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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덕호 Jun 19. 2024

공방사물도감: 자화기

자석이 되기까지 하나, 둘, 셋



자화기는 금속 물체에 자성을 부여한다. 핀셋이나 드라이버, 나사못 등 다양한 도구를 자석처럼 만들 수 있다. 철로 된 드라이버 끝부분을 자화기의 특정 위치에 갖다 대고 몇 차례 긁어내듯 왕복하면 이내 자성을 띤다. 이제 이 드라이버는 나사나 작은 금속 부품을 끌어당기는데, 이 작은 변화가 작업 효율을 매우 높여준다.


드라이버가 자성을 띤다는 것은 드라이버를 쥔 반대쪽 손으로 나사못의 위치를 잡아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작업을 할 때 손 하나가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편리한 일이다. 한 손으로 부재를 안정적으로 고정시키고 나사결합을 할 수 있다. 나사못이 드라이버 비트 끝에 딱 달라붙어 있다면 손이 들어가지 않는 구석에서도 어렵지 않게 원하는 위치에 박아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좁은 틈에 떨어진 금속 부품을 집어 올릴 때도 긴 드라이버를 밀어 넣기만 하면 된다. 공구를 수리하며 아주 작은 나사못을 풀거나 조일 때도 분실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톱밥이 가득한 바닥에 쌀알만 한 나사못을 떨군다면 웃는 얼굴로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금속 물체가 자석의 자장을 통과할 때 내부 원자들이 특정 방향으로 정렬되면서 자성이 발생한다고 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것을 마구 흐트러뜨려서 자력을 분산시키거나 상쇄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이 제품에는 계단 형태의 탈자화 슬롯이 있어서 단계별로 통과시키면 자성을 없애준다. 


자화기를 사용하는 대신 강한 자석에 문지르는 것으로도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잘 사출 된 플라스틱 몸체에 텍스트가 깔끔하게 인쇄된 자화기 대신 이것저것 들러붙어버리는 자석을 공구함에 둘 필요는 없을 것이다. 자화기라는 이름부터 무언가 상당히 과학적이고 고도화된 일을 하는 느낌을 준다. 사실상 자화기는 특별히 복잡한 장치가 아니다. 배터리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기구의 내부에 강한 자석이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몇 번의 접촉으로 자성을 전달하는, 특별할 것 없지만 효과적인 기구이다. 별말 없이 어깨를 툭툭 쳐 주는 것만으로도 뭔가 할 수 있는 큰 원동력을 얻는 때가 있다. 



* 그림: 이하 자화기

Wiha Magnetizer/Demagnetizer



여기는 제주 구좌읍의 작은 목공방입니다. 이곳에서 만나는 주변의 어떤 것에 대한 짧은 리뷰들을 연재합니다. 공방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대해 주로 이야기합니다. instagram.com/401squirr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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