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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진심으로 짓고 있을까…6만 건 하자가 말해주는 것

순살·통뼈 아파트 오명… 이젠 '어떻게' 짓는지 공개할 때

by 우드코디BJ

"대기업을 믿었는데..." 하자 6만 건의 참담한 현실


지난 5월 MBC가 보도한 한 아파트 단지 현장을 보면, 입주를 앞둔 830세대 규모 아파트의 예비 입주민들 표정은 절망 그 자체였다. "지금 세대 하자 접수한 것이 평균 한 세대당 150건이 넘어요. 그러면 세대 수로 곱하면 6만 건 이상이잖아요." 한 입주 예정자의 말이다.


마감재가 들뜬다. 몰딩이 갈라진다. 타일은 깨지고, 벽지는 곰팡이가 슬었다. 현장은 더 참혹했다. 대리석 바닥이 물에 젖어 흥건하고, 타일 아래선 물이 줄줄 샌다. 난방 배관은 잘못 시공됐고, 누전 차단기는 떨어져 나가 있었으며, 안전문은 거꾸로 달려 있었다. 이른바 '순살 아파트'의 현실이다. 들어가야 할 철근은 빠지고, 원가 절감을 위해 물을 탄 콘크리트로 건물 강도는 설계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실제로 인천 검단신도시 한 아파트는 설계 기준 강도 24 MPa의 70%인 16.9 MPa에 불과했고, 지하주차장을 받치는 32개 기둥 중 15곳에서 보강철근이 설계상 누락됐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역시 '물 탄 콘크리트'가 직접 원인으로 밝혀졌다. '브랜드 아파트'라는 이름만 믿고 분양받은 소비자들에게는 배신감만 남겼다.


해당 사례는 MBC 보도 내용이지만, 실제 하자 판정 기준에 따르면 결로, 균열, 누수 등은 엄연한 법적 하자에 해당하며, 건설사는 책임을 져야 한다. 일부 단지는 공동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2024년 하자심사 건수는 1,774건으로, 이 중 78.9%인 1,399건이 실제 하자로 판정됐다. 하자 판정 비율은 2020년 49.6%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하자 판정 건수 상위에는 현대엔지니어링(118건), 재현건설산업(92건) 등이 이름을 올렸고, 최근 5년간 누적으로는 지에스건설(1,639건)이 1위를 기록했다.



하자는 그대로, 브랜드 마케팅만 늘어나는 아이러니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도 집값은 오히려 오른다. 입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져도 건설사는 '보수하겠다'며 버틴다. 왜? 분양은 이미 끝났고, 계약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입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아파트를 고를 때 '브랜드'를 먼저 본다. 브랜드는 품질 보증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결국 가격을 끌어올리는 '프리미엄'으로 작용한다. 이른바 '브랜드 아파트'다.


건설사들은 2013년부터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에 돌입했다. 삼성물산 '래미안',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대우건설 '푸르지오' 등 기존 브랜드 외에도, 롯데건설 '르엘', DL이앤씨 '아크로', 포스코건설 '더샵 센트럴시티' 등 새 이름들이 등장했다. 브랜드는 어느새 수익을 보장하는 하나의 자산이 되었다.


실제로 아파트 브랜드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설문에 91.3%가 "그렇다"라고 답한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품질을 높이는 것보다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는 게 더 쉽고 효과적이라는 계산인 것이다.



줄일 수 있는 마케팅 비용, 그렇다면 어디에 쓸 것인가


이 브랜드 마케팅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갈까?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견본주택 하나 짓는 데 10억 원 정도가 들고, 도우미 고용 등 간접 운영비도 하루평균 1억 원을 웃돈다고 한다. 2주간만 운영해도 20억 원 넘게 쓰는 셈이다.


더 문제가 되는 건 이 모든 비용의 최종 부담자가 바로 입주민들이라는 사실이다. 국세청이 조세심판원의 관련 질의에 답변한 내용을 보면 '주택신축판매업을 영위하는 법인의 특정 아파트의 분양 촉진만을 목적으로 건설해 사용하는 모델하우스의 설치 비용은 건설 원가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즉, 화려한 모델하우스 건축비부터 도우미 고용비, 각종 이벤트 비용까지 모든 마케팅 비용이 고스란히 분양가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하자로 고통받을 입주민들이 건설사의 화려한 마케팅 비용까지 미리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건설사가 '내 돈'으로 모델하우스를 짓는다면 최소 비용으로 최고 효율을 추구하게 될 텐데, 어차피 소비자 부담이니 비용 절감 동기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불황일수록 건설사들은 모델하우스에 더 많은 비용을 쏟아붓게 되는데, 이 모든 부담은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TV 광고, 온라인 마케팅, 유튜브 채널 운영비까지 더하면 건설사들의 광고 홍보비는 천문학적 규모다. 아파트 브랜드 인지 경로 설문에서 온라인 광고 28.3%, TV광고 23.2%로 나타난 것을 보면, 건설사들이 얼마나 많은 채널에 광고비를 쏟아붓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생산 원가에 들어가는 홍보마케팅 비용을 '겉치레'에 반복적으로 쓸 것인가, 아니면 근본적인 품질 향상에 투자할 것인가? 화려한 광고로 겉모습만 치장하는 데 수십억을 쓸지, 실제 시공 품질을 높이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데 그 돈을 쓸지 말이다.



