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사회성을 문제 삼기 전에

직장과 가정에서 동시에 무너지는 공존의 기술

by 우드코디BJ
ChatGPT Image 2026년 2월 25일 오전 11_58_31.png 바뀐 채용 시장의 풍경


2026년 1월,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이른바 '쉬었음' 인구가 278만 명을 넘어섰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1월 기준 역대 최대다. 특히 20대의 ‘쉬었음’ 인구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전체 취업자 수와 일부 연령층 고용지표는 개선된 반면, 청년 고용률·실업률은 5년 만에 최악 수준을 보였다. 같은 나라에서 같은 시간에 벌어지는 두 개의 숫자다.


언론은 이 숫자를 건설업과 제조업 경기 둔화, 공채에서 수시·경력직 채용으로의 전환으로 설명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기업들이 신입을 뽑아 키우는 대신 즉시 전력이 되는 경력자를 선호하게 되면서, 사회에 처음 나오는 청년들은 경력을 쌓으려면 취업을 해야 하지만, 취업을 하려면 경력이 있어야 하는 역설 앞에 서게 됐다. 진입로가 좁아진 것이다.


여기에 AI가 겹쳤다. 국제노동기구 세션에서 소개된 분석은 국제기구와 주요 연구들에서는 생성형 AI가 주니어·초년 경력자의 일자리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러 기업 사례에서 신규 채용은 줄어들지만 기업 평균 임금은 오르는 엇갈린 행보도 이 흐름의 일부다. 기업이 신입보다 AI를 활용할 수 있는 숙련 인력을 우선 남기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신입이 들어와 부딪히며 배우던 사다리가, 눈에 띄지 않게 먼저 철거되는 셈이다.


그러나 재직자도 사정권에 들기 시작했다. 권고 수준에 머물던 AI 활용이 인사 평가 항목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인적자원 관리의 칼날도 채용에서 재직자 평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신입 채용을 줄인 뒤, 이제는 재직자의 생산성과 활용도를 정밀하게 가르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재직자의 업무 노하우를 학습한 기업용 AI가 해당 직무의 자리를 줄이기 시작할 때, 조직에는 누가 남는가.


이쯤에서 이 글이 말하려는 사회성이 무엇인지 짚어둘 필요가 있다. 단순히 붙임성이나 외향적인 성격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 협업의 규범을 지키는 것, 갈등을 감정 폭발 없이 처리하는 것, 피드백을 방어 없이 수용하는 것, 경계를 존중하는 것, 함께 일할 때 마찰 비용을 줄이는 것. AI가 대신할 수 없는 바로 그 영역이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코로나 학번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우려를 표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으로 조직 내 융화와 적응, 업무 협업과 팀워크를 꼽았다. 직무 지식이나 어학 능력이 아니었다. 함께 일하는 능력이었다.


코로나 시기 한 대학생 설문에서는 코로나가 취업에 부정적 영향을 준 이유로 ‘인맥을 쌓지 못해서’를 가장 많이 꼽았다. 기업은 함께 일하는 능력을 걱정했고, 당사자들은 대인관계의 공백을 걱정했다. 코로나가 남긴 비대면의 여파를 양쪽에서 동시에 걱정하고 있었던 셈이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은 연구를 통해 코로나 시기에 노동시장에 진입한 세대가 29세가 넘어서도 높은 쉬었음 비중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첫 진입의 실패가 이후 경력 전반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남기는 이른바 상흔 효과다.


연구 결과에서 더 주목할 부분은 2000년대생이다. 취업 준비 단계조차 거치지 않고 곧바로 비경제활동 상태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했다. 일부 구간에서는 구직을 포기한 청년 중 쉬었음의 비중이 90%를 넘었다. 준비하다 포기한 것이 아니라 시작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처음부터 노동시장 밖에 머무는 청년도 있지만, 일단 들어갔다가 버티지 못하고 나오는 청년도 있다. 후자의 경우 기술이나 의지의 문제라기보다, 조직 안에서 관계를 감당하는 능력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쉬었음을 단순히 취업 의지가 부족했다고만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이 현상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포춘지는 Z세대 고용 불가론을 다루며 기업들이 달력 관리, 회의 수락, 기본 직장 예절까지 가르쳐야 하는 현실을 전했다. 소프트 스킬 부트캠프가 등장하고, 관리자들에게 젊은 직원과 일하는 법을 따로 교육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비판도 있다. 세대 탓이 아니라 신입이 들어갈 자리 자체가 줄어든 구조의 문제라는 반론이다. 그 반론도 맞다. 어느 쪽이 맞든, 함께 일하는 능력이 위기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멈춰야 한다.


청년 세대의 사회성이 문제라고 말하기 전에, 그들이 들어가야 할 조직의 사회성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25년 실시된 한 설문 조사에서 직장인의 10명 중 7~8명은 직장에 ‘오피스 빌런’이 있다고 답했다. 대기업은 그 비율이 더 높았다. 직장인들이 퇴사를 고민하는 이유로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반복적으로 상위권에 올라온다. 신입과 저연차 직원의 이탈 원인으로 경직되고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늘 빠지지 않는다.


직장 밖으로 나가면 어떤가. 명절이면 가족 모임이 불편해서 혼자 명절을 보내는 혼명, 혼설이 해마다 확산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한자리에 모이는 것조차 버거워진 사회다. 이것은 청년 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힘든 문제로 반복해서 등장하는 사회라면, 이미 어른들의 관계 방식 자체에 시대착오적 모순이 쌓여 임계점을 넘었다는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ChatGPT Image 2026년 2월 25일 오전 11_29_10.png 조직과 가정, 문화의 건강 지수는?


AI는 우리가 외면해온 그 모순을 직장에서 더 빠르고 냉정하게 드러낼 것이다. 평가의 데이터화 방향은 이미 분명하다. 업무 성과만이 아니라 협업 방식과 소통 태도가 기록되고 분석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그 평가가 공정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직장관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생이라면 스펙 칸을 채우는 것만큼, 불편한 관계 속에서 버티고 조율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취준생이라면 몇 년이고 원하는 기업의 문이 열릴 때까지 준비만 반복하는 것보다, 중소기업이든 아르바이트든 실제 사람들과 부딪히는 경험을 되도록 많이 해보는 것이 전략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그 자리에서 자신이 어떤 태도로 일하는 사람인지, 대인 관계에서 무엇이 부족한지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재직자라면 더 냉정하게 자신을 봐야 한다. 신입 부하의 사회성을 탓하기 전에, 내가 그들에게 어떤 상사인지 확인해야 한다. 나는 꼰대인가, 리더인가. 지금 이 질문을 스스로 던지지 않으면 AI 기반 평가 도구가 확산되는 조직에서는 그 답이 더 냉정한 방식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사람이 하는 것이라 믿었던 많은 일이 자동화되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어떤 능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들에게도 함께 일할 수 있는 역량은 전제 조건이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첫 번째는 제쳐두고서라도 두 번째마저 잃어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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