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②
[공방사물도감: 귀덮개]와 이어지는 글입니다.
청력보호구는 헤드폰 형태로 귀 전체를 덮는 타입과, 귓구멍을 막아서 소음을 차단하는 귀마개 타입으로 나뉜다. 전자인 귀덮개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 이야기한 적 있다.
가장 대중적인 귀마개는 압축스펀지 재질의 소형 제품으로, 한 번쯤 사용해 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손가락 한 마디만 한 총알 모양의 스펀지 조각인데 살구색이 가장 흔하다. 손으로 주물러 조그맣게 압축시킨 뒤 하나씩 외이도에 끼워 넣으면, 이내 팽창하면서 빈틈없이 귓구멍을 틀어막는다. 산업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독서실과 같이 집중이 필요한 곳에서 사용하거나 비행기나 가정에서 수면용으로 착용하기도 한다. 형태 탓에 오염되기 쉬우므로 외이도염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저렴하면서 휴대가 간편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림의 제품은 센스가드라는 브랜드의 귀마개 타입 청력보호구이다. 이것 또한 압축스펀지 재질의 플러그를 귓구멍에 맞춰 끼워 넣는 형태이다. 특이한 점은 플러그가 보통의 귀마개처럼 완전히 막혀 있지 않고 가운데가 뚫려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여기에 연결된 플라스틱 본체 또한 속이 비어있는 관으로 되어 있는데, 소음이 이를 타고 올라가며 굴절 및 소거된다고 한다. 일반적인 귀마개가 완벽에 가까운 차폐를 지향함으로써 소음을 차단하는 것에 비해, 이 제품은 일차적으로 차폐된 소음이 귀로부터 먼 방향으로 다시 흘러나가게 함으로써 성능을 극대화한다.
NRR26과 NRR31,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것은 NRR31 모델이다. 외부 소음을 최대 31dB만큼 줄여준다는 뜻이다. 전체 주파수에서 소리를 고르게 줄여 말소리를 왜곡하지 않고 소음만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는 것이 제조사의 설명이다. 쉽게 말하면 소음은 줄여주고 말소리는 잘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화 상대가 없는 1인 공방에서는 체감할 기회가 없어 이에 대한 자세한 평가는 힘들다. 구조에 대한 거창한 설명에 비해 소음 차단은 그리 대단하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매우 적절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공방에서의 소음은 기계의 정상/비정상 작동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이기에 완전 차단되면 도리어 곤란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착용했을 경우 일반적인 성능은 충분히 보장하고, 나는 필요에 따라 일부러 살짝 어긋나게 착용할 때도 있다.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간편함이다. 귀덮개 타입에 비해 훨씬 가볍고 덜 거추장스러우며, 목에 부담 없이 걸어두거나 접어서 주머니에 넣을 수도 있다. 손으로 주물럭거려야 하는 스펀지 플러그보다 위생적이고 분실 가능성도 낮다. 작업할 때 가장 오래, 즐겨 사용하고 있는 청력보호구이다.
* 그림: SENSGARD SG31-BK
여기는 제주 구좌읍의 작은 목공방입니다. 이곳에서 만나는 주변의 어떤 것에 대한 짧은 리뷰들을 연재합니다. 공방에서 사용하는 물건에 대해 주로 이야기합니다. instagram.com/401squirr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