브랜드 뒤에 가려진 진실, 소비자의 알 권리는 어디에


수억 원을 지불하고 평생 살 집을 사는 소비자에게는 '누가, 어떻게, 무엇으로 내 집을 짓는지' 알 권리가 있다. 하지만 현재 시스템은 이 기본적인 권리마저 차단하고 있다.


브랜드 이름 뒤의 진짜 실체를 보자. 시공사는 하청, 하청의 하청, 그 아래 수많은 인력들이 얽혀 있는 구조다. 같은 '힐스테이트'라도 A 현장과 B 현장의 실제 시공업체는 완전히 다르다. 철근은 어느 회사 제품인지, 방수재는 누가 납품했는지, 콘크리트는 어떤 배합으로 만들어졌는지 - 소비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이는 단순한 정보 부족이 아니라 정보 접근권 자체의 박탈이다. 자동차를 살 때는 엔진, 연비, 안전도를 다 확인할 수 있는데, 자동차보다 훨씬 비싼 집을 살 때는 브랜드 이름과 분양 광고만 믿고 결정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소비자의 알 권리 회복이 절실하다. 브랜드 대신 '투명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투명성은 곧 신뢰이자, 소비자의 기본권이다.


소비자들도 이제 '어떤 콘크리트를 썼나?', '방수는 누가 어떻게 했나?', '하자 발생 시 누가 책임지나?'라는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알 권리를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건설사들도 답할 준비를 하게 된다.



이미 유튜브를 하고 있지 않은가, 보여주는 관점만 바꿔보자


사실 방법은 이미 갖춰져 있다. 건설사들은 이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웹사이트도 있고, 영상 제작팀도 있다. 문제는 무엇을 보여주느냐다. 그런데 거기 올라오는 건 대부분 CG로 제작된 모델하우스나 분양 광고다. 시공 현장은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법적 제약이 있긴 하지만, 촬영 가능한 범위 내에서라도 현장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공유할 수는 있다.


예컨대, 공정별 시공 영상이나 자재 납품 내역, 책임 시공자 정보, 그리고 하자 발생 시 실제 대응 사례 등을 기록해 두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콘크리트를 치는 날이면 어느 레미콘 업체에서 어떤 강도의 콘크리트가 오는지(C24인지 C30인지), 슬럼프 12±2cm 기준에 맞는지, 공기량이 5~8% 유지되는지, 배치번호별로 어떻게 관리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방수 공사라면 담당 실무자들이 현장 사무실에서 테이블 위에 여러 메이커의 방수재를 놓고 회의하는 모습을 그대로 찍어도 좋겠다. 실제 도막 두께를 측정하고, 이음부 접착 상태를 하나하나 점검하는 과정까지 공개할 수 있다.


철근 배근이라면 현장 사무실에서 구조도면을 펼쳐놓고 시공팀장과 구조 담당자가 머리를 맞대고 검토하는 모습부터, 줄자로 하나하나 간격을 재고(±5mm 오차 기준), 결속 상태를 점검하는 과정까지 공개하는 것이다.


창호 업체들이 현장 컨테이너 사무실에 모여 성능 기준을 놓고 설명하는 모습, 수평·수직 오차 3mm 이내로 맞추는 과정, 개폐 상태와 기밀성을 체크하는 장면까지 보여줄 수 있다. 급배수 설비팀이 배관도를 들고 현장에서 토론하는 모습, 압력 1.0 MPa로 30분간 누수 테스트를 하고 압력강하가 0.05 MPa 이하인지 확인하는 과정까지. 이런 장면들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다.


근로자들의 초상권 보호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드론이나 고정형 카메라, 혹은 작업 완료 후 정리된 화면으로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의지다.



