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착제를 긁어내는 가장 우아한 방법
대패는 나무의 표면을 매끄럽게 깎아내는 도구이다. 일반적으로 나무 몸통에 넓적한 날이 비스듬하게 박혀있는 형태를 떠올릴 텐데 이는 일본식 대패이다. 흔히 동양대패라고 부른다. 손때 묻은 동양대패는 작업자의 내공을 가늠케 한다. 이에 비해 서양대패는 금속 뭉치의 기계 같은 느낌을 준다. 정밀하게 가공된 금속 부품들이 견고하게 결합된 공학적이면서도 중후한 외관은 수집욕구마저 불러일으킨다.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 대패의 종류도 다양하다. 평면을 다듬거나, 움푹 들어간 홈을 파내거나, 턱을 깎는 등 작업의 성질과 맞물려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이 서양대패는 리넬슨의 치즐플레인이다. 황동 몸체의 앞쪽에 두툼한 스테인리스 스틸 대팻날이 고정되어 있다.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지만 1킬로그램이 넘는 묵직한 무게감을 준다. 체리를 깎아 만든 둥근 손잡이가 리넬슨 특유의 클래식한 느낌을 더한다. 날 위치를 조정하는 노브의 까슬한 촉감도 좋다.
이름 그대로 끌(chisel)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대패(plane)이다. 끌은 나무에 구멍을 내거나 여러 가지 모양으로 깎고 다듬는 데 사용한다. 기다란 금속날에 나무로 된 손잡이가 달려 있다. 날을 목재에 대고 손잡이 뒷부분을 망치로 때리거나, 체중을 실어 미는 방식으로 끌질을 한다. 이와 유사하게, 치즐플레인은 대패의 배면과 날의 높이를 일치시켜 돌기처럼 튀어나온 부분을 끌처럼 깎아낸다. 날이 배면의 중간에 위치하는 일반적인 대패와는 달리 대팻날이 제일 앞머리에 달려있기에 가능한 방식이다. 다른 간섭 없이 대패의 진행 방향에 날이 제일 앞장선다. 물론 본질은 대패인 만큼 날의 위치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치즐플레인은 공방에서 가구의 결합부위에 삐져나온 접착제를 제거할 때 사용하는 가장 호화로운 선택지 중 하나이다. 천 원짜리 직자를 사용하거나, 본드제거 전용 스크래퍼 등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이 우아한 외관의 도구는 접착제를 긁어낼 때도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한다. 묵직한 금속의 몸체가 쇄빙선처럼 미끄러지듯 지나가며 굳어버린 접착제를 깔끔하게 떨구어내는 느낌이 좋다. 이 외에도 관통장부나 도웰의 튀어나온 부분을 정리하는 데 사용한다. 플러그톱으로 튀어나온 부분을 잘라낼 때보다 더욱 정밀하게 작업할 수 있다. 직각의 모서리 부위를 다듬는 데도 적합하다.
* 그림: Lie-Nielsen Toolworks - Small Chisel Pl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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