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방울이 알려주는 균형
가장 단순한 원리와 직관적인 형태로 직선이나 평면의 수평을 알려준다.
액체로 채워진 기다란 튜브에 기포가 들어있다. 튜브에는 눈금이 그려져 있는데, 두 눈금 사이에 기포가 위치하면 수평이 맞는 상태이다. 조금의 오차도 없이 정중앙에 딱 멈춰있는지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눈금도 기포의 크기에 딱 들어맞기보다는 어느 정도 여유를 두고 마킹되어 있다. 정밀한 센서가 수평 여부를 OX로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물리법칙의 작용을 눈으로 보고 가늠해야 한다.
각도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기에 미세한 조절이 필요할 때는 적합하지 못하다. 조금씩 기울기를 조절해도 기포가 꼼짝 않고 있다가, 어느 지점에 달하면 한 번에 쑥 이동해버리기도 한다. 다만 기포가 튜브의 어느 방향으로 치우쳐져 있는지를 통해 기울어진 방향을 확인할 수는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공방에서 버블 타입의 수평계를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다. 캐비닛을 설치하거나 선반 따위를 벽에 걸 때 어느 정도 수평이 맞는지를 간단하게 확인하는 용도이다. 정확도가 필요할 때는 레이저 레벨기를 사용한다.
물 속에서 공기 방울이 위를 향해 올라가는 성질을 활용해 수평을 알려주는 명확한 구조와 사용방법을 가진다. 요즘에는 핸드폰에 수평계 기능이 기본으로 들어있기도 하지만, 튀어나온 카메라 모듈이나 버튼으로 인한 수치 보정의 필요성이나 사용상의 편의 등을 감안하면 별도의 수평계를 사용하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은 아니다. 본체와 튜브의 체결 상태에 따라 측정 결과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보기보다 꼼꼼하게 제작되어야 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수평계의 바닥이 수평을 확인하고자 하는 면과 길이 방향으로 길게 접촉할수록 작은 각도 변화에도 민감해지고, 정확도는 올라갈 것이다. 긴 튜브가 여러 개 달린 1미터 이상의 큰 제품도 있고, 작은 튜브 한 개를 열쇠고리 형태로 매달고 다니는 것들도 있다.
튜브 안의 기포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귀여워서 크게 쓸모없더라도 종종 구입한다. 금속면에 붙여서 사용할 수 있도록 바닥이 자석으로 되어있는 제품이 대부분이라 작업실 여기저기 붙여놓기 좋다.
* 그림: SB 미니레벨 MML-100
여기는 제주 구좌읍의 작은 목공방입니다. 이곳에서 만나는 주변의 어떤 것에 대한 짧은 리뷰들을 연재합니다. 공방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대해 주로 이야기합니다. instagram.com/401squirr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