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 주상절리길에서 만난 멀바우 이야기

[목재 공장 다니는 우드코디의 일상]

by 우드코디BJ


주말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자 지인이 근교 여행을 가자며 슬슬 꼬드기기 시작한다. 한탄강에 하늘다리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그렇게 끝내준다는데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기에 내심 걱정이 된다. 사정을 알리고 장소를 바꾸자 했지만 어린아이들도 방방 뛰어다니는 곳인데 무슨 소리냐며 시간과 만남 장소까지 통보해 왔다.

가기 하루 전 한탄강을 검색해 보니 해안가가 아닌 내륙지방에서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한다. 한탄강의 주상절리는 50만 ~10만 년 전 북한 오리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굳어지면서 만들어졌고, 내륙에서 보기 힘든 화산지형이 잘 보존돼 있어 한탄강 일원 1165.61㎢은 2020년 7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었단다. 조금씩 호기심이 일었다.


KakaoTalk_20231017_131348185_01.jpg 한탄강 하늘다리를 건너며


정오가 다 되어 도착한 주차장에서 바로 옆 굽이굽이 오름길을 따라 오르니 하늘다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한탄강 옆으로 주상절리가 보이는 양쪽 절벽을 잇는 길이 약 200m의 하늘다리에는 유리를 통해 다리 아래를 볼 수 있는 스카이워크가 군데군데 있다. 한발 한발 조심스레 다리를 건너다가 바람이 불어 다리가 흔들리는 게 느껴질 때마다 식은땀이 난다. 이윽고 바람은 잦아들고 다리 중간 즈음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한탄강이라는 이름의 뜻이 '은하수 여울'이라고 하던데 눈 안에 들어온 풍경과 참 잘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KakaoTalk_20231017_131348185_05.jpg 탐방로는 오르내림이 꽤 있지만 가파르지만 빠른 길과 둘러 가는 편한 길을 선택할 수 있다


한탄강 하늘다리에 연장된 전망데크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보행로와 경사로가 목재 데크로 잘 만들어져 있으니 좋구나 생각하면서 가까이 보니 멀바우다. 크윌라라고도 불리는 이 나무는 일반인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조경데크재, 건축외장재 등으로 널리 쓰이는 것은 물론 인테리어나 원목가구 제작에도 널리 쓰이는 수종이다.


멀바우는 때때로 크윌라라는 상명(commercial name)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 걸음씩 내딛는 발에 전해오는 원목 데크의 느낌에 좀 더 집중해 본다. 확실히 일반적인 도로나 아스팔트를 걷는 것에 비해 보행감이 좋다. 단단한 포장도로를 오늘만큼 걸었다면 다리에 피로감이 꽤나 들었을 테다. 한 때 도심 곳곳에 수많았던 2층짜리 양옥집에는 원목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는 나무가 풍기는 아늑한 분위기도 한몫했지만 계단을 내려올 때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이 덜어지는 효과도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떤 공간에 목재를 사용할 때는 용도에 적합한 특성이 있는 수종을 잘 골라 써야 한다. 특히 비나 눈을 맞는 등 수분에 노출되는 상황이 잦거나, 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특성상 하중이나 충격에 견디어야 하는 외부데크의 경우 알맞은 수종 선택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경우 재질이 무른 소프트우드(softwood) 보다는 단단한 하드우드(hardwood) 계통이 좋고, 색상이나 나뭇결의 아름다움보다 내습성(수분 저항성), 내부성(부후(썩음) 저항성), 내충성(해충 저항성)이 고르게 우수한 수종이 좋다.


KakaoTalk_20231017_131348185_22.jpg 넓디넓은 고석정 꽃밭


주상절리길 2코스인 가마소길을 끝마치고 3분 정도 더 걸으니 엄청나게 드넓은 꽃밭이 눈앞에 펼쳐진다. 일행들과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삼십여분 넘게 거닐었지만 다 돌아보지는 못했다. 형형색색의 수많은 꽃들을 눈에 담고 나니 배가 부른 듯 눈이 부른 느낌이 든다. 매년 겨울이 되어 한탄강이 얼면 그 위를 걸으며 주상절리를 감상할 수 있는 '얼음 트레킹 축제'도 열린다고 하니 내년 겨울에 다시 한번 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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