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사물도감: 함수율 측정기
촉촉할 수 없는 나무의 속사정
함수율은 목재에 함유된 수분을 백분율로 나타낸 값을 말한다. 측정기 앞부분의 덮개를 벗겨내면 뾰족한 두 개의 금속 핀이 드러나는데, 이것을 목재에 지그시 밀어 넣으면 디스플레이에 함수율이 표시된다. 두 핀 사이에 전류를 통과시켜 측정한 저항값으로 수분 함량을 계산하는 원리다.
목재는 주변 환경의 습도에 따라 평형을 이루는 지점을 끊임없이 찾는다. 습도가 높은 곳에서는 목재도 습기를 머금어 함수율이 올라가고, 건조한 곳에서는 내려간다. 이 과정에서 변동폭이 일정 수준을 벗어나면 목재에 변형이 발생한다. 제대로 건조되지 않은 목재는 결국 썩어버리기도 한다.
나무 생명활동의 주요 매개가 물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갓 제재한 나무의 함수율이 매우 높을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집의 구조를 세우거나, 가구를 만드는 데 나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분 함유량을 줄이는 건조 과정이 필요하다. 제재된 나무는 별도의 건조로에서 고온으로 수분을 날리거나, 고주파 등을 사용하여 인공건조를 한다.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르는 자연건조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목재의 적절한 건조 정도는 나무의 종류, 사용 용도, 사용될 시점의 환경요소 등에 따라 달라진다. 하드우드로 실내용 가구를 만들 때 이상적인 함수율은 6~9% 사이이다. 소프트우드는 8% 내외가 적합하다.
제재목이든, 합판이나 집성판이든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가구재는 건조가 완료된 상태라서 굳이 함수율을 확인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건조되지 않은 상태였다면 유통 과정에서 뒤틀리거나 갈라져 판매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하지만 장마철에 가구 표면의 마감작업을 진행할지 여부를 판단하거나, 목재의 겉면과 재단면의 함수율 차이를 수치로 확인하고 변형에 대한 대응을 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직접 나무를 제재해서 건조해 두었거나 우드슬랩 같은 통짜 원목 재료를 구매할 때 제대로 건조되었는지 상태를 확인할 때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보쉬는 전동공구 제품군을 크게 전문가용 전동공구와 홈앤가든 공구로 구분하고 있다. 보쉬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파란색 브랜드 컬러의 공구들은 전문가용에 해당하고, 가정 및 정원용으로 분류되는 홈앤가든 라인은 짙은 녹색이 메인 컬러이다. 가정에서 목재의 함수율을 측정할 일이 얼마나 있겠나 싶지만, 보쉬는 이것을 홈앤가든 카테고리에 포함시켰다. 제품 상세 페이지에서는 태울 장작을 준비하거나, 원목 바닥재를 설치하는 등의 경우에 사용하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분류한 것은 산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확도에 다소 못 미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긴 한데, 본격적인 산업용 측정기의 판매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대를 생각하면 오히려 다행스럽다.
* 그림: 보쉬 목재 수분율 측정기 UniversalHumid
여기는 제주 구좌읍의 작은 목공방입니다. 이곳에서 만나는 주변의 어떤 것에 대한 짧은 리뷰들을 연재합니다. 공방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대해 주로 이야기합니다. instagram.com/401squirrel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