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를 재고 직선을 긋는 작은 막대
길이를 재고 직선을 그을 때 사용하는 작은 막대기다. 가구를 만들 때 제일 먼저 필요한 한 가지를 꼽자면 단연 이것일 것이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재단, 조립까지 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플라스틱이나 나무 소재의 자도 있지만, 공방에서는 강철로 된 직자를 선호한다. 강해서 훼손될 우려도 적고, 두께가 얇아 목재에 딱 붙여 정확한 눈금을 읽기 쉽다.
필통에도 넣을 수 있는 짧은 것에서부터 미터 단위의 긴 것까지 직자의 길이는 다양하다. 흠집에는 강하지만 휘어지는 것에는 약해서 보관과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길이가 긴 경우 줄자나 접이식 자 형태가 편리하지만, 요령 없이 제 몸에 주어진 길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직자는 매우 직관적이다.
가장 자주 사용하는 것은 15센티미터짜리이다.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로 필기구와 함께 보관하기 좋다. 가격도 저렴해서 천 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이보다 몇 배는 비싼 계측공구 전문 제조사의 제품은 눈금의 두께가 더욱 얇고 선명하다. 같은 길이를 읽더라도 눈금선 두께의 어느 지점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소수점 이하의 오차가 발생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것은 선택에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목공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사용자층이 확보된 제조사의 제품이라면 믿고 사용할 수 있다. 사다놓으면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추는 일이 빈번한 직자의 속성 탓에 낮은 가격은 고마울 따름이다.
당연하게도, 모든 제작과정의 기준이 되는 측정도구의 눈금은 정확해야 한다. 끝내 못 미덥다면 검증된 측정도구를 미리 갖춰두고, 첫 사용 전에 눈금을 비교해 볼 수도 있겠다.
길이를 측정하는 본연의 기능 외에 가구 조립 시 접착제를 제거하는 데도 유용하다. 직자를 어슷하게 세워 부재의 결합 부위에 삐져나온 접착제를 미끄러지듯 단번에 긁어낼 수 있다.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 적절한 탄성, 부재의 교차지점에 딱 들어맞는 직각의 모서리 등 모든 것이 완벽하다. 너무 날카롭지도 않아 목재에 흠집을 내지도 않는다. 전용 블레이드가 달린 접착제 제거용 스크래퍼나 끌, 숄더플레인, 치즐플레인 등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이 15센티미터짜리 직자가 손에 가장 잘 붙는다. 여기저기 하나씩 늘어놓고 치수를 확인하거나 접착제를 제거할 때 손에 잡히는 대로 쓰고 있다.
* 그림: 툴스타/블루텍 15cm 직자
여기는 제주 구좌읍의 작은 목공방입니다. 이곳에서 만나는 주변의 어떤 것에 대한 짧은 리뷰들을 연재합니다. 공방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대해 주로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