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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사물도감: 직각자

직각에 대한 끊임없는 지향

by 우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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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목공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각도는 직각이다. 가구의 높이는 지면에서 위로 향하고, 높이와 직교하는 방향으로 가구의 폭이 결정된다. 수직으로 뻗은 네 개의 다리 위에 수평으로 놓은 상판이 테이블을 만들고, 나란히 서 있는 두 개의 옆 판과 직각으로 만나는 일정 간격의 널빤지는 선반이 된다.


직각자는 이름 그대로, 직각을 확인하는 단순하고도 중대한 업무를 맡고 있다. 가구의 연결 부위가 올바르게 직각을 이루고 있는지 확인할 때 직각자를 사용한다. 교차하는 부분에 직각자를 갖다 대고, 목재와 직각자 사이에 여백이 없이 딱 들어맞는지를 확인한다.


‘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지만, 눈금이 없는 것들도 있다. 직각자에서 눈금은 부차적인 기능이다. 직각자의 고유한 존재 의미는 직각에 대한 지향이다. 직각자는 스퀘어(square)라고도 부르는데, 직각이나 정사각형을 의미한다.


강철로 된 두 개의 부품이 ㄱ자로 직교하는 구조의 직각자를 자주 사용한다. 직각 이등변 삼각형 모양도 있다. 삼각형 모양이면 삼각자, 45도가 포함된 다각형 모양이면 연귀자라고 주로 칭한다.


높이와 폭이 각각 90센티미터인 육면체 모양의 수납장을 만든다고 생각해 보자. 정면에서 봤을 때 정사각형이 되도록 4개의 판재를 연결하면 그럴듯한 모양이 완성된다. 하지만 이때 어느 연결부의 각도가 살짝 틀어져 있다면 어떨까? 한쪽이 89도로 결합할 경우 맞은편은 1.5센티미터 이상 어긋난다. 고작 0.1도 차이가 난다 해도 반대쪽은 2밀리미터가량 비뚤어지게 되는데, 이는 문짝이나 서랍을 달 때 간섭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직각이 맞지 않는 가구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평행사변형이 되어버린다. 조립 과정에서 수시로 직각자를 갖다 대고 오차를 바로잡아야 한다.


조립 이전에 재단한 부재 자체의 직각도 중요하다. 직각이 맞지 않는 부재끼리 결합해 봐야 올바른 90도가 나오지 않는다. 수압대패나 테이블쏘 등 부재를 가공하는 기계의 직각을 유지하는데도 직각자를 사용한다.


이렇게 중요한 기준이 되기에, 직각자만큼은 검증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안심된다. 저가형 제품은 애초에 각도가 미세하게 틀어져 있거나, 사용 과정에서 변형이 오는 경우가 많았다. 바람직한 것은, 2개 이상의 고정밀 직각자를 갖추고 종종 상호 검증하는 것이다. 부주의로 떨어뜨리거나 다른 공구들과 함께 뒹굴지 않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그림: 마츠이 정밀 직각자 SM-15

MATSUI Precision Square (with scale)



여기는 제주 구좌읍의 작은 목공방입니다. 이곳에서 만나는 주변의 어떤 것에 대한 짧은 리뷰들을 연재합니다. 공방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대해 주로 이야기합니다. instagram.com/401squirr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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