투명성이 만드는 놀라운 선순환


이런 정보가 실시간으로 축적되고, 유튜브나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와 공유된다면 어떻게 될까? 신뢰가 생긴다. 분양 단계에서부터 '이 아파트는 어디까지 어떻게 지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 입주 이후의 불안도 줄어든다. 건설사는 책임 시공을 강조할 수 있고, 소비자는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다.


더 중요한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건설사들은 영업비밀 유출이나 법적 리스크 증가를 우려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신뢰 위기 상황에서는 투명성이 오히려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브랜드 네임이나 화려한 광고가 아니라, 실제 시공 품질로 승부하는 건설사들이 나타날 수 있다. "우리 회사는 철근 검수를 이렇게 꼼꼼히 합니다", "우리는 방수재 테스트를 이렇게 오래 합니다" 하면서 기술력 향상에 진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그 결과는 '소비자 신뢰도 상승', '불필요한 하자 분쟁 감소', '광고비 절감', '분양률 상승' 등의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덤이다.


물론 투명성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 것이다. 촬영 장비, 편집, 플랫폼 운영비 등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델하우스와 대규모 광고비 지출을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하자 분쟁으로 인한 비용과 브랜드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현장이 곧 모델하우스가 되고, 유튜브 채널에는 검증된 콘텐츠가 계속 쌓인다. 입주 완료 후 실제 거주자들의 후기까지 더해지면 자연스러운 바이럴이 시작된다. 새로운 지역에 아파트를 지을 때마다 "또 대규모 홍보 마케팅을 해야 하나?" 고민할 필요가 없어진다. 입소문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마케팅이니까.


실제 입주민들이 "우리 아파트 짓는 과정 다 봤는데 정말 꼼꼼하더라"라고 증언하는 것과, 연예인이 나와서 "프리미엄 아파트"라고 광고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믿을 만한가? 유튜브 영상 하나가 수십 편의 광고보다 강력한 이유다.



현실적 한계와 단계적 접근법


물론 모든 시공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건설사들의 우려도 이해할 만하다. 시공 노하우 유출, 하자 발생 시 증거 자료로 활용될 위험,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따른 비용 부담이다. 또한 촬영, 편집, 관리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소비자들 역시 당장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복잡한 건설 과정보다는 브랜드 이름과 입지가 여전히 더 중요한 선택 기준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하자 급증과 신뢰 위기 상황에서는 이런 변화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


물론 "C30 콘크리트"나 "철근 D16 간격" 같은 전문 용어를 모든 소비자가 완벽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핵심은 세부 기술보다는 **"이 회사는 숨기지 않는다"**는 신뢰감이다. 전문가들이 검토할 수 있는 정보가 공개되고, 일반 소비자들도 최소한 "투명하게 공개하려는 의지"는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건축, 인테리어 분야 유튜버들이 전문적인 내용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며 인기를 끌고 있지 않나.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관심도와 학습 의지는 생각보다 높다.


그렇다면 전면적 투명성 대신 단계적 접근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먼저 핵심 공정만 선별적으로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콘크리트 강도, 철근 배근, 방수 시공 같은 구조 안전성과 직결되는 항목들부터 투명하게 공개해도 충분한 신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차원의 표준화된 정보 공개 시스템도 필요하다. 건설사마다 제각각 공개하는 것보다, 통일된 기준과 플랫폼을 통해 비교 가능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시범사업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일부 건설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해 효과를 검증한 후, 점진적으로 확산시키는 방식이다. 초기 참여 건설사에게는 분양 승인 시 가산점을 주거나, 공공 발주 시 우대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완벽한 투명성을 당장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의 "브랜드 이름만 믿고 가는"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은 분명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일부 건설사부터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확산되는 방식이 현실적일 것이다.



광고성에서 진정성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수십 년을 함께 살아갈 공간이라면, 선택은 더 신중해야 한다. 건설사들이여,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하자는 늘어나는데 겉치레 광고만 증가시킬 것인가, 아니면 투명성으로 진정한 신뢰를 쌓을 것인가?


분명한 것은 현재의 신뢰 위기 상황에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투명성 시스템 구축에 초기 비용이 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반복적인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진정한 소비자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광고로 겉모습만 치장하는 대신, 실제 품질과 투명성에 투자하는 건설사들이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그것이 하자로 고통받는 입주민들에게도, 그리고 건설사 자신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길일 것이다. 게다가 유튜브는 전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시청하는 플랫폼이다. 투명하고 꼼꼼한 시공 과정을 보여주는 한국 건설사들이 고밀도 주택 건설이 필요한 해외 도시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도 있을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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