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확인하는 기울기
디지털 각도계는 측정 대상이 기울어진 정도를 숫자로 확인시켜 준다. 내가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용도는 테이블쏘의 톱날 각도를 조정하는 것이다.
테이블쏘는 정반이라고 부르는 넓고 평평한 상판에 원형의 톱날이 튀어나와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정반에 목재를 딱 붙인 상태로 회전하는 톱날 쪽으로 밀어서 재단한다. 정반과 톱날이 서로 직각으로 만날 때, 재단면도 깔끔하게 90도를 이룬다. 톱날이 90도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직각자*를 들이대는 것이 가장 간편할 것이다.
90도나 45도와 같이 수시로 사용되는 각도들은 직각자나 연귀자 등의 전용 측정도구가 담당한다. 하지만 가구를 만들다 보면 다양한 각도가 필요하다. 가구의 연결 부위에 조금씩 기울기를 주거나, 설계상 0.1도 단위의 각도를 사용하게 되는 때도 있다. 정반은 고정되어 있으므로 특정 각도로 목재를 재단할 때는 톱날의 각도를 조절한다.
이럴 때 디지털 각도계는 실시간으로 변하는 수치를 시각적으로 확인시켜 주므로 매우 간편하고도 믿음직하게 각도를 조절할 수 있게 한다. 자성을 띠고 있는 디지털 각도계의 바닥을 테이블쏘의 톱날에 붙이고, 각도계가 표시하는 숫자를 보며 원하는 각도에 이를 때까지 기울기를 조금씩 조정하는 것이다.
이 디지털 각도계는 절대 수평을 감지하는 셀프 레벨 기능이 있다. 하지만 톱날 각도를 설정할 때는 테이블쏘의 정반이 절대 수평이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정확한 각도로 재단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기준면인 정반과 톱날의 관계이고, 측정에 앞서 이를 설정해 줄 필요가 있다. 테이블쏘의 정반 위에 디지털 각도계를 올려놓고 캘리브레이션 버튼을 누르면 각도를 표시하는 숫자가 0으로 리셋된다. 이 시점부터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각도는 테이블쏘 정반이 0도 기준이 된다. 기준면을 잡아주는 한 번의 관계설정 작업이 완료되면, 그 위에서 작업하는 것들은 설정된 각도를 정확하게 유지한다.
저가 제품들의 센서도 꽤 정확해서 측정값에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래도 측정 도구는 심리적으로 어느 정도 검증된 제조사의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 숫자가 큼지막하게 표시되는 반전 액정은 가시성이 꽤 좋다. 눈에 잘 띄는 주황색 몸체를 손에 쥐면 단단한 느낌이 든다. 소수점 첫째 자리까지 표시되어 지나치게 정밀하지 않다는 점은 목공에서 불필요한 0.01 단위의 미세조정을 위해 낑낑대는 것을 방지해 준다.
* 그림: KLEIN TOOLS Digital Angle Gauge and Level (935DAG)
여기는 제주 구좌읍의 작은 목공방입니다. 이곳에서 만나는 주변의 어떤 것에 대한 짧은 리뷰들을 연재합니다. 공방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대해 주로 이야기합니다. instagram.com/401squirr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