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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덕호 Jul 02. 2024

공방사물도감: 이중드릴비트

나사못 작업 선발대



가구를 만들 때 부재를 연결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강도를 보장하면서 가장 간편한 방식 중 하나는 나사못을 이용하는 것이다. 회전하는 나사산이 목재에 파고들면서 단단하게 고정된다. 


나사못을 박을 때는 목재가 쪼개지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쐐기 모양의 나사못이 나무를 강한 힘으로 파고들다 보면 어느 순간 쩍 하고 갈라져버리기 십상이다. 목재의 중심부보다 가장자리 부근에서 이 확률은 증가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나사못이 들어갈 자리에 그보다 작은 구멍을 미리 뚫어줄 수 있다. 이것을 파일럿 홀(pilot hole)이라고 하는데, 이 구멍을 따라 나사못이 목재에 손상을 주지 않고 온전히 파고들 수 있다. 


이중드릴비트는 파일럿 홀을 내주면서 나사의 머리 부분까지 감출 수 있도록 두께가 다른 두 종류의 비트를 하나로 합쳐놓은 것이다. 앞쪽에 달린 얇은 드릴비트는 나사못이 들어갈 길을 내준다. 뒤쪽에는 나사머리까지 통과하는 굵은 지름의 드릴비트가 이어져 있다. 사용하려는 나사못의 길이에 따라 각 부위의 길이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이중드릴비트는 카운터싱크 비트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는데, 카운터싱크(countersink)란 나사머리가 목재의 표면 아래로 들어가는 형태를 말한다. 주로 접시머리 나사를 사용할 때 원추형의 구멍을 목재에 미리 뚫어서 나사머리가 목재 표면보다 높게 돌출되지 않게 한다. 


최소한의 깊이로 카운터싱크 홀을 내면 목재 표면과 단차 없이 나사머리가 딱 들어맞는다. 거추장스럽지 않고 깔끔하게 나사못을 박을 수 있다. 조금 더 수고를 들여서 나사가 들어간 자국을 완전히 감출 수도 있다. 카운터싱크 홀을 깊게 내준 뒤 그와 같은 지름의 자그마한 목봉을 박아 넣는 방식이다. 이중드릴비트의 굵은 부분을 길게 늘여놓으면, 그 길이만큼 나사머리는 목재 안쪽으로 들어가게 된다. 구멍의 남는 부분에 접착제를 바른 목봉을 박아 넣고, 튀어나온 부분은 플러그톱이나 치즐플레인 등으로 잘라낸다. 여기에 사포질 몇 번만 해 주면 매끄럽게 마감된다. 금속의 나사머리가 있던 자리에 조그만 원형의 흔적만 남게 되는데, 마감했을 때 주변의 색과 조금 차이가 나면서 나름 귀여운 장식적 요소가 된다. 



* 그림: 이젠 이중드릴비트



여기는 제주 구좌읍의 작은 목공방입니다. 이곳에서 만나는 주변의 어떤 것에 대한 짧은 리뷰들을 연재합니다. 공방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대해 주로 이야기합니다. instagram.com/401squirr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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