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목공방은 시끄러운 공간이다. 작업이 시작되면 온갖 기계소리로 가득 찬다. 수압대패나 자동대패, 테이블쏘와 같은 대형 기계들은 물론이고 손에 들고 사용하는 전동공구들도 체급을 뛰어넘는 존재감을 아낌없이 드러낸다. 작업시간이 길어지면 정신마저 아득하다. 이때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톱밥을 빨아들이기 위해 기계들은 집진장치와 연결되어 있다. 작업시간 내내 웅웅 거리는 집진기 소리는 공간 전체를 울리며 귀를 먹먹하게 한다. 옷장만큼 거대한 체구의 진공청소기와 단칸방에서 함께 생활한다고 상상해 보자. 그의 취미는 청소이고, 심지어 부지런하다.
냉장고가 작동하는 소리가 40 데시벨, 세탁기는 70 데시벨정도 된다. 오토바이 엔진 소리는 95, 지하철 소리가 100이라고 하는데, 이 단위는 소리 강도에 정비례하는 게 아니라 대수적으로 증가한다. 수치가 10 증가하면 소음의 강도는 10배가 된다. 70 데시벨인 세탁기 소리는 40인 냉장고 소리보다 1,000배(10^3) 더 강하다. 100 데시벨의 지하철 소리는 냉장고의 백만 배가 된다.
목공방에서 사용하는 전동공구나 기계들의 작업 소음은 대략 90에서 110 데시벨 사이에 위치한다. 노출 기준을 8시간으로 가정했을 때 75 데시벨 이상의 지속적인 소음은 청력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작업 중에는 필수적으로 청력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
청력보호구는 형태에 따라 귓구멍을 막는 귀마개(earplug)와 귀 전체를 덮는 귀덮개(earmuff)로 구분할 수 있다. 외이도 입구에 끼워 넣으면 빈틈없이 팽창하는 스펀지 재질의 귀마개가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작업 중 자주 뺐다 끼웠다 하는 상황에서는 보관이나 위생관리 측면에서 불리하기에 헤드폰 모양의 귀덮개를 주로 사용한다. 목에 걸었다가 필요할 때만 착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두 종류를 동시에 착용해서 차음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도 있다.
가지고 있는 여러 형태의 제품 중 이것은 사격 스포츠용 보호장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브랜드의 귀덮개인데, 진한 초록색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했다. 미국 환경보호처(EPA)의 규정에 따라 개인 보호구 제작업체들은 차음효과를 숫자로 명시해야 하는데 이를 NRR(Noise Reduction Rate)이라고 한다. 이 제품은 NRR25의 성능을 가지고 있다. 착용했을 때 100 데시벨의 소음을 75로 줄여준다.
* 그림: Howard Leight by Honeywell - Thunder T1 Earmuffs
* 소음 정도에 대한 측정값은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 National Institute for Occupational Safety & Health)의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여기는 제주 구좌읍의 작은 목공방입니다. 이곳에서 만나는 주변의 어떤 것에 대한 짧은 리뷰들을 연재합니다. 공방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대해 주로 이야기합니다. instagram.com/401squirr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