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곳으로 일방통행
테이블쏘와 같이 위치가 고정되어 있는 톱날에 목재를 통과시켜 재단할 때, 안정적으로 진행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정해진 경로에서 조금만 어긋나더라도 가공물의 사이즈가 달라질 뿐 아니라 때로는 킥백(kickback)과 같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라우터테이블이나 밴드쏘 등 다른 기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긴 목재나 얇은 판재로 작업한다면 특히 신경 써야 한다.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열로 부재가 휘어지면서 그을린 자국이 생기거나 톱날 위로 올라타버릴 수 있다.
손으로 방향을 잡아주려면 필연적으로 손가락이 톱날 가까이 접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회전하는 톱날이 뿜어내는 서늘한 바람이 손끝에 닿으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돌발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마침 손이 톱날 근처에 있다면 큰 부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때 안전하게 부재를 잡아주고, 사전에 설계한 진행방향을 유지시켜 주는 도구가 페더보드다. 페더보드는 이름과 같이 새의 깃털 모양이다. 페더(feather) 또는 핑거(finger)라고 불리는 탄성 있는 얇은 판들이 한 방향으로 비스듬히 배열되어 있다. 이 부분에 목재를 지그시 눌러주듯 밀착시키고 방향대로 밀면 살짝 휘어지며 탄력 있게 부재의 진행 방향과 위치를 잡아준다. 역방향으로는 단단히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다.
공방에서는 나무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페더보드는 플라스틱 재질이다. 잘 부러지지 않고, 탄력이 우수하며, 혹여 톱날에 닿더라도 깔끔하게 잘릴 뿐 날에 피해를 주거나 튕겨나가지 않아 위험성도 낮다.
페더가 부재를 적절한 탄성으로 밀어내며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알맞은 위치에 페더보드를 고정시켜야 한다. 일반적으로 목공기계의 상판에 있는 표준규격의 홈을 활용해서 볼트나 너트 형태의 부품으로 고정한다.
이 페더보드는 맥스위치의 제품인데, 브랜드명처럼 스위치로 간단하게 조정되는 자석이 특징이다. 원하는 곳에 페더보드를 놓고, 검은색 노브를 살짝 돌리기만 하면 내부의 강력한 자석이 활성화되면서 상판에 철썩 달라붙어 움직이지 않는다. 제조사 설명에 따르면 약 70kg의 힘까지 버틴다고 한다. 페더보드의 위치와 각도를 일일이 바꾸고 그때마다 볼트를 돌려 고정시킬 필요가 없다. 작업물의 크기가 다양해서 수시로 페더보드 위치를 조정해야 할 때 매우 편리하다. 뗄 때도 노브를 반대 방향으로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
* 그림: MAGSWITCH Pro Table Featherboard(8110328)
여기는 제주 구좌읍의 작은 목공방입니다. 이곳에서 만나는 주변의 어떤 것에 대한 짧은 리뷰들을 연재합니다. 공방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대해 주로 이야기합니다. instagram.com/401squirr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