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 기억되는 것
글을 쓰기 전에 나는 늘 방을 청소한다. 쌀쌀한 겨울이지만 창문을 활짝 열어 밤새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를 환기시킨다. 청소기를 돌리고 흐트러진 이불도 가지런히 정리한다. 그리고는 창문을 반쯤 닫고 향초에 불을 붙인다. 방안 구석구석까지 은은한 향기가 퍼지도록 30분 정도 향초를 태우고 나면 이제 노트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조금 부산스럽긴 하지만 하루를 여는 의식과도 같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나는 글을 쓸 준비를 하는 것이다. 나에겐 아침 정리가 웨이트 트레이닝 전의 몸 풀기나 빵을 굽기 전 오븐을 예열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때론 귀찮고 번거로워 하루쯤은 생략할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깨끗하게 청소한 후에 방 안에 감도는 기분 좋은 향기를 맡으면‘역시 하길 잘했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 처음에는 어색했던 향초 태우기가 이제는 정말 익숙한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좋은 향기는 언제나 사람의 기분을 즐겁게 만든다. 들뜬 마음은 진정되고 불안함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만들어준다. 향기의 유무가 작업의 능률이나 생활의 수준을 현격하게 올려주는 역할을 하지는 않겠지만 실내에 좋은 향기가 배어 있으면 작은 기쁨을 느끼게 된다. 행복이 소소한 일상의 만족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향기는 작지만 삶의 행복에 기여하는 또렷한 요소인 것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향기는 곧 분위기다. 기분 좋은 향기는 이미지를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 멋진 옷을 잘 차려입고 머리와 수염을 깨끗이 정리해도 담배냄새나 음식냄새가 나면 좋은 인상을 줄 수 없다. 평범한 옷을 입고 눈에 띄지 않는 차림새를 하고 있어도 좋은 향기를 품고 있으면 성별과 연령을 막론하고 초면이든 구면이든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다. 다만,‘좋은 향기’라는 개념이 조금 모호할 수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좋은 향기는 본인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향기다. 성실하고 착실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에게는 따뜻한 머스크향이 잘 어울린다. 깔끔한 외모에 활동적인 사람이라면 청량감이 도는 신선한 과일향이 잘 어울린다. 자신의 외모와 옷차림 행동과 말투까지 본인을 나타내는 특징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면 자신만의 좋은 향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만날 때 우리는 다양한 감각을 동원하여 상대방과 소통한다. 눈으로 상대방의 모습을 보고 손으로 친근한 스킨십을 나눈다. 귀를 통해 목소리를 듣고 입으로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한다. 그리고 코로 상대방의 향기를 맡으며 익숙한 향기에 편안함을 새로운 향기에 신선함을 느낀다. 사람은 사람에게 언제나 감각을 통해 기록되고 또 기억된다. 향기는 사람에 대한 기억으로 남는다. 인간의 감각을 통해 기록된 기억은 쉽게 퇴색되거나 지워지지 않는다. 진심을 담은 행동과 배려를 담은 고운 말 그리고 자신만의 선명한 향기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필수적인 조건이 아닐까 싶다.