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에 인색한 사회

의기소침한 사회초년생들에게

by 김태민

생각해보면 사회인이 되는 길은 정말 멀고 험하다. 초,중,고,대학 16년이라는 기간의 학업을 거치고 남자는 군대와 휴학을 여자는 인턴과 대외활동을 통과의례처럼 경험한다. 이후 힘든 취업문을 넘어서면 빠르면 20대 중반에 늦으면 30대 초반에 사회인이라는 이름표를 달게 된다. 아직 완전한 사회인도 아니고 사회초년생이라는 큼지막한 꼬리표도 함께 달고서. 날렵하게 각이 살아있는 정장에 빳빳하게 모양이 잘 잡힌 넥타이를 매고 있는 멋진 모습과는 달리 사회초년생들의 생활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대학에서 배운 지식은 전혀 쓸모가 없다. 현장과 학교는 전혀 다른 곳이다. 4년간 배운 지식이 상식으로 통하지 않는 환경을 실감하며 부랴부랴 달라진 현실에 적응하려 사회초년생들은 늘 고군분투한다. 칭찬을 받는 일보단 질책을 받는 일이 월등히 많다. 어디가 잘못된 부분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답답해하는 사수와 선배들의 눈길이 따갑다.


그들 역시 나와 같은 사회초년생 시절을 겪었을 테지만 내 입장을 이해해줄 여력은 없다. 친분과 애정보단 이해관계와 책임이 우선시 되는 곳. 그것이 사회이기 때문이다. 자연계에서 올챙이와 개구리는 핏줄로 이어져있지만 사회에서의 올챙이와 개구리는 전혀 다른 차원에 사는 동물이다. 경험자와 사회초년생은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지만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분명 대단한 능력이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달라지는 환경에 적응하고 무수한 변수에 대응하는 역량을 가진 것은 곧 경쟁력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급변하는 환경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소수에 불과하다. 거의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은 환경의 변화에 느리게 반응하며 갑작스럽게 달라진 상황에 적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그래서 그동안 착실하게 몸으로 체득한 지식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낯선 환경에서 최고의 능률을 발휘하라는 요구는 비합리적이면서 동시에 불가능한 것이다.

더군다나 회사라는 집단의 생산성에 기여 할 수 있게 빠른 시일 내에 적응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기계’에 가깝다. 사회초년생은 사람이다. 사람이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선 본인의 노력과 더불어 주변의 격려와 인정이 필수적이다. 아무리 사회가 인정과 애정보다 책임과 이해관계를 상식으로 내세운다해도 그 사회 역시 사람이 모여 살아가는 공간이다.


처음이라 모든 것이 다 미숙한 사람에게는 비난이 아니라 격려와 인정이 필요한 게 정상적인 상식이다. ‘대학까지 나오고 이제 다 큰 성인인데 사회가 원래 이렇다는 걸 이해해야지.’ 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말하고 싶다. 원래부터 그런 건 이 지구상에 아무것 도 없다. 어느 한 분야의 프로라고 할지라도 전혀 다른 분야에 도전하면 열정 있는 아마추어보다 못한 존재가 된다. 그래서 모르면 배워야하고 배우려면 실수해야하는 게 사람인 것이다.

집단의 환경이라는 사양에 최적화되어 가장 필요한 능력을 적재적소에 발휘 할 수 있는 건 베테랑이다. 자신이 업무와 역량을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완벽하게 체득한 베테랑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베테랑은 태어나면서부터 베테랑이 아니다. 사회초년생이라는 출발선에서 착실하게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열정을 쏟아 부었을 때 도달하는 골인지점인 것이다. 우리 사회는 너무나 실수에 인색하다. 못하는 것을 역량부족이라는 말로 치부하고 모든 일에 초월적인 재능을 발휘하는 인재들을 부각시켜 ‘이렇게 살아야 인재야 인재.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지.’ 라며 답을 정해 놓고 또 이를 강요하는 듯하다.

처음 접하는 업무와 사회인이라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많은 실수를 저지르는 사회초년생들이 많다. 물론 그 안에서도 남다른 역량을 발휘하는 재능 있는 능력자들도 존재한다. 그들은 칭찬받고 찬사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 찬사가 비교를 통해 대다수의 평범한 사회초년생들에게 비난과 야유의 화살로 꽂히는 현실은 잘못된 것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늘 걸음마를 뗀다. 고등학생이 대학생으로 대학생은 또 사회인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우리는 그 때마다 늘 아마추어가 된다. 그리고 늘 새로운 환경에 힘겹게 적응하고 남들만큼 남들처럼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적응할 때 쯤 되면 또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는 우리들은 평생 끊임없이 걸음마를 떼는 존재인 것이다.

입시와 취업문을 거치면서 우리는 알게 된다. 성공은 언제나 극복된 실패이며 동시에 실패는 항상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나는 실수하는 사회초년생들을 응원한다. “괜찮아. 다 괜찮다. 다시 하면 된다.” 라는 말은 결코 사람을 망치는 말이 아니라고 믿는다. 자꾸만 넘어지는 아이에게 괜찮다며 손을 잡아주는 어른이 있을 때 아이는 용기를 내서 걸음마를 뗄 수 있다. 부족함은 경험을 통해 원숙함으로 변하고 실수의 횟수는 노련함의 깊이로 이어진다. 부족하고 서투르고 실수를 연발할지라도 나는 그들을 응원하면서 늘 괜찮다는 말로 등을 다독여주고 싶다. 집단의 효율성을 위해 프로세스의 부속품이 되는 인적자원보다 서투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냄새나는 인간이 훨씬 좋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