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의 미학

삶은 선택과 결과 사이의 과정이다

by 김태민

삶의 대부분은 선택으로 이뤄진다. 정확하게는 배움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적게는 두 개부터 일반적으로는 다섯 개의 선택지를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한다. 선택한다는 원초적인 행위에 대해서 나는 늘 의문을 가졌던 학생이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19살의 내게 유명한 작가들을 거론하며 그들이 모두 같은 대학 출신이란 것을 강조하던 선생님의 말씀을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좋은 성적과 명문대학의 간판이 재능을 뒷받침 해준다는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학생 시절의 선택은 언제나 정답으로 이어져있었고 높은 정답률을 확보하기 위해선 문학이 아니라 언어영역을 공부해야했다. 나는 이 강요된 선택의 삶이 졸업과 동시에 끝나리라 생각했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이는 변하지 않고 이어졌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학은 누구나 인정하는 직장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성인이 되어 선택한 결과는 사회의 기준이라는 평가 과정을 거쳐서 삶의 등급으로 매겨졌다. 소득이나 계층 같은 용어를 들이밀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성공’ 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것들이 삶의 등급과 직결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금 더 높은 삶의 등급을 획득하기 위해 지금도 무수히 많은 문항들 앞에서 선택하고 있을 것이다.

가슴에 품고 있는 목표가 크든 작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 하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남들과 다르게 나의 길을 가면 된다는 말은 아무에게나 쉽게 던질 수 없는 무책임한 말이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나는 그래서 더 무수한 선택과 경쟁으로 인해 아파하는 사람들이 안쓰러운 지도 모른다. 나는 배고픈 대신 자유롭지만 그들은 삶과 성적을 등가교환 하느라 힘겨울 것이다.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은 평범한 삶을 살다 죽는다. 대기업 신입사원의 정원이 정해져있듯 인생에서 성공이란 메달을 목에 걸고 사는 사람은 소수다. 그것이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의 성공이라면 소수를 넘어 극소수에 가깝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필사적으로 선택을 한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경쟁에 뛰어든다. 발버둥 치듯 평범한 삶을 사는 인생의 그늘을 벗어나려고 노력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선택과 결과만이 분명 전부는 아니다. 선택과 결과 사이에 ‘과정’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선택이 정답으로 이어지고 결과가 삶의 등급으로 이어진다면 과정은 ‘삶의 의미’와 직결되어있다. 취업과 직장 높은 직급과 모두가 부러워하는 연봉은 결과다. 거기에 이르는 데는 분명 경쟁을 통한 수많은 선택이 요구된다. 그러나 과정은 선택과 결과 사이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매일 매일이다. 웃고 울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는 시행착오의 순간들이다. 다시 말하면 보잘 것 없는 그저 그런 대부분의 생활이 선택과 결과 사이의 과정이다. 삶이 선택과 결과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이다. 평범하고 시간들이지만 사실 이 시간들이야 말로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항상 틀리던 형법 부분에서 한 문제를 더 맞은 기쁨. 집에 가는 길 버스 라디오에서 나오는 좋아하는 노래. 자기 전 통화하며 들을 수 있는 힘내라는 친구의 격려. 원하는 회사에 입사해서 멋지게 차려 입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일. 아무 것도 아닌 순간들이지만 여기서 작은 기쁨을 발견해낸다면 한 번쯤 웃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짧게나마 번지는 웃음에 삭막하게 찌든 선택하는 일의 고단함이 조금은 씻겨나갈 것이다. 별 것 아닌 시간들에 의미를 부여하자 그리고 그 순간들이 내가 살아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기록임을 한 번씩 돌아보자.

살아가는 일이 힘겨운 것이기에 삶이 아름답지 않은 것이기에 우리는 이러한 과정에서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내야한다. 살아있음을 느끼면서 작은 것에 기뻐하면서 힘든 시간을 견디고 고난을 감내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것이다. 몇 글자의 위로로 삶의 무수한 상처와 고질병 같은 아픔들을 보듬어줄 수 없음을 잘 안다. 한 문장의 글이 만져줄 수 있는 아픔의 크기는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알기에 나는 치열한 선택의 연속에서 살아가는 당신이 ‘과정’에 스며있는 의미를 통해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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