지자체와 기관들이 앞다퉈 '세대 간 소통 간담회'를 개최하고 '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저연차 공무원들의 마음 돌리기에 필사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현상은 공공의 치안과 안전을 담당하는 제복 공무원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55명이었던 10년 차 이하 경찰관 의원면직자(스스로 사표를 내고 그만둔 공직자) 수는 지난해 301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소방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10년 차 이하 젊은 경찰관·소방관의 이탈은 늘어나는 반면, 모집 경쟁률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구 구조 변화로 상비 병력이 빠르게 줄고 있는 국방부도 군문을 나서는 젊은 군 간부가 늘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군 간부 희망 전역자는 3,764명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2,805명에 비해 급증했으나, 지원자는 오히려 줄어들어 군의 전력 유지에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다. 특히 군 간부를 육성하는 각 군 사관학교의 자퇴자 수가 최근 5년간 2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지원자는 매년 줄고 있어 대책 마련 필요성이 커졌다.
삼성전자 연령대별 분포 현황 (이미지 = 한국CXO연구소)최근 국내 최고의 선도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에서도 20대 직원 수는 눈에 띄게 준 반면 중장년층 직원 비중이 크게 늘어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2010~2023년 삼성전자의 글로벌 인력 변동 현황' 자료를 보면 2015년 60%에 육박했던 20대 직원 수는 이후 2023년 27.1%로 눈에 띄게 줄었다. 반면 30대와 40대 이상 직원은 계속 늘었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40대 이상이 20대 직원 수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연령대별 인원 현황 (이미지 = 한국CXO연구소)삼성전자는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 순위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 국내 간판 대기업이다. 국내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2024년 대학생을 상대로 실시한 '취업 선호 기업' 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33.6%가 삼성전자를 꼽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지난 2022년과 2023년 조사에서도 삼성전자는 모두 1위에 올랐다. 올해 조사에서 대학생들이 삼성전자를 꼽은 이유로는 '연봉 수준이 높을 것 같아서(63.6%)', '복지제도 및 근무환경이 좋을 것 같아서(52.6%)',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서(46.9%)' 순으로 조사됐다.
고연차 직원이 많다는 이야기는 성장이 장기간 이어졌기에 근속 연수가 길어지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발표된 삼성전자의 '연령대별 인원 현황' 그래프에서 폭락하는 20대 숫자를 보면 의구심이 든다. 치열한 경쟁 끝에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에 입사한 이십 대 젊은이들이, 서른이 채 되기도 전에 '가장 취업하고 싶었던 기업'에서 대거 이탈하고 있다. 연봉 수준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복지가 별로였을까? 참고로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평균임금은 1억 2000만 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1983년 삼성전자가 첫 자체 개발 메모리 반도체에 도전할 당시 임직원들의 구호였던 ‘반도체인의 신조’ (이미지 = 삼성전자)며칠 전 삼성전자는 전영현 부회장 명의로 이례적인 반성문을 냈다.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로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는 내용이다. 그중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도 다시 들여다보고 고칠 것은 바로 고치겠다"라며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재건하겠다"라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취임사에서도 "부서 간 소통의 벽과, 문제를 회피하는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언급하며 수십 년 이어져온 '반도체인의 신조'도 새로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 3월 24 ‘스타트업 삼성’을 선언하고 조직문화 바꾸기에 나선 삼성전자가 공개한 ‘9 계명’ (이미지 = 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