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SNS는 매수 제한 없는 이력서가 된다

블로그·SNS·작은 흔적이 당신의 커리어를 증명하는 순간

by 우드코디BJ

이력서 한 장으로 당신의 모든 역량을 증명할 수 있을까. 기업의 서류 심사가 과연 공정하다고 믿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채용은 언제나 특정 시간과 공간에서 '평가'와 '증명'을 주고받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이 관행을 뒤흔드는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ChatGPT 개발사 OpenAI가 내년에 AI 기반 일자리 매칭 플랫폼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 플랫폼은 단순한 구인구직 연결을 넘어서 지원자의 실제 역량을 인증하고 AI가 기업과 매칭하는 방식을 표방한다. 이는 링크드인 같은 기존 강자들과의 경쟁을 예고하며, 채용의 규칙 자체가 다시 쓰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채용, 시대를 비추는 거울

채용 방식은 늘 시대의 변화를 비춰왔다. IMF 외환위기 전에는 대규모 공개채용과 인맥 중심 채용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평생직장의 개념이 무너지자 기업들은 '즉시전력감'을 원했고, 학점·토익·자격증 경쟁이 본격화되었다. 2000년대 중반에는 경험을 스토리로 풀어내는 자기소개서와 스토리텔링 면접이 유행했다. 이후 집단 토론, 프레젠테이션, 화상 면접이 차례로 확산되었고, 최근에는 표정과 어휘, 말투까지 분석하는 AI 면접이 보편화되었다. 겉모습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지원서 제출 → 평가"라는 고전적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OpenAI의 플랫폼은 바로 그 틀 자체를 바꾸려 한다.


AI, 채용의 규칙을 다시 쓰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변화가 감지된다. 하이어뷰(HireVue)와 파이메트릭스(Pymetrics) 같은 AI 채용 솔루션은 채용 시간을 단축하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AI의 도움을 받은 지원자가 합격률을 높였다는 결과도 나왔다. 국내 플랫폼도 변신을 모색 중이다. 사람인은 커리어 마켓플레이스를 열고, 잡코리아는 ATS(채용관리시스템)로 기업 고객을 공략한다. 그러나 이들 모두 여전히 "공고를 보고 지원한다"는 틀에 머물러 있다.


반면 OpenAI의 목표는 다르다. "1천만 명의 역량 인증". 이 숫자는 변화의 영향을 일부 구직자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노동자의 보편적 과제로 확장시킨다.


기록이 곧 명함이 되는 시대

그러나 이 변화가 과연 모두에게 공정할까. 디지털 흔적을 남기지 않은 이들은 불리할 수 있다. SNS나 블로그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개인 브랜딩에 투자할 시간적·경제적 여력이 없는 구직자는 소외될 위험이 있다. AI가 개인이 올린 글과 모든 온라인 활동까지 평가 대상으로 삼는다면, 구직자는 24시간 ‘면접 모드’로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록(log)의 힘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한두 줄의 스펙보다 블로그든 브이로그든 꾸준히 쌓인 디지털 흔적이 지원자의 진정성과 역량을 더 입체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실제 잡코리아 조사(2024년 10월)에 따르면 직장인의 68.8%가 이미 커리어 브랜딩을 실천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었다. 20대는 이직과 포트폴리오, 30~40대는 성장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이를 활용하고 있었다.


[사례 연구] 회사 일지가 자산이 되는 법

내가 몸담은 회사도 기록의 힘을 실험하고 있다. 영업부 2년 차 사원은 고객 상담기를 블로그에 올려 동료와 공유하며, 동시에 고객에게는 매주 뉴스레터를 발송한다. 관리부 3년 차 주임은 부서별 일정을 모아 매일 아침 '데일리 브리핑'으로 정리하고, 생산부 2년 차 사원은 새로 배운 기술과 주문 제품의 제작 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긴다.


부서마다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록은 어느새 업무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 직원들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서로이웃'으로 연결되어 글이 올라오면 곧바로 알림을 받는다. 덕분에 부서 간 장벽이 낮아지고, 개인의 기록이 회사 전체의 부서별 업무 지식 자산으로 쌓인다. 일일업무일지는 더 이상 일회성 관리용 서류가 아니라, 업무 지식 아카이브로 발전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있는 셈이다.


화면 캡처 2025-09-09 205732.jpg 인턴사원부터 대표이사까지 블로그 쓰는 훈련 중이다.


SNS의 재발견

사람 면접관과 달리 AI에게는 수십만 장의 지원 서류도 문제 되지 않는다. 지원자의 글, 프로젝트, 협업 경험, 학습 과정 같은 디지털 흔적 전체가 평가 대상이 된다. 따라서 매일 10분이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작은 기록부터 시작하자. 프로젝트에서 배운 점, 실패 경험, 협업 과정, 새로 익힌 기술 등을 솔직하게 남겨보자. 크고 작은 기록이 쌓이면 훌륭한 '자기소개서'이자 '이력서', '경력기술서'가 된다.


기록이 곧 명함이고, 브랜딩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이다. 그러나 동시에 기록하지 않은 사람의 침묵은 새로운 불평등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자신만의 기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블로그든 포트폴리오 사이트든, 자신에게 맞는 플랫폼을 선택하고 꾸준히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AI가 커리어를 평가하는 시대가 온다면, SNS는 당신의 가치를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매수 제한 없는 이력서'가 될지도 모른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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